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은행들이 지난 6년간 희망퇴직자에 지급한 퇴직금이 거의 1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챙긴 희망퇴직금 역시 5억원대에 달했다. 최근 이자 장사로 실적을 늘린 은행들이 희망퇴직 제도를 직원 복지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 7월까지 국내 17개 은행의 희망퇴직자는 1만7402명, 이들에게 지급된 퇴직금은 9조6047억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희망퇴직자와 퇴직금을 보면 △2018년 2573명(1조1314억원) △2019년 2651명(1조4045억원) △2020년 2473명(1조2743억원) △2021년 3511명(1조9407억원) △2022년 4312명(2조8283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올해의 경우 7월까지 은행권 희망퇴직자는 1882명, 퇴직금은 1조212억원으로 집계됐다. 통상 연말 퇴직자가 집중된다는 걸 고려했을 때 올해도 역대급 희망퇴직·퇴직금 규모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년여간 희망퇴직자가 가장 많은 곳은 KB국민은행으로 3671명에 달했다. 이어 △하나은행(2464명) △NH농협은행(2349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희망퇴직금이 가장 많이 지급된 건 한국씨티은행으로 1조7593억원이다. 

강 의원은 최근 은행권의 희망퇴직 조건과 퇴직금 규모가 좋다 보니 은행원들에게 제 2의 인생 출발을 위한 자발적 선택·이자·복지의 개념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6년여간 은행권 전체 퇴직자의 평균 퇴직금은 3억5600만원인데, 같은 기간 희망퇴직자의 평균 퇴직금은 5억5200만원에 달했다. 

강 의원은 “금융당국은 은행 산업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 차원에서라도 희망퇴직금을 자율경영사항이라 외면치 말고 전체 퇴직금 규모를 과도하게 넘는 수준의 희망퇴직금 지급 은행에 대해서는 운영 현황에 대한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며 “은행권은 역대급 실적에 따른 돈 잔치로 보이지 않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에서의 희망퇴직금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