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퇴직연금시장…다시 시동거는 증권사들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올해 1분기(1~3월)가 마감된 가운데 증권사들은 날로 커지는 퇴직연금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진작부터 연금 시장에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탄탄한 운용 채비에 들어가거나 최근 불어난 시장 규모를 보고 신규 수익원을 삼으려는 등 증권사들의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 주목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6년 147조원이던 퇴직연금시장은 2021년 295조6000억원으로 5년 만에 약 2배로 늘어났다. 실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시장 규모가 336조원 수준에서 2032년 155.9% 성장한 86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2032년까지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이 각각 158.1%와 312.0% 늘어나 222조원과 229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업계는 현재 퇴직연금 시장에서 전체 2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시장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14곳의 전체 적립금은 73조8467억원으로 나왔다. 이는 전년 동기(63조991억원) 대비 17.03% 늘어난 수치다.
그만큼 증권사들은 퇴직연금시장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증권사들은 조직개편을 통한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자산관리 체계 강화에 방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자산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국민들의 은퇴자산 마련을 위한 정책을 여러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고, 예적금 등 원리금위주로 운용됐던 퇴직연금은 운용 실적이 중요해지면서 실적배당 형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증권은 퇴직연금시장을 노리고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손님자산운용본부와 연금사업본부로 나눠져 있던 개인손님 자산관리 관련 부서들을 연금신탁본부로 통합한 것이다. 그렇게 통합된 연금신탁본부는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으로 배치됐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운용사의 '투자와 연금센터'를 증권사 WM산업부 산하 투자전략부문에 편입시켰고, 신한투자증권(055550)은 WM그룹과 퇴직연금사업그룹을 리테일 그룹과 통합해 개인고객그룹으로 확대 개편했다.
증권사들은 거래 편의성과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양질의 적격 상품을 설계하고 제공하는 것이 금융기관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 우위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서다.
한국투자증권(071050)은 지난 10일 증권사 최초로 '퇴직연금규약 모바일 동의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연금에 가입한 기업은 카카오톡을 통해 간편히 임직원의 동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6월에는 퇴직연금 전용 앱 ‘my연금’을 출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초 DC 모바일 사전가입 서비스를 내놨다. 이 서비스를 통해 개인연금, IRP에 이어 퇴직연금 DC도 모바일 비대면 신규 가입이 가능하다.
NH투자증권(005940)은 가입자들의 연금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 ‘연금솔루션 서비스’를 모바일 앱을 통해 공개했다.
삼성증권(016360)은 퇴직연금을 주제로 법인 세미나 진행은 물론, 증권사 처음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연금S톡’을 선보였다. 하나증권은 지난달 하나금융그룹의 퇴직연금 전문 브랜드 ‘하나 연금닥터’ 서비스를 론칭했다.
현대차증권(001500)은 한국연금투자자문과 적립금운용계획서(IPS) 컨설팅 자문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 협약으로 DB형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기업 대상 퇴직연금 자산관리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퇴직연금시장에서 고객확보를 하려면 포트폴리오가 강점이다”며 “여기에 발맞춰 증권사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가입자들의 니즈에 대응하는 등 수익률 제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