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일단 ‘제휴’로 알뜰폰 시장 첫발···'다크호스' 될까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NH농협은행이 ‘알뜰폰 요금제’ 출시로 이동통신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일단 이동통신망 사업자(MVNO)와의 제휴로 간접 진출하는 방향을 택했지만, 시장 상황을 봐서 정식 사업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평가다.
비(非)금융 사업 강화를 꾀하는 은행들에 알뜰폰 사업은 매력적인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농협은행은 농업금융 특화 은행으로서 보유한 두터운 고객층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직접 진출 시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소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전일 모바일 플랫폼 ‘NH올원뱅크’에서 ‘NH올원 알뜰폰 요금제 가입’ 서비스를 시작했다. 알뜰폰 사업자인 프리텔레콤과 제휴해 요금제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농협은행은 모바일 플랫폼 내 ‘생활+’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알뜰폰 요금제를 비교·가입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체 통신망을 활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직접 수익을 얻긴 어렵다.
이는 하나·신한은행과 유사한 간접 진출 방식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알뜰폰 요금제 비교 플랫폼인 고고팩토리와 제휴해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1월부터 KT 통신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업체 4개와 제휴해 요금제를 내놓은 바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리브엠(Liiv M)’으로 알뜰폰 시장에 직접 진출해있다. 그동안 ‘혁신 금융 서비스’ 승인을 주기적으로 갱신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지난 4월 금융당국이 리브엠을 국민은행의 부수 업무로 정식 지정하면서 사실상 족쇄가 풀렸다.
농협은행은 알뜰폰 시장에 직접 진출할 가능성이 큰 은행으로 주목 받았지만, 일단 제휴 형태로 방향을 정했다. 국민은행이 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길을 개척한 만큼 향후 정식 서비스로 전환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최근 은행권은 다양한 비금융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금리 상승에 기댄 이자 장사 논란이 커지면서 이익 기반 다변화가 요구되는 데다, 디지털 전환에 대응한 데이터 경쟁력 확보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알뜰폰은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은행권이 눈여겨보는 대표 분야로 꼽힌다. 기존 여·수신 업무 등에서 얻기 어려운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는 물론 연계 고객 및 신사업 발굴 등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를 고려했을 때 우선 과제는 최대한 많은 가입자를 끌어 모으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국민·신한·하나은행 등이 우세할 것으로 보이지만, 농협은행이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단 농업·지역 특화 정체성이 농협은행의 알뜰폰 인프라를 넓히는 데 기인할 것이란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농업인·고령층 고객을 많이 보유한 만큼 저렴한 통신 요금에 대한 수요도 많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협은행은 이번 알뜰폰 요금제 출시 기념으로 ‘시니어·주니어 요금제’ 가입 고객에 ‘첫 달 요금 면제’ 이벤트를 시행한다. 데이터 사용 부담이 높은 연령층을 공략하고, 가계 통신비 절감에 기여한다는 이미지를 형성하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또 농협은행의 넓은 오프라인 영업망도 알뜰폰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올 3월 말 농협은행의 전국 지점(출장소 포함)은 1109개로 국민은행(816개), 신한은행(730개), 우리은행(708개), 하나은행(594개) 등보다 많다.
다만 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정식 진출할 경우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거대 자본(은행)이 시장에 진입하면 가격 경쟁에서 밀린 중소 사업자들은 도태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당장 알뜰폰 제휴 서비스가 수익 모델이 아닌 만큼 고객 혜택 및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농협은행의 한 관계자는 “알뜰폰은 NH올원뱅크 내 다른 서비스처럼 애플리케이션(앱)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서비스”라며 “가입 및 금융 연계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과 외부 채널 마케팅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물가 시대 가계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는 알뜰폰 요금제 서비스 제공을 통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서 NH올원뱅크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