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손보사' 차이가 리딩금융 갈랐다…KB손보 '효자' 노릇 톡톡

김태규 기자 입력 : 2023.05.09 07:22 ㅣ 수정 : 2023.05.09 07:22

KB손보, 그룹 순익기여도 16.9%…KB라이프도 16배 성장
신한금융, 신한라이프 선방했으나 신한EZ손보 순손실 기록
보험연구원 "손보사, IFRS17 적용 시 순이익 크게 증가"
보험 부문 강화 필요한 신한‧하나‧우리, 보험사 인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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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손해보험]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보험업계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된 실적을 공개하는 가운데 지주계열 손해보험사가 '리딩금융'을 가르는 기준이 됐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가장 큰 당기순이익을 나타낸 곳은 1조4992억원을 기록한 KB금융지주다. KB국민은행이 예대마진 축소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대한 충당금을 확대하면서 9315억원의 순이익을 보여 전년 동기 9773억원 대비 4.7% 감소했다. 반면 KB손해보험은 2538억원으로 전년 동기 2019억원과 비교해 25.7% 증가한 호실적을 거두면서 16.9%의 그룹 실적 기여도를 나타냈다.

 

올해 1월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통합하면서 출범한 KB라이프생명 역시 올해 1분기 937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KB금융의 실적에 기여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당기순이익 55억원과 비교해 1603.6%나 성장한 수치다. 

 

KB금융과 리딩금융 경쟁을 이어오고 있는 신한금융지주는 대형 손보사의 부재가 크게 드러났다. 신한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1조3880억원으로, 전년 동기 와 비교해 0.2% 성장했다. KB금융에 비해 보험 부문 경쟁력이 약한 신한금융은 신한라이프가 1분기 13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으나, 전년 동기 1386억원과 비교해 3.5% 감소하면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또 신한금융이 지난해 6월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지분을 인수하면서 탄생한 손해보험 계열사 신한EZ손해보험은 1분기 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신한EZ손해보험은 규모가 작고 온라인 영업에 특화돼 그룹 실적에 영향을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KB금융이 리딩금융을 탈환한 데는 대형 손보사인 KB손보의 역할이 컸다. KB손보의 순익 성장은 IFRS17 적용 효과로 풀이된다. 보험연구원의 'IFRS17 사전 공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손보사는 IFRS17 적용 시 기존 회계기준(IFRS4)과 비교해 당기순이익이 5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IFRS17로 평가된 자본이 대폭 증가했고, 특히 손보사는 이익도 상당히 증가했다"면서 "제도 도입 시기와 금리 상승기가 맞물려 예상보다 높은 할인율로 보험부채가 평가돼 부채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B‧신한금융에 비해 보험 부문이 취약한 하나금융지주는 보험 계열사가 모두 적자를 보였다. 하나생명은 20억원의 순손실을 나타냈고, 하나손해보험은 83억원의 순손실을 나타냈다. 하나손보는 전년 동기 대비 적자폭이 증가했다. 하나손보는 장기 보장성 인보험 판매를 위한 인프라 구축 비용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4대 금융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를 보유하지 않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1분기 순이익은 9113억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비은행부문 강화에 나선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인수합병(M&A) 시장 상황과 경기 침체 여부 등을 감안하면 보험사를 우선 인수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M&A 시장에 나온 증권사 가운데 매력적인 매물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매물로 나온 보험사는 KDB생명과 ABL생명, MG손해보험 등이며 롯데손해보험 역시 잠재적 매물로 언급되고 있다. 롯데손보의 경우 규모가 크고 이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가장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

 

은행, 증권 등 금융권의 업황이 어두운 가운데 보험업계는 상대적으로 전망이 밝은 편이다. 취급하는 상품 대부분이 장기 가입 상품이어서 경기 변동 영향이 적고, 올해부터 IFRS17이 본격 도입된 점도 호재로 여겨진다. 때문에 우리금융뿐 아니라 보험 부문이 취약한 하나금융 역시 보험사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한라이프가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하며 선방했고, KB라이프 역시 통합 이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한금융은 리딩금융 대결에서 대형 손보사의 부재가 뼈아프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KB라이프는 2분기 통합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여 보험 부문에서의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우리‧하나금융뿐 아니라 신한금융도 손보사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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