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무너졌다는 김민재가 간과한 '국가대표'라는 직업의 무게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국가대표 축구선수 김민재(27)가 지난 28일 우루과이전 패배 직후 한 인터뷰 발언 내용으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김민재는 "멘탈적으로(정신적으로) 무너져 있는 상태이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대표팀보다 소속팀에만 집중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와 조율이 된 건지를 취재진이 묻자 김민재는 "조율이 됐다고는 말씀 못 드리겠다. 이야기는 좀 나누고 있었다"고 말했다. 더 상세한 설명을 부탁했지만, 김민재는 더는 말하지 않고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그는 '괴물 수비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유럽 빅리그인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에서 유럽 최고 수비수로 활약중이다. 나폴리 활동에만 집중하겠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국가대표팀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김민재의 마음고생은 이해가 가지 않는 바가 아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평가전에서 1-2로 졌다. 나흘 전 치러진 콜롬비아전에서도 2-2 무승부를 거뒀다.
김민재 입장에서는 두 경기 연속으로 '멀티 실점'을 허용했다. 더욱이 콜롬비아전에서는 전반전을 2골 차로 앞선 채 마쳤다가 후반전 초반 2골을 연달아 내주고 말았다. 수비 실책이 승패를 갈랐다는 자책감이 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김민재는 세리에A 우승 가도를 달리는 나폴리에서 거의 매 경기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완전치 않은 몸상태로 카타르 월드컵에 나서 한국의 16강 진출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러나 김민재의 발언은 '국가대표'라는 직업의 무게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나폴리는 현재 세리에A 선두(승점 71)를 달리고 있다. 2위(승점 52) 라치오와 격차는 승점 19나 돼 우승이 유력하다. 리그 최소 실점(16골)의 밑바탕에는 김민재의 든든한 수비력이 있다. 나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에도 올라가 있다.
김민재로서는 나폴리의 일원으로서 유럽 빅리그에 집중함으로써 첫 시즌을 화려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축구 선수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김민재가 대표팀에서 빠진다면, 클린스만 감독은 김민재 없이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청사진을 그려나가야 한다. 대표팀에게 악재가 되는 셈이다. 손흥민, 박지성, 기성용 등 유럽파 선배 선수들이 유럽 리그를 뛰면서 국가 대표팀 역할도 기쁘게 수행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