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유상증자'에도 자본확충 부담 지속…매각 성사 여부 안갯속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KDB생명이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자본확충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나금융지주의 인수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이달 2일 14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다. 이번 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주식 수는 2300만주이며, 주금납입 예정일은 다음달 18일이다. 유상증자로 마련된 자금은 9월 20일 콜옵션 기일이 도래하는 후순위채 2200억원의 상환에 사용된다.
KDB생명의 이번 유상증자에는 KDB산업은행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원매자인 하나금융의 금전적 부담을 덜기 위해 유상증자로 발행된 주식 대부분을 산업은행이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KDB생명의 이번 증자가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 개선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말 KDB생명의 경과조치 적용 후 K-ICS 비율은 101.7%로,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기준인 100%를 간신히 넘겼다.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으로는 47.7%다.
KDB생명의 K-ICS 비율은 생명보험업계 평균인 경과조치 전 192.6%와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KDB생명은 콜옵션 기일이 도래하는 자본성증권에 대해 자본확충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KDB생명의 높은 자본성증권 의존도를 감안하면 기발행증권의 정상적인 차환은 자본시장 접근성 유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K-ICS 비율 제고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연구원은 "K-ICS 경과조치에 따라 구 지급여력기준제도(RBC)에 따른 기발행 자본성증권이 지급여력금액으로 전액 인정되고 있다"면서 "이번 증자가 K-ICS 비율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로 자본의 질적 수준은 제고될 것"이라면서도 "KDB생명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운용자산에서의 평가손실로 규제자본비율이 저하된 가운데 지급여력금액에서 후순위채권 및 신종자본증권과 같은 보완자본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어 자본적정성 개선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KDB생명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상증자는 물론 후순위채 발행, 재보험 솔루션 등 K-ICS 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으로서는 인수 자금 외에 K-ICS 비율 제고를 위한 대규모 자본 투입 부담이 이어져 매각 완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KDB생명의 요구자본은 지난해 말 8736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5281억원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반면 가용자본은 같은 기간 1조2193억원에서 7286억원으로 줄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KDB생명의 K-ICS 비율을 15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조 단위의 자금이 필요하다.
때문에 하나금융이 다른 매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인수합병 시장에는 ABL생명이 매물로 나온 상태다. 또 동양생명도 잠재적 매물로 꼽힌다.
올해 1분기 말 ALB생명의 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전 111.4%, 적용 후 163.6%다. 현재 시장에 나온 보험사 가운데 가장 우량한 매물로 평가된다. 경과조치를 신청하지 않은 동양생명의 K-ICS 비율은 162.2%다. 시장에 나온다면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KDB생명보다 건전성 지표가 좋은 ABL생명이 매물로 나왔고, 동양생명도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KDB생명이 조 단위의 자금을 들일 만큼 좋은 매물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자본 투입 부담을 고려하면 KDB생명을 인수하기보다는 더 좋은 조건의 매물을 찾는 게 나을 것"이라며 "KDB생명의 K-ICS 비율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