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매물 쏟아지는 M&A 시장…흥행 성공할까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보험사 매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M&A 시장은 잠잠하기만 하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BL생명과 MG손해보험, KDB생명 등 3곳이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롯데손해보험도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많은 보험사가 매물로 나왔거나 언급되고 있지만, 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시행되면서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봐야 하는 만큼 인수전이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ABL생명과 KDB생명은 유력한 인수후보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매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중국 다자보험은 지난해 12월 ABL생명 매각을 위해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법률자문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를 주관사로 선임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수후보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다자보험은 중국보험보장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중국 정부 소유의 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 다자보험 민영화를 추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고, 최근 다자보험이 그룹 내 비핵심 자산 정리에 나서면서 ABL생명도 대각 대상에 올랐다.
KDB생명은 올해 다섯 번째 매각을 추진한다. 2014년부터 매각을 꾸준히 추진해왔으나 번번이 무산된 KDB생명은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매각을 진행 중이다. KDB산업은행은 올해 1분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2분기 거래 종결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까지 상황은 진척되지 않고 있다.
당초 MG손해보험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JC파트너스가 KDB생명 인수를 추진했으나 금융당국이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면서 KDB생명의 인수 자격을 상실했다.
KDB생명은 IFRS17과 K-ICS 도입으로 자본관리 부담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7~8% 수준의 고금리 확정형 보험부채가 쌓이면서 자본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5월 도래 예정인 2억 달러(한화 약 2160억원) 규모의 외화신종자본증권 콜옵션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MG손보의 경우 부실금융기관 지정과 관련해 JC파트너스와 금융당국 간 법정 공방이 지속되고 있어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매각이 이뤄진다고 해도 MG손보의 포트폴리오를 개선할 필요가 있어 정상화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MG손보 매각은 JC파트너스와 예금보험공사(예보)의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모펀드 더시드파트너스가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JC파트너스 주도의 매각작업이 무산됐다.
예보는 금융위원회, 매각주관사 삼정KPMG와 재매각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는 롯데손해보험은 대주주가 된 지 5년 차를 맞은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를 위한 매각에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롯데손보는 흑자전환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다만 IFRS17 하에서 기업가치 상승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IFRS17 도입에 대비해 손해율 관리가 어려운 자동차보험 비중을 줄이고 계약서비스마진(CSM) 규모를 높일 수 있는 장기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려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손보가 최근 펀드 손실과 관련해 메리츠증권과 갈등을 빚고 있는 점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손보는 5000만달러(한화 약 650억원) 규모의 펀드 손실을 두고 메리츠증권이 판매한 해당 펀드의 위법성을 조사해달라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메리츠증권과 운용사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에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롯데손보는 메리츠증권의 투자 권유로 투자를 집행하면서 투자 위험에 대한 충분한 고지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실사 과정에 롯데손보가 직접 참여했고, 담보와 관련 내용이 실사보고서에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어 투자자들도 해당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손보가 승소할 경우 투자금과 지연 이자까지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 측의 주장이 다르고 해당 펀드에 투자해 손실을 본 KDB생명과 한국거래소, 교직원공제회 등 다른 기관들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어 소송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소송 결과에 따라 롯데손보 매각 시점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의 인기가 시들하면서 매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비은행 강화에 나선 우리금융지주가 인수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증권사를 우선 인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새 주인을 찾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은행 강화를 노리는 우리금융이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지만 증권사 우선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여 사모펀드 쪽으로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사모펀드 인수도 구체적으로 들리는 바는 없으나 물밑 조율 중인 곳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생보사 인수 의향이 있는 곳들은 IFRS17, K-ICS 등 신제도 도입 영향을 더 지켜보지 않을까"라며 "손보사의 경우 MG손보는 큰 매력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