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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소액주주 반대에도 물적분할 고집하는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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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3.27 05:00 ㅣ 수정 : 2023.05.04 15:56

DB하이텍, 소액주주 반대한 물적분할 6개월만에 재추진
소액주주 "분할로 만든 회사 상장하면 기존 회사 기업가치 하락"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주주 권익 제고 방안’으로 주주 달래기
파운드리·브랜드 사업을 함께 육성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
DB하이텍, SiC, GaN 국책과제에 참여해 선진기술 확보에 박차
반도체 파운드리외에 디스플레이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 추진
업계 "물적분할후 자회사 상장으로 소액주주 피해 막는 제도적 장치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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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식 DB하이텍 대표와 반도체 부천 공장 전경 [사진=DB하이텍 / 뉴스투데이 편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문 업체 DB하이텍이 소액주주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던 물적분할을 6개월 만에 다시 추진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오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파운드리(제조)와 브랜드(설계) 물적분할 안건을 올리기로 했다. 두 사업이 함께 성장하려면 물적분할이 불가피하다는 게 DB하이텍 입장이다. 

 

DB하이텍은 “고객사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파운드리와 브랜드 사업 구조를 고려해 두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브랜드 사업의 독자 경영 체제를 확립하려면 모기업 지원이 반드시 필요해 물적분할 후 자회사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분할로 새롭게 설립된 회사가 상장하면 기존 회사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DB하이텍은 지난해와 달리 신설 법인 상장을 추진하지 않겠다며 주주친화 정책을 함께 제시했지만 소액주주들은 충분하지 않다며 여전히 반발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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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DB하이텍 제70기 정기주주총회 안건 설명 자료 일부 발췌]

 

■ DB하이텍, 파운드리-브랜드 물적분할 재시동

 

DB하이텍 이사회는 지난 7일 반도체 설계 사업을 담당해 온 브랜드 사업부 분할을 2023년 정기주주총회 심의 안건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DB하이텍은 “파운드리는 고수익 전력반도체를 주축으로 한 순수 파운드리로 거듭나고 브랜드 사업 분할 후 새롭게 설립되는 자회사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구동칩 분야에 집중해 각각 전문화된 경쟁력을 토대로 동반성장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DB하이텍은 분할 후 성장 전략에 관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내놨다.

 

우선 파운드리 사업은 분할 이후 파운드리 고도화에 집중한다. 세계적인 경쟁우위에 있는 전력반도체를 토대로 부가가치가 높은 고전압 제품과 특화 센서 라인업(제품군)을 넓히겠다는 얘기다. 또한 제품 납품처를 자동차와 산업 등으로 넓혀 수익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DB하이텍은 무엇보다 전기자동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실리콘카바이드(SiC)·질화갈륨(GaN) 등 차세대 전력반도체 기술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SiC과 GaN는 화합물 반도체다. 이 반도체는 두 종류 이상의 원소를 결합해 새로운 웨이퍼를 만들어 그 위에 회로를 만든다. 기존 실리콘 반도체의 최대 동작 온도가 150도라면 SiC 반도체는 400도, GaN 반도체는 800도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DB하이텍은 이미 SiC, GaN 국책과제에 참여해 선진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SiC 개발투자를 진행하고 현재 6인치 기반인 SiC을 8인치 크기로 만드는 시장에 진출하는 등 공격경영을 펼치고 있다. 

 

DB하이텍은 또한 순수 파운드리 기업으로 브랜드 사업을 병행하면 지금껏 이해상충 문제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고객이나 순수 파운드리 주력 업체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DB하이텍이 별도 투자를 하지 않고도 분할을 통해 확보하는 생산 능력만으로 전체 생산량을 월간 1만5000장 가냥 늘릴 수 있다"며 "이는 약 3000억원대의 투자와 비슷하며 이에 따른 매출도 연간 1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외에 DB하이텍은 파운드리 사업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목표로 조 단위의 대규모 신규 설비 투자도 검토 중이다.

 

이에 질세라 브랜드 사업부도 분할을 통해 첨단 디스플레이 설계와 국내 대표급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로 성장을 꿈꾸고 있다. 

 

DB하이텍은 스마트폰용 OLED 제품을 늘리면서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업체의 주요 공급처로 거듭나고자 한다. 이를 위해 LCD(액정표시장치) 분야에서 초고속·저전력 제품 특성을 중심으로 중화권 패널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OLED 분야에서 TV와 자동차 등으로 제품 판매 영역을 넓혀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추진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신규 고성장 시장으로 평가되는 미니 LED(발광다이오드) TV 분야에 진출하고 디스플레이용 전력반도체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디스플레이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DB하이텍의 물적분할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에도 한 차례 추진을 시도했지만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좌초됐다. 

