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93)] 군생활 포기까지 생각했던 재활의 시련①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3.06.13 15:22 ㅣ 수정 : 2023.06.13 17:00

최전방 오지의 혹한과 엄동설한 고생과 교통사고 간병까지 애쓰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에 가슴이 저려
을지병원 박준영 이사장의 특별한 관심으로 치료를 맡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더욱 신경을 쓰는 모습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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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재활치료를 받던 을지로에 위치했던 옛 을지병원과 성남으로 병원 이전한 뒤의 현재 모습 [사진=김희철/을지재단]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당시에 필자는 골반이 골절된 중환자로 침대에서 꼼짝 못하는 신세지만 생리적 현상은 어쩔 수 없었다. 대구에서 출발하여 서울 을지로에 있던 구 을지병원으로 이동하는 앰뷸런스 안에서도 할 수 없이 간병하는 가족의 도움으로 해결해야 했다. 

 

그동안 최전방 전선의 오지에서 혹한과 엄동설한을 겪으며 많은 고생을 시켰는데, 이번 교통사고까지 애쓰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에 가슴이 저려왔다. 

 

을지문덕 장군을 기리는 서울 을지로에 도착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업무 지구인 을지로동은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진흙으로 된 언덕길이었다. 먼 곳에서 보면 마치 구리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 같다고 하여 구리고개, 줄여서 ‘구리개’라고 불렸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이후인 1946년에 '을지로'라는 새 이름이 생기는데, 이는 당시 중국 상인들이 구리개 일대를 조선말 무렵부터 장악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몰아내기 위해 중국 수(隋) 나라를 격파했던 을지문덕 장군의 성을 따서 '을지'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침대에 실려 을지병원에 들어서자 우선 사고 초기 입원하여 치료했던 대구의 병원보다는 규모가 훨씬 크고 전문화되어 있으며 왠지 친밀감도 느낄 수 있었다. 

 

함께 교통사고를 당해 치료받던 김종완 동기의 용산고교 시절 절친인 을지병원 박준영 이사장의 따뜻하고 의리있는 배려에 감사하는 느낌이기도 했다. 게다가 박 이사장의 특별한 관심이 표현된 강조 지시로 치료를 맡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더욱 신경을 쓰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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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병원 인접에 있던 명동 성당과 병자 성사를 하는 신부 모습[사진=김희철/명동성당]

 

함께 사고당했던 동기의 대대장 취임 소식은 군생활 포기까지 생각했던 필자에게 재활의 희망을 주어 

 

사고 직후 필자의 응급처치를 했던 대구 가야기독병원에서는 복부 수술로 파열된 비장을 제거하고 횡경막과 갈비를 치료하며 파쇄골절된 대퇴부에 골수핀을 삽입했다. 

 

이 상태로 을지병원에 도착하자 전문의들은 필자의 깨진 골반을 고정을 위해 3차 골반수술을 하며 골반고정핀(Pelvis frame)을 박아 필자의 배앞에는 골반 뼈에서 연결된 고정핀이 불쑥 튀어 나왔고, 엉덩이에는 그네를 태워 침대 위에서 몸이 공중에 떠있는 모습이 된 상태로 두달 가까이 지냈다.

 

불행중 다행이도 같은 병실에 누워 치료받던 김종완 동기는 빠르게 회복되었지만 꼼짝 못하는 필자 옆에서 소중한 말동무가 되었다. 반면에 간병하는 필자의 가족은 침대 옆의 쪽침대에서 잠을 청하며 어렵고 힘든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어느날 오후 위문온 무적태풍부대 성당의 군종신부가 완쾌 기도를 한 뒤에 성체를 김종완 동기 부부에게 주며 덕담을 하고 있었다. 

 

그 옆의 침대위에 누워서 골반고정핀(Pelvis frame)을 박고 엉덩이에는 그네받침으로 공중에 떠있는 상태로 이 모습을 지켜본던 필자는 군종신부에게 “육사 생도시절에 세례를 받았던 저에게도 성체를 달라”며 신의 가호를 바라는 마음으로 당연한 듯 말했다. 허나 그 신부는 개신교 세례는 안되고 성당에서 세례받으면 그때 주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날 이후부터 필자의 가족은 을지병원 인접에 위치한 명동성당 미사를 매일 참석하기 시작했다. 사실 하루종일 침대에서 꼼짝못하는 필자를 간병하기 위해 애쓰는 가족에겐 성당을 다녀오는 것이 24시간 간병하는 스트레스도 해소하며 가족들의 행복과 필자의 완쾌를 기도하는 소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다행히도 함께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경상을 입고 사고 당일부터 우리들을 곁에서 도움을 주었던 이재준 동기는 퇴원하여 사고 발생 한달 뒤인 5월26일 대대장으로 취임했다. 이 반가운 소식은 을지병원에서 치료받지만 완전하게 회복될지를 의심하며 군생활 포기까지도 생각했던 필자에게 재활의 희망을 주었다.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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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프로필▶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소장(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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