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분 기자 입력 : 2023.06.20 07:31 ㅣ 수정 : 2023.06.20 07:31
지난해 증시 하락 속 무너졌던 ELS, 올해 뭉칫돈 몰린다 증권사들 ELS 상품 라인업, 2분기 운용이익 실적 기대감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올해 들어 증시가 살아나면서 중위험·중수익을 보장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증시 하락 속에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ELS 상품에 월평균 2조원대 뭉칫돈이 몰리자, 증권사들도 여기에 발맞춰 다양한 ELS 상품 라인업을 내놓고 시장 점유율 확대 경쟁에 나서고 있다.
다만 증권사들의 과도한 마케팅에 따른 부작용은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ELS는 투자 후 일정 하한선을 밑돌 경우 큰 폭의 원금 손실을 입을 수 있어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증시 급락 여파로 상반기에만 2800억원에 달하는 상품이 녹인(Knock-in 원금손실 구간 진입)에 접어들며 투심이 위축됐다. 지난해 12월 ELS 발행 규모는 1조3373억원에 그쳤고, 올해 1월(1조6575억원)까지 부진이 지속돼 시장이 힘을 잃었다.
그러다 올해 1분기 원화·외화 ELS 발행 규모는 총 6조75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53.4%나 늘어났다. 올 2분기도 6월 현재까지 1분기 ELS 발행규모를 넘어서면서 증가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올해 월별 발행액 추이를 보면 △1월 2조7003억원 △2월 3조4730억원 △3월 3조5343억원 △4월 4조4482억원 규모의 ELS가 발행됐다.
ELS는 특정 주식이나 주가지수의 가격 움직임에 따라 수익을 볼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보통 3개월·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일정 가격을 웃돌면 정해진 수익을 주고 조기 상환할 수 있다.
ELS 발행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증시가 당분간 폭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투자자가 그만큼 늘면서 시장이 모처럼 훈풍이 부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증시 반등으로 조기 상환도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ELS는 만기 3년에 6개월마다 한번씩 평가해 조기상환하는 구조다.
지난해 4분기 대비 올해 1분기의 ELS 조기 상환이 31%나 증가했고, 지난 4월에는 주요 기초자산별 조기 상환 ELS의 평균 연환산 수익률도 8%대를 기록했다.
시중 은행 금리가 하락기에 접어든 점도 ELS 시장으로의 유인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시중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 2~3%) 대비 높은 수익률(6~10%) 매력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증시 상황 개선으로 하반기 ELS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조기 상환 증가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은 6개월 전 발행 금액보다 조기 상환 금액이 크다는 점”이라며 “현재 코스피 역시 당분간 상승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상품 경쟁력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ELS 공모 시장이 활발해졌다.
특히 연 8~9% 세전 수익률을 내건 저녹인 지수형 ELS가 대표적이다. 이달 초 청약이 종료된 키움증권의 ‘제2379회파생결합증권’의 경우 S&P500, NIKKEI225, HSCEI를 기초자산으로 연 8% 세전 수익률을 내걸었다. 최초 조기상환 조건이 기초자산 기준가의 85%로 허들을 낮춘 데다, 녹인도 40%로 안정성을 높였다.
KB증권은 지난 14일 LG화학 보통주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유로톡스(Eurostoxx)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 KB able ELS 3017호를 포함한 원금비보장형 ELS 10종 상품을 공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4일 ELS 상품 2종인 △TRUE ELS 16127회 TRUE ELS 16129회 모집에 들어갔고, 다음날 하이투자증권은 ELS 3종인 △HI ELS 3404호 △HI ELS 3405호 △HI ELS 3406호 총 3종을 공모했다.
하나증권은 지난달 25일 조기상환 가능성을 높인 ELS 총 3종인 △하나증권 ELS 14951회 △하나증권 ELS 14958회 △하나증권 ELS 14959회를 모집했다.
시장은 증시 회복에 힘입어 당분간 ELS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증시 급락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투자에는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풀이 죽었던 ELS 공모 시장이 올해 들어 그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특히 조기 상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운용 이익 회복이 자리잡고 있어 실적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