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지원도 갓삼성”…법 보다 앞선 ‘일·가정 양립 제도’
한때 한국은 온 사회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저출산을 독려했다. 그런데 불과 약 반세기 만에 한국 사회는 정반대 현실에 놓였다. 젊은 층에서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하며 출산율이 급격하게 줄어 들었고, ‘인구절벽’의 기울기가 날로 가팔라지고 있다. 저출산의 배경에는 자녀양육에 대한 경제적·정서적 부담과 일·가정생활 양립에 어려움이 크게 작용한다. 때문에 저출산은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서 해결해야 하는 사회문제로 자리매김했고, 실제 기업들에서는 출산·양육 친화 사내문화 조성으로 해법 모색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출산·양육 정책’을 총 30회 시리즈 기획을 통해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각 계열사의 사업전략을 챙기는 것만큼이나 사내 보육시설과 일과 가정의 양립 등 복지와 조직문화도 중요하게 여기고 직접 살피기로 유명하다.
이 회장은 올해 초 설 명절을 기념해 새해 출산한 여성 임직원들에게 최신형 공기청정기를 선물한 미담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선물과 함께 “가정에 찾아온 소중한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며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사랑스러운 자녀가 건강하고 지혜롭게 자라기를 바라며 항상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는 따뜻한 마음 담은 메시지를 동봉해 함께 전달했다.
지난해 추석에는 해외 출장에 나가 있는 임직원 가운데 자녀가 6명 이상인 다자녀 가정에는 최신 갤럭시 폴더블폰과 태블릿 PC를, 장기간 해외 출장 중인 임직원의 국내 가족들에게는 굴비세트를 선물하기도 했다.
또 이 회장은 같은 해 8월 삼성SDS 본사를 방문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 직원들과 만나 고충에 귀 기울이고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직원이 진정한 애국자다”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임직원의 일·가정생활 양립’에 대한 이 회장의 강한 의지에 따라 삼성전자는 혁신을 통해 법정 기준보다 더 다양한 육아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4일 삼성전자 제공 자료에 따르면 ‘육아·난임·자녀돌봄 휴직제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을 선제적으로 도입했으며, 현행법 기준보다 더 다양한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육아제도의 기본인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 양육 시 최대 1년이 보장된다.
반면 삼성전자의 육아휴직 사용 가능 기간은 2년으로 1년 더 길고, 자녀 연령도 4세 더 많은 만 12세다. 만 12세 혜택은 그간 여성 직원에 한해서만 적용됐는데, 2019년부터 남녀 구분 없이 전 직원 모두가 동등하게 혜택을 누리고 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난 후 혹시나 모를 일자리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법에서 규정하는 기간조차 채우지 못하고 복직하는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회사에서 먼저 나서 선제적 육아휴직 제도를 운영하다 보니 임직원들은 부담 없이 육아휴직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국내 임직원 기준으로 2021년 육아 휴직자 수는 약 3900여명”이라며 “육아 휴직을 끝내고 난 후 복귀율은 98.3%에 이를만큼 대부분 정상적으로 업무로 복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육아휴직 외에도 임신·출산 전후 사정을 고려해 현행법에서 ‘10일’로 규정하는 배우자 출산휴가를 15일(다태아 20일)로, ‘유급 1일·무급 2일’로 규정된 난임 휴가는 ‘유급 5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현행법에는 없는 배우자 유·사산 휴가 유급 3일도 지급한다.
육아라는 게 하루 이틀하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임직원들이 워킹패런츠(Working parents, 일하는 부모)로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임신·출산 전후만큼이나 복직 이후의 지원도 중요하다.
워킹패런츠들이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보육시설이다.
저출산 여파로 전국의 어린이집 수가 4년 동안 8000여곳이나 줄어들며 어린이집 입소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게다가 최근 몇년간 보육시설에서 아동 학대사건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어딘가에 맡겨야 하는 부모로서 보육시설은 반드시 필요한 복지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을 통해 워킹패런츠 임직원들의 고충을 덜어주고 있다. 2021년 기준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사내 어린이집은 15곳, 총 정원은 3300명으로 어린이집 시설은 향후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육아휴직 기간 동안 업무적 공백을 겪은 임직원이 복직 후 업무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 및 멘토링, 재택근무 등을 지원하는 리보딩(Re-boarding) 프로그램도 구축했다.
이에 따라 육아휴직 후 복귀한 직원의 부서장이나 조직이 변동됐을 경우, 동일 업무를 5년 이상 수행했을 경우 본인 의사에 따라 기존 경력과 연관성이 있는 업무나 부서에 우선적으로 배치한다.
삼성전자는 굵직한 육아제도는 물론이고 일상 속 편의를 통해서도 출산·양육 지원을 실천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02년부터 모성보호 휴게실을 설치해 업무 중에 힘들면 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사내식당 내 예비맘 코너를 마련해 별도 간식을 제공하고 있다”며 “임부주차장, 통근버스 배려석도 마련해 업무 편의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출산과 육아 관련 제도와 시설, 법정 기준이 없는 다양한 지원까지도 운영해 임직원이 가정과 직장의 밸런스를 유지하도록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