상상인·상상인플러스 저축銀, '지분매각 명령'에 새주인 찾나…우리‧OK 등 인수후보 거론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당국이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에 지분매각 명령을 내리면서 인수 후보군에 눈길이 쏠린다. 다만 상상인 측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돼 상상인계열 저축은행이 새주인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
11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상상인은 이달 5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저축은행 주식처분명령 조치를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상상인은 내년 4월 4일까지 상상인저축은행 보유주식 577만8001주와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보유주식 1134만1주를 처분해야 한다.
금융위는 2019년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신용한도를 넘겨 381억원의 불법 대출을 내줬다며 15억2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신용공여 의무 비율을 준수하지 못했음에도 허위 보고하고 대주주가 전환사채를 저가에 취득할 수 있도록 형식적으로 공매하는 등 위법행위를 적발해 유준원 상상인 대표에 대해 직무정지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올해 8월 30일에는 2019년 징계의 후속조치로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렸다.
금융위의 이번 지분매각 명령은 상상인이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이행하지 못한 데 따른 조치다.
상상인은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상상인의 대주주는 지분 23.4%를 보유하고 있는 유 대표다. 사실상 유 대표가 두 저축은행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상상인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금융위 명령을 이행하는 것과 행정소송 제기 등이 꼽힌다.
상상인이 명령이행을 결정할 경우 자산규모 기준 업계 7위의 매물이 나오게 되는 것이어서 인수후보군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2분기말 기준 상상인저축은행의 자산은 3조2991억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1조5806억원으로 두 곳을 합하면 4조8797억원이다.
업계에서는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유일하게 비수도권을 영업구역으로 하는 저축은행을 둔 우리금융이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충청도를 영업구역으로 하고 있어 경기도를 영업구역으로 하는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한다면 수도권으로 영업구역을 넓힐 수 있다.
다만 우리금융은 증권사를 1순위로 검토하고 있으며, 보험사의 경우도 우량 매물이 나온다면 검토할 계획이나 저축은행 인수는 검토되는 바 없다는 입장이다.
OK금융이 인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올해 상반기 기준 OK저축은행의 자산규모는 14조5768억원으로 업계 2위를 기록 중이다. 이는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15조5743억원과 비교해 9975억원 낮은 규모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단번에 1위로 올라서는 것은 물론 SBI저축은행과의 격차를 벌릴 수도 있다.
OK금융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인수와 관련해 검토되는 바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악화된 재무 상태 등을 고려해 인수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의 경우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10%를 넘는 등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면서 "업황도 좋지 않아 상상인저축은행의 수도권 영업구역 외에 큰 메리트가 있는 곳은 아니다"고 말했다.
인수를 희망하는 후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상상인은 매각 후 재인수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상상인그룹의 매출 가운데 저축은행업과 금융투자업 등 금융사업부문 비중이 76.3%에 달해 저축은행에서 손을 뗀다면 타격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상상인 관계자는 "금융위의 명령과 관련해 이행 또는 행정소송 제기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고, 추후 확정되는 대로 공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