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은행’ 공동점포 신설 지지부진···눈치싸움만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디지털 금융 확산에 따라 가속하는 은행 점포 폐쇄 대안으로 ‘한 지붕 두 은행’인 공동점포가 떠오르고 있지만, 신설 속도는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일부 은행들끼리 뜻을 맞춰 공동점포 개점에 나섰지만 올해 들어서는 사실상 답보 상태다.
은행권에선 공동점포를 새로 만들기 전 고객군이나 효율성 등 따져야 할 게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빠른 속도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당국이 추가 점포 폐쇄 자제를 압박하고 있는 점도 공동점포 운용 환경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있는 공동점포는 총 5곳으로 △KB국민은행·신한은행의 경기 양주 고읍점과 경북 영주지점 △KB국민은행·부산은행의 부산 금곡동 지점 △하나은행·우리은행의 경기 용인 신봉점과 경기 하남 미사점(ATM) 등이다.
공동점포는 2개 이상의 은행이 한 공간에서 여·수신 등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곳이다. 각 은행의 인력·설비가 모여 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효율성을, 고객 입장에서는 편의성을 각각 기대할 수 있다.
공동점포의 탄생은 최근 은행 점포가 급감하는 추세와 맥을 같이 한다. 은행들은 온라인뱅킹 등 비대면 금융 활성화로 대면 업무 수요가 줄어들자 점진적으로 점포를 폐쇄하고 있다. 점포 운영을 위해 쓰이는 인건비·관리비 등 고정비 지출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점포는 6099개로 2021년 9월 말(6488개) 대비 389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은행 종사자 수도 2636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점포 폐쇄가 가속하면서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기에 금융당국과 정치권도 대안 마련을 요구하자 은행들은 공동점포 신설로 진화에 나섰다. 다만 지난해 말 이후 추가 개점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들 설명을 종합하면 공동점포 개점을 위해선 점포 공간 확보와 운영 방식 조율 등이 필요한데, 사실상 ‘라이벌’ 관계인 은행들끼리 이를 맞추긴 쉽지 않다. 또 한 공간에서 업무를 볼 때 생기는 영업 전략 노출 등의 우려도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많은 고객들이 공동점포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아직 실험적 성격이 남아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타행과 함께 운영하는 만큼 단독 점포 개점보다 더 보수적으로 수지타산을 맞춰야 하는 부담도 있다.
당분간 공동점포 신설 계획이 없다고 밝힌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공동점포를 만들기 위해선 주력 고객군이나 상품군이 어느 정도 비슷한 은행끼리 뜻을 맞춰야 하는데, 여전히 완벽하게 뜻을 맞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은행 점포 폐쇄 자제를 강력히 요구하는 점도 공동점포 운용 흐름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공동점포를 만드는 이유가 기존 점포 폐쇄의 부작용 때문인데, 앞으로 점포를 줄이지 않으면 공동점포 신설 필요성도 그만큼 낮아지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점포 폐쇄 논의에 지역민이 참여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앞으로는 은행들이 점포를 줄여나가기 어려운 환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공동점포 외에도 편의점 내 점포나 공통 ATM 점포 등도 추가로 만들어 고객 불편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