 

당시 DB하이텍은 “사업부 분야별 전문성 강화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설계 사업의 분사를 포함해 다양한 경영전략 방안을 고려했지만 현재 진행 중인 분사 작업 검토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불과 6개월 만에 물적분할을 재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해 9월 발표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 방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정책의 후속 조치로 국내 증시에서 물적분할을 시도하는 상장사의 분할에 반대하는 소액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이 주어졌다. 분할 이전 주가로 주식을 상장사에 팔 수 있어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조치인 셈이다.

 

물적분할을 처음 추진했던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소액주주 권익보호 장치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DB하이텍은 소액주주 반발을 살 만한 요인이 줄어든 셈이다. DB하이텍은 여기에 주주친화 정책까지 더해 소액주주 마음 달래기에 나섰다.  

 

우선 분할되는 신설법인은 상장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분할신설회사가 분할된 날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불가피하게 상장하면 모회사 DB하이텍이 주주총회를 거쳐 주주 동의를 반드시 거친 후 정관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을 시도해 일반 주주 권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시키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또한 1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대비 약 3배 수준인 1300원으로 늘리고 배당금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물적분할 후 동반성장을 통해 파운드리 기업가치 4조원, 브랜드 기업가치 2조원 등 총 기업가치 6조원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드러내며 소액주주로부터 지지를 얻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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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픽사베이]

 

■ 소액주주연대 “절차상 하자로 얼룩진 물적분할”

하지만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여전히 빗발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DB하이텍 물적분할 추진 과정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주주들과 사전에 소통하지 않고 주총을 불과 3주 앞두고 분사를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다른 종목에서 찾아볼 수 없는 초유의 사태”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회사가 보도자료 내용(신설 법인은 상장을 추진하지 않겠다)과 달리 공시에는 ‘5년 내’라는 문구를 조용히 삽입해 물적분할을 통해 상장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5년이 지나면 모회사 특별결의 없이 자회사 상장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시총 6조 만드는 것은 분할과 무관하다. 100% 자회사 물적분할은 아무것도 안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분할해야 시총 6조원이 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분할 안건이 부결되면 6조원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자회사 키우겠다는 건 비주력사업이므로 물적분할 해도 된다고 주장했던 것과는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며 “비주력사업 분할이지만 ‘제2의 미디어텍(대만 팹리스 업체)’으로 키우겠다는 주장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다른 상장사가 분할을 추진할 때 평균 98일의 검토 기간을 거치는 것은 정부 정책방향에 맞춰 주주들과 충분히 소통하겠다는 최소한의 의지”라며 “절차상 하자로 얼룩진 물적분할이 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안 좋은 선례로 남는다. 앞으로 다른 상장사들도 불리한 상황에서 주주들이 가장 바쁜 정기 주총 시즌에 날치기 분할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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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직원들이 반도체 웨이퍼를 검사하고 있다. [사진=DB하이텍]

 

■ “소액주주 피해 축소 노력에도 쪼개기 상장 근본적 문제 해소 안돼” 

 

기업지배구조 관련 전문연구소에서도 DB하이텍 물적분할에 따른 자회사 상장과 이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위험성을 지적하며 현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기가 어렵다며 소액주주 주장에 힘을 실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회사의 분할계획 공시와 주총 소집이 매우 급하게 이뤄져 소액주주들에게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은 채 분할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으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에 논란이 된 ‘쪼개기 상장’ 문제점을 일부 보완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5년 이내에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시장에 상장하고자 할 경우’라는 정관 변경안은  5년 이내 한국거래소시장이 아닌 곳에 상장하는 경우 또는 5년이 경과한 이후에는 주총 특별결의 대상이 아닌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회사가 자회사 상장에 대해 주주 의견을 반영하는 정관조항을 신설했지만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시장이 아닌 경우 그리고 5년이 지난 경우는 모회사 특별결의 없이 자회사 상장이 가능해 쪼개기 상장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경제학 박사) 교수는 “사업을 분산하면 기존 기업 가치가 떨어져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주식매수청구권도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에서 소액주주에게 의미 있는 권리”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소액주주 원성을 잠재우려면 물적분할하는 회사에 대한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분할 일정과 논란이 된 정관 변경안 등에 대해 뉴스투데이가 DB하이텍에 문의하자 회사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공시나 설명 자료 등을 통해 나간 내용이 확정된 부분”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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