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삼성디스플레이 vs. ‘루시드’ LG디스플레이…車 OLED 시장서 대격돌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차량용 디스플레이 역할은 차량 정상 주행 가능 여부, 평균 연비, 디지털 속도계, 차량 설정 등을 보여주는 정도로 기능이 매우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자동차 모바일화로 차량용 디스플레이로 다룰 수 있는 기능과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있고 자동차가 이동수단 이상의 공간으로 여겨지면서 디스플레이 중요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용 디스플레이가 디스플레이 업계의 새로운 캐시카우(주요 수익 창출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인 차량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는 수익성 극대화 수단으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전 세계에 불어온 경기침체 영향으로 디스플레이 업계가 위축된 가운데 올해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업계 양대주축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월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 ‘CES2023’에서 차량용 OLED를 앞다퉈 공개하며 각축전을 예고했다.
특히 두 회사는 모두 해외 자동차 제조업체에 차량용 OLED를 납품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본격적인 힘 겨루기를 펼치는 모습이다.
■ 차량용 OLED 첫주자 LG디스플레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 공략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의 차별화 전략으로 탠덤(Tandem) 기술을 내세운다. 탠덤 OLED는 유기발광층을 2개 층으로 쌓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기존 1개 층 방식과 비교해 더 밝고 수명도 긴 점이 특징이다.
2019년 최초로 탠덤 OLED 양산에 성공한 LG디스플레이는 ‘2세대 탠덤 OLED’ 양산에 들어간다.
LG디스플레이 만의 독보적인 탠덤 OLED에 탄성있는 플라스틱 기판이 결합되면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P(플라스틱)-OLED’가 탄생한다. 차량용 P-OLED는 LCD(액정표지장치)에 비해 소비전력을 60% , 무게는 80% 줄여 전기차 시대에도 최적의 디스플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차량용 P-OLED의 업계 내 위상은 메르세데스-벤츠와의 거래로 입증됐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20년 ‘벤츠의 기함’으로 불리는 S클래스 세단에 차량용 P-OLED 패널을 단독 공급한 데 이어 이듬해 출시된 전기차 세단 ‘EQS’에도 납품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에는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를 새로운 고객사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루시드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30인치 초반대 OLED를 납품할 계획이다.
또한 포르쉐, 아우디로부터 미래 전기차용 대형 패널을 개발해달라는 공문 요청이 들어와 이에 따른 구체적인 사업 협력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LG디스플레이는 수주형 사업의 한 축이자 성장동력으로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계속 육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50인치대 초대형 OLED를 시작으로 슬라이더블 OLED, 투명 OLED 등 프리미엄 차량용 디스플레이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리미엄 차량용 디스플레이 선점으로 모빌리티(이동수단) 혁신과 시장 주도권을 강화한다는 경영전략도 마련했다.
LG디스플레이는 우선 30인치대 P-OLED를 상용화하고 향후 대시보드 전면을 모두 채울 수 있는 50인치까지 크기를 확대해 차량용 디스플레이 대형화에 집중한다.
이어 2025년 이후 투명 OLED, 2026년 이후 슬라이더블 OLED 등을 차례대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투명 OLED는 디스플레이는 물론 유리창 기능까지 제공해 차량 내외부 모두에 탑재할 수 있는 등 확장성이 매우 크다. 또 슬라이더블 OLED는 화면을 밀어 확장하는 방식으로 대화면 고화질 콘텐츠를 시청하는 데 최적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획기적인 차량용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보여 보다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모빌리티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자동차 산업 발전에 따라 차량용 디스플레이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미래 자동차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신기술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후발주자 삼성디스플레이, 대형 수주로 맹추격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직접 챙기는 전장사업의 하나다.
이재용 회장은 올해 초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과 만나 TV가 아닌 IT기기와 전장용 디스플레이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경쟁사 LG디스플레이에 뒤처져 있지만 대형 수주를 따내며 맹추격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7년 독일 완성차업체 아우디 4세대 A8에 뒷좌석 콘트롤러용 5.7인치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해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이듬해에는 아우디의 첫 전기차 e-트론(Tron)에 ‘버추얼 익스테리어 미러용’ 7인치 OLED 디스플레이를 납품했다. 2021년에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디지털 사이드 미러’에 OLED를 공급했다.
올해는 독일 완성차 기업 BMW 에이스맨에 13.4인치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며 2024년부터 양산하는 BMW 신형 최고급 세단용 OLED 디스플레이 공급 계약도 따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양산이 시작된 이후 6~7년 간 BMW 차량 400만대에 OLED 디스플레이를 납품한다.
이에 힘입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이탈리아 슈퍼카 페라리(Ferrari)의 차세대 자동차 모델에 탑재될 디스플레이 솔루션 개발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OLED 기술력을 토대로 럭셔리 슈퍼카 브랜드에 적합한 고급스러우면서도 혁신적인 차량용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개발·공급한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삼성 OLED는 가벼운 구조와 얇은 베젤로 디자인 확장성이 우수하고 완벽한 블랙과 깊은 명암 표현이 가능하다. 혁신적이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원하는 자동차 제조사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며 “특히 OLED의 저전력 특성은 자동차 효율을 극대화하는 더욱 매력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 차량용 OLED 독식한 韓, 주도권 굳히기 위한 초격차 박차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은 성장세를 타고 있다. 디스플레이 전문 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차량용 디스플레이 출하량은 2억장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DSCC는 “자동차 한 대당 평균 2장 이상 패널을 탑재한다는 뜻”이라며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자동차의 전자장비화에 따라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올해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가운데 특히 OLED는 업계 블루오션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올해 차량용 OLED 패널 매출이 2억696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38.6%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29년 매출 규모는 13억941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이처럼 유망한 점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호재다. 현재 차량용 OLED 시장은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글로벌 OLED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은 LG디스플레이가 65.9%로 1위를 차지했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34.1%로 뒤를 이었다.
차량용 OLED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디스플레이 시장의 새로운 도전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 추격하기 전에 주도권 굳히기를 위한 기술 초격차(상대방이 추격할 수 없는 기술 격차) 전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LCD 시장은 중국이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차량용 OLED는 아직 중국 입지가 크지 않다. 차량용 OLED 시장은 사실상 한국 기업의 독무대”라면서도 “당장에 시장 흐름이 바뀌진 않겠지만 중국 OLED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 안심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당분간 차량용 OLED 시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패권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차랑용 OLED 선두주자 LG디스플레이가 입지를 이어갈지, 후발주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도권을 빼앗아 올 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