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 자율조직,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의 부상④
메타버스와 웹3.0이 디지털경제의 새로운 화두로 부상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탄생하며 새로운 인터넷 세상을 열고 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와 웹3.0을 표방하는 뉴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또 기존의 비즈니스 생태계에는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최근 떠오르고 있는 메타버스·웹3.0 기반의 스타트업과 뉴 비즈니스 모델의 이해를 통해 다가올 새로운 인터넷 세상의 모습을 그려보자.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노재범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동호회 활동을 하며 수익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내가 좋아하는 구단이나 스타의 팬 활동을 하며 그 구단이나 스타의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웹3.0 기반의 커뮤니티라면 이처럼 바라던 일들이 가능해진다. ‘소셜 다오(Social DAO)’에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편에서는 웹3.0 기반의 커뮤니티, 소셜 다오(Social DAO)에 대해 알아보자.
• 웹3.0 기반의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 다오(Social DAO) 뜬다!
‘소셜 다오(Social DAO)’란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구성한 탈중앙화 자율조직이다.
간혹 특정 자산에 투자도 하지만, 투자 수익보다는 사회적 관계 형성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투자 DAO’(본 시리즈 6편 참조)와 다르다.
회원으로 활동하기 위해선 소셜 다오가 발행한 토큰(암호화폐)을 일정량 구입해야 한다. 반대로, 보유한 토큰을 거래소에서 매각하면 DAO에서 탈퇴할 수 있다.
회원이 되면 누구나 커뮤니티의 운영방안을 제안할 수 있고, 다른 회원이 제안한 내용에 대해 투표할 수 있는 권리도 갖는다.
또 해당 DAO가 개최하는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할 수 있고, 한정판 굿즈(Goods)를 구입하거나, 특별 이벤트에 참석하는 등 회원만의 독점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커뮤니티 운영을 컴퓨터 프로그램(스마트콘트랙트)으로 진행해 모든 절차가 투명하다는 장점도 있다.
아래 그림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소셜 다오들이다. 몇 가지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소셜 다오 landscape>
• FWB DAO, 혁신적인 웹3.0 문화 선도
FWB(Friends With Benefits)는 새로운 웹3.0 문화 창조를 목표로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수익이 발생하면 구성원들에게 기여한 만큼 공정하게 배분한다. FWB DAO는 2020년 발족했다.
FWB DAO의 구성원은 웹3.0을 선도하는 창작가, 혁신가, 이론가, 연구전문가, 개발자 등 다양한데, 이들이 공동작업을 통해 혁신적인 창작물을 시장에 내놓는다.
현재 FWB DAO에는 약 5천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16개 팀으로 나누어 NFT(Non-Fungible Token) 갤러리, 가상 음악 스튜디오 등 40여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규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기존회원의 동의가 필수다. 예비회원이 신청서를 내면, 기존회원이 투표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이미 많은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만큼 이 과정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는 스킬과 자격을 충분히 어필해야 가능하다.
신청서가 통과된 예비회원은 FWB 토큰 75개(약 46만원)를 구매한 후 회원으로 공식 활동할 수 있다.
• 크라우스 하우스 DAO, 농구팬들이 합심해 NBA 농구팀의 인수·운영 꿈꿔..
크라우스 하우스(Krause House) DAO는 NBA 소속 농구팀의 인수를 꿈꾸는 탈중앙화 자율조직이다. DAO의 명칭 중 ‘크라우스’도 前 시카고불스(Chicago Bulls)의 단장 이름(Jerry Krause)에서 따왔다.
크라우스 하우스의 목표는 농구팬들이 직접 운영하는 NBA 농구팀을 소유하는 것이다. 이들은 실제 농구팀 인수를 위해 이미 여러 차례 자금조달을 해왔고 회원들의 반응도 뜨겁다.
예를 들어, 2021년 11월 크라우스 하우스는 NFT를 발행해 15분 만에 200ETH(이더리움, 현가 84만달러 상당)의 투자금을 확보했고, 2023년 현재 1차 목표액 1000ETH(420만달러)를 달성했다. 오는 6월 말부터 두 번째 NFT를 발행하고, 선수, 에이전트, 코치 등이 참여하는 워크숍과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이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고 싶다면 크라우스 하우스가 발행한 암호화폐($KRAUSE)를 구입하면 된다. 암호화폐 소유자는 DAO 운영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으며, 앞으로 그들이 NBA 팀을 소유하게 된다면, 티켓팅, 굿즈 판매, 파트너십, 유니폼 등과 선수·코치 선발에 대한 발언권도 갖게 될 것이다.
• 송캠프 DAO, 작곡 세계의 낡은 관행을 타파
송캠프(SongCamp) DAO는 작곡가들을 모으고, 창작물 배포를 돕는 음악 창작자를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다. 2021년 3월 오픈했다.
그동안 미국 음악계에는 여러 작곡가가 협업해 음악을 만드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를 통해 훌륭한 음악이 탄생하더라도 배급사나 기획사 등과의 이해관계 때문에 상품화되지 못하거나, 혁신적인 창작곡들은 진부하게 편곡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송캠프 DAO는 이런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등장했다. 캠프를 개최할 때마다 음악가와 비주얼 아티스트, 프로젝트 운영자 등이 협업해 2주 동안 3곡을 만들고, 해당 곡에 어울리는 커버 이미지를 제작하며 상품화를 위한 자금도 조달한다.
배급사·기획사와의 계약이나 유통채널 관리가 필요하지 않아 창작 음악을 빠르게 출시할 수 있다. 또 저작권을 관리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인력도 불필요해 운영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음악 판매를 통해 수익이 발생하면 기여자들에게 공정하게 즉시 배분된다. 예를 들어, 송캠프 DAO에서 첫 번째로 만든 세 개의 곡들은 경매를 통해 판매되었는데, 경매수익은 총 10.05ETH(경매 당일기준 3만4천달러)에 달했다.
이 수익금은 스마트콘트랙트(Smart Contract)를 통해 곡을 만들고 발매하는데 기여한 사람들의 지분에 따라 자동으로 배분되었다.
• 소셜 다오 참여 시 사회적 관계 형성과 자아실현을 최우선 목표로 접근해야..
블록체인기술의 발전에 따라,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동 영역이 확장되고 운영방식도 혁신적으로 바뀌고 있다. 개인들은 ‘소셜 다오’의 참여를 통해 동호회 활동은 물론, 사회적 영향도를 키우고 수익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상황에 따라선 기대하지 않았던 큰 수입도 얻을 수 있다. 회원 가입 시 구입한 토큰(암호화폐) 가격의 상승 때문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수익이 ‘소셜 다오’ 참여의 최우선 기준이어선 안될 일이다. 개인은 소셜 다오 참여 시 사회적 관계 형성과 자아실현에 초점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 돈을 좇는 동호회 활동은 노동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