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 '두 토끼'로 슈퍼사이클 이어간다
건조량 조절 능력과 고(高) 선가 유지 전략 펼쳐
환경친화 기조 발맞춰 ' 친환경 선박' 수주에 주력해야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빅3'가 건조량 조절 능력과 고(高) 선가(선박 가격) 유지 전략에 힘입어 슈퍼사이클(초호황)을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에도 이어갈 것이라는 청신호가 켜졌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는 선박 건조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누계 수주잔고를 꾸준히 늘린 점이 슈퍼사이클을 지속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공급 전략은 선가를 높게 유지하는 비결이 되고 있다.
조선업계의 선박 건조량 유지 전략은 과거 겪었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대목이다. 조선업계는 지난 2013~2019년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당시 조선업체들은 대규모 수주 물량에 맞서 신조선을 신속하게 인도했다.
이러한 경영 전략은 조선업계 매출 확대를 이끌기는 했지만 신조선 공급과잉으로 선사들의 발주량 감소와 신조선 가격 상승 둔화를 야기시켰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업계는 건조 속도를 조절하며 선가 협상능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협상을 펼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의 이러한 전략은 업계 호황을 수년간 유지시킬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 '현명한 건조량 조절' 깨달은 조선업계
한국 조선업계가 신조선 건조량 조절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것은 최근 3년 간 이뤄진 선박 수주량과 건조량을 비교해보면 잘 알 수 있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는 △2020년 828만CGT(표준선 환산톤수)를 수주했으며 △2021년 1764만CGT △2022년 1559만CGT를 수주했다. 연평균 수주량은 1383만CGT에 이른다. CGT는 수주·발주 물량에 부가가치를 반영한 단위 값을 뜻한다.
같은 기간 한국 조선업계 선박 건조량을 살펴보면 △2020년 882만CGT △2021년 1051만CGT △2022년 781만CGT를 기록했다. 연평균 건조량은 904만CGT에 이른다. 연평균 수주량 보다 건조량이 적다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선업계 먹거리가 쌓여간다는 뜻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누계 수주잔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건조공간(도크) 부족으로 조선사(공급자)가 선사(수요자)보다 가격 협상능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국 조선업계가 건조하는 선박은 대부분 고부가가치 선박인데 유리한 가격 협상능력까지 갖춰 조선사들의 초과 마진(이익) 확보는 더욱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월 기준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박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은 1척에 1억8400만달러(약 2438억원)를 기록했다. 이후 2021년 초 1억8659만달러(약 2471억원)로 올랐으며 올해 초에는 2억6000만달러(약 3444억원)로 껑충 뛰었다.
수년 간 요지부동이던 LNG운반선 가격이 2021년 초 소폭 상승하고 현재까지 급등하는 것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대규모 신조선 발주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공급자(조선사) 우위 시장이 갖춰져 이 기조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 조선3사는 급격한 건조량 확대를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조선업계의 LNG운반선 건조 일정이 계속 밀리고 있지만 글로벌 선사들은 국내 조선사에 여전히 신조선 발주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는 향후 선가가 다시 오를 확률이 크기 때문이며 이는 한국 조선업계가 신조선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분석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선가 상승은 선박 수급 불일치뿐만 아니라 미래에 선박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다”며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비중이 올해는 물론 내년 이후에도 계속 늘어나 조선3사의 마진 상승 역시 가팔라 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올해 매출 11조5237억원, 영업이익 2753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매출 9조455억원, 영업손실 2892억원을 크게 웃도는 숫자다. HD현대중공업은 내년에는 매출 13조940억원, 영업이익 7028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2022년 매출 5조9447억원, 영업손실 8544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매출 8조124억원, 영업이익 2048억원 △2024년 매출 9조8125억원, 영업이익 4465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2022년 매출 4조8602억원, 영업손실 1조6136억원으로 경쟁 조선업체에 비해 크게 부진했지만 △올해 매출 7조2463억원, 영업이익 95억원 △2024년 매출 9조203억원, 영업이익 4143억원으로 급격한 실적 회복세가 점쳐진다.
■ 건조량 조절이 선가 상승으로 이어져
최근 전세계 선박 발주량이 일부 감소하고 있지만 신조선가(새로 수주한 선박 가격)는 여전히 상승세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업계가 호황임에도 건조량을 크게 늘리지 않아 신조선 수급 불균형으로 신조선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조량 조절 전략에 힘입어 한국 조선업계가 신조선 시장에서 꾸준히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임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LNG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다양한 선박의 신조선 가격을 대변하는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 2019년 129포인트를 기록했으며 △2020년 127포인트 △2021년 153포인트 △2022년 161포인트 그리고 △올해 초 162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 조선업계 주력 건선종(건조선박 종류)인 LNG운반선 수요는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투자증권 리포트는 전세계적으로 LNG전 개발이 잇따르면서 LNG 연료 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LNG 물동량은 여전히 증가 추세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LNG운반선 가격은 앞으로도 꾸준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 올해 일시적 수주 감소 거쳐 내년 수주 확대감 커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한국 조선업계가 총 850CGT의 물량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수주물량 1559만CGT의 54%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한국수출입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일시적 신조선 수주 침체가 예상되지만 노후선박 교체 등 잠재적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이러한 잠재 수요를 확실히 파악해 조선업계는 꾸준히 신조선 수주에 힘을 기울여야 하고 확실한 친환경 선박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이어 “해상환경규제는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다만 글로벌 선사들이 적극적으로 발주에 나서지 않고 관망세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어 국내 조선사들은 친환경 선박을 조속히 개발해 고객사를 공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대규모 신조선 발주가 2024년부터 이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24년 유럽연합(EU)의 해운업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될 예정이고 이후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연료규제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탄소집약도지수(CII)제도 또한 엄격하게 적용돼 글로벌 선사들이 이를 외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CII는 5000t 급 이상 선박이 실제 연간 연료소모량과 운항 거리를 기반으로 선박 효율성을 계산하고 이에 따라 CII 등급을 부여 받는 제도를 뜻한다. 선사는 허용 값 달성도에 따라 CII 달성값 A(높은 등급)부터 E(낮은 등급)까지 등급을 받는다.
선박이 D등급을 3년 연속 받으면 운항 금지 조치에 취해지고 E등급을 받은 후 빠른 시일 내 개선노력이 실패하면 1년 후 선박 운항이 금지된다. 이는 선사가 미리미리 친환경 선박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