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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칼럼

방산수출, ‘잠금 효과(Lock-In)’ 고려한 글로벌 시장 진입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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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06.12 09:12 ㅣ 수정 : 2023.06.12 09:12

무기체계는 도입하기 시작하면 30∼50년간 사용하게 돼 다른 국가의 무기체계로 이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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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뉴스투데이=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요즘 K-방산의 글로벌 위상이 하늘을 찌를 기세다. CNN, Forbes, Economist, 로이터 통신 등 전 세계 주요 언론매체들은 앞다퉈 K-방산의 ‘신속납품’ 비결과 ‘자유민주주의의 무기고(Arsenal of Democracy)’ 역할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웃 나라 일본은 지난 7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우리나라 방위사업법과 방산발전법을 벤치마킹한 ‘방위장비품생산기반강화법’을 여야 찬성 다수로 통과시켰다. 

 

동 법안은 방산수출 촉진을 위한 기금 신설과 수출용으로 사양이나 성능 변경 시 비용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2014년 ‘방위장비이전 3원칙’ 개정 이후 부단한 무기수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미미한 일본이 부랴부랴 우리나라를 롤모델로 삼았다는 점에서 K-방산의 위세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K-방산의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K-방산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애프터 마켓 시장 보장됨으로 초기 이윤 적더라도 구매국 시장 진입 매우 중요

 

지난 10여년간 20~30억 달러에 그쳤던 방산수출이 러-우 전쟁 발발에 따른 반짝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더 나아가, 최근 폴란드가 요구한 수출금융지원에 대해서도 일부 부정적인 의견이 개진되는 상황이다. 폴란드가 요구하는 무기수입액의 절반이 넘는 수조원대 금융지원과 함께 기술이전과 현지생산을 제공하면서까지 수출을 해야 하느냐가 골자다. 

 

이에 대한 해답은 그렇게 해서라도 ‘글로벌 방산수출 시장에 일단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기수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일단 특정 국가의 무기체계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국가 무기체계로의 수요 이전이 어려운 ‘잠금 효과(lock-in)’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무기체계는 한번 도입하기 시작하면, 최소 30년에서 50년, 아니 그 이상도 사용한다. 고장 나면 부품을 교체하거나 정비해야 한다. 심지어 성능개량을 통해 거의 새로운 제품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한다. 

 

이에 따라, 방산수출은 초기 이윤이 적더라도 일단 구매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최초 무기 판매비용과 함께 수십년간 이를 수리, 정비하고 심지어 성능개량까지 이어지는 애프터 마켓(After Market) 시장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애프터 마켓 시장은 통상 무기체계 전 주기 비용의 60~80%를 차지한다. 

 

이러한 무기수출 특성을 간파한 선진국들은 지난 수십년간 구매국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반대급부’ 충족을 위한 정책과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산업연구원(2022)에 따르면, 무기거래시장에서 구매국이 요구하는 ‘반대급부’는 기술이전, 현지생산, 수출금융, 잉여·도태장비 제공 등을 포함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오늘날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무기거래 시장에서 ‘제품 자체’ 경쟁력만 가지고 수출을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단순히 수출금융지원이나 기술이전, 현지생산뿐만 아니라 구매국이 요구하는 대응구매,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정치, 외교, 군사 지원까지도 제공해야 비로소 무기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우리나라 K-2 전차가 우수한 가성비에도 불구하고 독일 레오파드 전차에 고배를 마신 것도 독일의 노르웨이 천연가스 구매 등 보이지 않는 ‘반대급부’ 지원이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구매국 대부분 예산 부족한 중·후발국가로 ‘반대급부’ 제공 없이 수출 불가능

 

수출금융 지원도 마찬가지다. 세계 1위 무기수출국 미국은 대출, 보증, 보험 등 통상적인 수출금융지원뿐만 아니라 ‘해외군사재정지원(FMF, Foreign Military Financing)’ 프로그램을 통해 일종의 ‘차관’ 형식으로 무기 구매국들의 금융지원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심지어 FMF 중 ‘원조(grant)’는 무기 구매국이 갚지 않아도 되는(non-repayable) 지원방식이다. 

