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中企 대출 의무 완화 임박···경쟁력 강화 기대감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다음 달부터 지방은행에 대한 의무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완화되면서 경쟁력 강화의 동력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앞으로 더 활발하게 여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는 데다, 기업대출 취급에 따른 건전성 악화 우려도 덜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4월 ‘중소기업 대출 비율 제도 개편안’을 통해 지방은행의 의무 중소기업 대출 비중을 50%로 결정했다. 이는 1997년부터 적용된 60%가 26년 만에 하향된 것으로,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제도는 은행의 원화대출 증가액 중 일정 비중 이상을 중소기업에 대출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신용도나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은행 자금 이용 기회 확대로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기업대출은 은행의 핵심 영업 분야지만, 그간 지방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에서 시중은행(45%)보다 높은 의무 비중과 동일한 건전성 규제 적용 등으로 역차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번 개편에서 시중은행의 의무 비중도 50%로 높아져 지방은행과 일원화됐다.
지방은행들은 이번 의무 중소기업 대출 비중 완화를 환영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경제 활성화 지원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느라 기업대출 집중도를 높인 나머지 여신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경우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비중을 거의 절반씩 가져가며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지방은행은 기업대출 쏠림 현상이 강하다. 올 1분기 기준 원화대출금 잔액에서 기업대출 비중은 △경남은행 66.6% △부산은행 66.4% △대구은행 65.9% 등이다.
다음 달부터 지방은행들은 단계적으로 가계대출 비중을 늘려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담보대출이 공략 대상으로 지목된다. 상대적으로 대출 원금 자체가 크면서 담보를 통한 상환 불확실성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지방은행의 관계자는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우량한 차주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짜고 싶은 건 모든 은행들이 바라는 방향일 것”이라며 “요즘은 비대면 금융 활동이 활발하다보니 거래 고객 수를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신 포트폴리오를 재분배하면 지방은행의 건전성 관리도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기업대출 비중이 높으면 경기 침체 등 지역 경제 흐름에 따라 연체율이 요동칠 수 있는데, 통상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민감도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구은행의 올 1분기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67%로 전분기(0.50%) 대비 0.17%포인트(p) 상승했는데,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같은 기간 0.58%에서 0.79%로 0.21%p 올랐다. 이는 가계대출 연체율(0.27%)보다 2배 넘게 높은 수치다.
연체율 상승 등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면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통한 손실 흡수력 확충이 필요한데, 모두 비용인 건 부담 요소다. 한창 덩치를 키워가야 하는 지방은행 입장에선 영업 규모와 비례한 이익표가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은행에 대한 중소기업 의무 대출 비중 완화는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은행권 경쟁 촉직 방향성을 함께한다. 대형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가 고착화된 가운데, 영업 규제 완화로 지방은행을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 하방 우려가 커지면서 지방은행들의 여신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중소기업의 유동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잔존한다. 기업대출 취급 축소로 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지방은행의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이라는 게 취급액이 늘어날 때도 있고, 줄어들 때도 있고, 이번에 의무 비중이 완화됐다고 의도적으로 (신규 취급을) 줄이진 않을 것”이라며 “눈에 띄는 체질 개선이 이뤄질 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업황 모티터링을 강화하고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똑같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