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킹통장 금리 주춤하자…우량 증권사 '발행어음 CMA'로 환승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은행권의 파킹통장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던 증권사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다시 돈이 몰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을 포함한 은행권 파킹통장 금리가 줄줄이 인하하자, 그 대안으로 3%대 후반의 높은 금리를 주면서도 우량한 증권사로 투자처를 갈아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에만 CMA 계좌는 지난해 말(57조5036억원) 보다 7조2928억원(12%) 가량 불어났다. 계좌수도 3640만개로, CMA가 도입된 2006년 이후 최대 규모로 늘었다.
이중에서 지난 8일 기준 발행어음형 CMA 잔고는 12조9768억원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달성했다. 한 달 전(11조1468억원)과 비교해 16% 넘게 늘었고, 2개월 연속 증가세다. 발행어음형 CMA 계좌수는 512만개에 이른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단기성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지급한다.
수시 입출금과 급여 이체, 카드대금 납부, 체크카드 사용 등이 가능해 사실상 예금 계좌처럼 쓰인다. 운용 대상에 따라 환매조건부채권(RP)형, 머니마켓펀드(MMF)형, 발행어음형 등이 있다.
여기서 발행어음형 CMA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만 가능하다. 이는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고 약정한 원리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국내에서 발행어음형 CMA 발행이 허가된 곳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4곳이다. 하루만 맡겨도 3.70~3.75%대(9일 기준)의 이자를 준다.
현재 발행어음형 CMA의 금리가 가장 높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으로 연 3.75% 금리를 제공한다. 미래에셋증권 3.70%, KB증권 3.65%, NH투자증권 3.45% 등이다.
한마디로 최근 증권사 발행어음형 CMA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다시 내려갔고, 대형 증권사의 CMA 이자율은 연 3%대 후반까지 회복하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대형 증권사의 CMA 수익률은 1% 초반에 머물렀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 등 연 5%에 가깝던 파킹통장 금리가 최근 연 2~3%대로 주저앉았다. 금융당국의 예금금리 인상 억제 압박 이후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내린 영향이다.
CMA는 은행권 파킹통장과 달리 예금자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편이어서 투자자금을 잠깐 예치해두는 용도로 적합하다.
증권업계는 앞으로도 CMA 잔고가 발행어음형을 중심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국의 은행권 금리 하향 압력이 이어지고, 글로벌 금리 인상 속도도 둔화해 CMA에 대한 인기는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여기에다 증권사들 자본 확충이 이어지는 만큼 자기자본 2배까지인 발행어음 발행한도가 커질 예정이고, 하나증권과 키움증권 등 초대형IB가 추가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증시가 점차 회복 기미가 보이자, 투자자들이 발행어음 CMA로 이동하고 있다”며 “정기예금, 적금과 달리 수시입출식이라는 점도 장점이지만 예금자보호가 안 되는 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