 

최근 세계 방산수출 3위로 부상한 프랑스도 자국 은행 등을 통해 주요 무기수출국인 알제리, 모로코, 이집트 등의 무기수출금융 요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재정이 최하등급인 OECD 기준 7등급 국가(48개국)들조차도 대부분 1개 등급을 상향시켜 ‘조건부 승인’ 형태로 무기수출금융을 지원할 정도다. 캐나다 또한 정부 계정을 활용해 OECD 최하등급(7등급)인 쿠바에 대한 무기수출을 지원했다. 

 

전 세계 무기 구매국들이 대부분 예산이 부족한 중·후발국가라는 점에서 이러한 ‘반대급부’ 제공 없이는 실제 무기수출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출금융 등 ‘반대급부’ 제공을 통해 일단 자국 무기를 팔고 수십년간 안정적인 애프터 마켓 시장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선진국들의 공통된 무기수출전략이다. 

 

과거 우리나라 무기수출이 실패했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중국(태국 잠수함 수출), 이탈리아(UAE T-50 수출), 독일(노르웨이 K-2 전차 수출) 등에 비해 구매국이 요구하는 수출금융을 포함한 ‘반대급부’ 제공 능력에서 뒤졌기 때문임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는 페루, 콜롬비아, 이집트 등 20여개 국가에 구매국이 요구하는 수출금융, 현지생산, 기술이전, 도태·잉여물자 제공 등의 ‘반대급부’ 지원을 통해 수출을 최종적으로 성사시켜 왔다. 

 

사실 방위산업에서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가 필요한 것도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무기 구매국들의 ‘반대급부’ 충족을 위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방산기업이 대응할 수 없는 구매국들의 수출금융지원 및 대응구매 요구가 무기수출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등이 나서야 하고 범부처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구매국 수출금융지원에 대한 우려보다 부족한 재원 확보에 역량 집중해야

 

결론적으로, 폴란드의 2차 무기수출 이행계약에 대한 수출금융지원 요구는 무기거래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반대급부’의 하나로 풀이된다. 더욱이, 다른 중·후발국들과는 달리 폴란드는 고소득국가로 분류돼 OECD에서 별도로 금융지원 등급을 분류하지 않은 우량국가다. 수출금융을 적극 지원하더라도 이자와 함께 안정적인 대금 상환이 가능한 국가라는 얘기다. 

 

실제로 폴란드는 올해 NATO 31개국 중 GDP 대비 국방예산 비중이 4%로 가장 높은 국가다. 아울러, 현지생산과 기술이전도 제한적 규모의 폴란드 자국 부품 공급과 제한된 기술이전으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K-2 전차 등의 폴란드 현지생산은 우리나라와 계약한 수출물량에 한정되며, 루마니아 등 제3국 수출은 향후 수출허가(E/L) 등을 포함한 양국 간 별도의 합의를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반도에서 유사시 폴란드 현지공장을 통해 일부 무기와 부품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해외 생산기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금년도 ‘방산수출 200억 달러’ 달성 여부는 최소 100억 달러에서 최대 300억 달러에 이르는 폴란드와의 ‘2차 이행계약’ 체결 여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최대 규모의 무기수출 계약 체결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구매국들이 요구하는 수출금융지원에 대한 우려보다는 부족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국민적 관심과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러-우 전쟁 장기화로 인해 조성된 ‘글로벌 방산 골드러시 시대’의 호기를 최대한 살려 우리나라 방위산업이 조만간 ‘방산수출 4대 강국 진입’ 과 함께 2030년대 ‘국가주력산업’으로 성장 발전하기를 기원해 본다. 

 


장원준 프로필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 박사), 명지대 외래교수, 한국혁신학회 부회장,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 국방산업발전협의회 자문위원, 前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前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객원연구원, 2022년 자랑스러운 방산인(방산학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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