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이슈]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성인지 감수성' 쟁점화...이재정 의원 “대법원이 여성인권 퇴행 초래하게 될 것”
최정호 기자 입력 : 2023.09.12 06:51 ㅣ 수정 : 2023.09.12 06:51
이균용 대법관 후보 ‘성인지 감수성’ 낮다라는 비판 여론 일어 12세 여아 성폭행 범죄, 개선‧교화 가능 이유로 감형 등 다수 이재정 의원 “가히 충격적, 대법원 판단이 사회 변화 주도해”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선을 놓고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성평등 의식)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대법원장 후보자에 오른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정(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안양시동안구을) 의원이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이 의원은 현재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의원은 전국여성위원장 자격으로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상습적으로 감형 판결을 내려온 사람(이 후보자)이 대법원의 수장이 된다면 인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대법원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여성 인권의 퇴행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언론에서 보도된 이 후보의 성평등 관련 판결에 대해 “가히 충격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의원이 충격적이라고 한 판결은 이 후보자가 지난 2020년 서울고등법원 재판장 근무하던 때 아내의 배를 밟아 죽인 남편의 항소심 재판에서 1심 법원이 적용했던 ‘살인혐의’를 ‘상해치사’로 바꾼 것이다.
12세 아동을 세 차례 성폭행하고 가학적 성행위를 한 가해자의 경우 개선과 교화가 가능한 20대라는 이유로 감형했다. 또 지난 2021년에도 여성을 여섯 차례 성폭행한 가해자에 대해서 같은 이유로 감형했다.
이 의원은 “대법원은 사법부 최고 기관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한 최종의 사법적 판단을 통해 우리 공동체가 어떤 변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했다.
즉 성인지 감수성을 놓고 대법원의 수장이 남성 편향일 경우 우리 공동체(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이 성 불평등의 방향으로 가게 된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최근 여성 평등과 관련해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24일에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여성을 향한 잔혹한 범죄(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신당동 스토킹 살해사건) 등에 대해 방지 대책을 세우고자 ‘여성 폭력 대응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현재 연속된 범죄들이 특수한 개별 사건이 아닌 성불평등에 기반한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 등 여성을 외면하는 정책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의 특수성을 감안한 범죄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사회 인식 변화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면서 “토론회를 통해 논의된 사항들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며 여성 대상 범죄 방지를 위한 관련 법안 개정에 힘쓰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인권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이다. 지난 2003년 사범시험에 합격한 후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처장,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담위원 등 공익 변호사로 활동했다.
지난 2016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후 재선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여성 최초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 위원장이 됐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선을 놓고 이 의원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이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었다면 청문회를 통해 이균용 후부자의 자격 미달을 소상히 밝혀내겠지만 산자위 소속이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 자격으로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 과정에서 '대법원장의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중요한 어젠다를 쟁점화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