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 셀트리온 서정진의 야누스적 리더십, 미국시장 공략과 인수합병 주도한다

윤예은 기자 입력 : 2023.03.27 06:10 ㅣ 수정 : 2023.03.27 06:34

2년만에 경영복귀하는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셀트리온 변화를 빠른 물살 위에 태울 듯
셀트리온헬스케어 해외 시장 점유율 매년 확장세…신약 개발과 미국 시장 직판 도입에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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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서정진 명예회장이 28일 주총을 통해 2년만에 경영에 복귀한다. [사진편집=뉴스투데이 윤예은]

 

[뉴스투데이=윤예은 기자] 셀트리온 서정진(65) 명예회장은 2002년 셀트리온을 설립해 글로벌 제약 회사로 성장시킨 창업주다. 경영 일선 복귀를 앞두고 있다. 2021년 3월 전문 경영인 체제를 구축한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2년 만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열어 서 명예회장을 셀트리온홀딩스와 그룹 내 상장 3사(셀트리온ˑ셀트리온헬스케어ˑ셀트리온제약)의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서정진은 일종의 '구원투수'로 귀환한다는 게 셀트리온 측의 설명이다. 셀트리온은 복합적 의미에서 위기를 맞고 있고 창업주인 서정진이 은퇴 당시 약속했던대로 경영복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위기해결보다는 더 큰 도약쪽에 무게가 실려있는 것 같다. 램시마로 유럽시장에서 위치를 굳힌 셀트리온이 올해 세계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거대 시장을 제대로 공략해내려면 대형 인수합병이 필요한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나 계열사 합병 등의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결정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과제들이다. 서 명예회장의 복귀를 앞두고 흘러나온 인수합병건만 해도 국내 제약바이오 사상 최대 규모인 40억달러(약 5조2300억원)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의 지난 2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박스터의 '바이오파마솔루션' 사업부 인수 추진 중이다. 바이오의약품, 백신 등 의약품을 개발하고 상용화해온 '바이오파마솔루션' 사업부는 지난 2017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의 위탁생산 계약을 했던 주체이기도 하다. 미국 과학 기기·서비스 제조 기업 써모피셔사이언티픽 등도 인수를 타진하는 셀트리온의 경쟁자이다. 

 

셀트리온은 이날 "박스터인터내셔널의 바이오의약품 사업부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대해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이는 역으로 인수추진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따라서 서정진의 귀환은 셀트리온이 세계 최대 미국시장을 공략과 이를 위한 인수합병 및 다수의 신약파이프라인 확보를 본격화하기 위한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셀트리온 성장 이끄는 셀트리온헬스케어…주력 제품 렘시마SC를 필두로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액 2조2839억 원, 영업 이익 6471억 원의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6%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1%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램시마IV의 매출 비중 증가와 진단키트 관련 일시적 비용 발생에 의해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진단키트 관련 비용을 제외하면 연간 30%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는 것이 셀트리온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액 5106억 원, 영업 이익 1006억 원으로 코로나19 및 CMO 관련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시밀러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성장하면서 순항 중에 있다.

 

셀트리온의 이같은 호실적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성공적 해외 시장 진출 덕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매출액 1조9722억 원, 영업이익 2289억 원, 당기순이익 1472억 원을 기록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력 제품 램시마SC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대비 160% 이상 급증해 2369억 원을 기록했다. 렘시마SC는 이미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유럽에서도 지난해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적을 견인 중이다.

 

중남미, 아시아 시장 진출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중남미 최대 제약시장인 브라질에서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3개 제품이 연방정부 입찰 수주에 성공해 독점 공급됐고, 콜롬비아, 칠레 등에서도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4분기 램시마, 허쥬마 점유율이 각각 26%, 59%를 달성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성장세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직접 판매 방식으로 올해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해 상반기 베그젤마, 하반기 유플라이마 출시를 앞두고 토마스 누스비켈(Thomas Nusbickel)을 미국 법인 최고사업책임자(Chief Commercial Officer, CCO)로 영입했다.

 

글로벌 기업에서 바이오시밀러 커머셜 경험이 풍부한 헤드급 인력을 충원하고, 해외 법인 조직 강화를 통해 미국 직판 성공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서 명예회장이 이 같은 비전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해서 실현해나갈 지가 관전 포인트인셈이다. 

 

■ 서정진의 야누스적 리더십, 사람을 중시하는 섬세함과 위험을 감수하는 과감한 결단력을 겸비

 

서정진 명예회장의 경영복귀 소식에 셀트리온 계열 3사의 주가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서 명예회장의 복귀 선언 당일 셀트리온을 포함한 계열 3사의 시가총액은 1조9000억 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말 시총 10조 원대의 몸값이 무너졌던 셀트리온헬스케어 또한 9조 원대를 회복했다. 

 

서 명예회장은 2002년 셀트리온을 설립해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만들고, 아시아 최대 의약품 공장을 세운 ‘K바이오 신화’의 장본인이다. 비 전공자 출신으로 바이오 산업에 뛰어들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켜 바이오 업계의 ‘신데렐라’라고 불린다. 

 

서 명예회장은 대우그룹 재직 당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눈에 들어 1991년 34세의 나이로 대우그룹 임원으로 전격 스카우트됐다. 대우자동차 기획재무를 지낸 서 명예회장은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임원으로서 책임을 지고 회사를 나와 셀트리온을 창업했다.

 

서정진은 '야누스적 리더십'으로 평가된다. 우선 중요한 의사결정을 놓고 끝까지 장고를 거듭하는 섬세한 성격을 가졌다고 한다. 아울러 평소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인사이동이 심하기로 유명한 바이오 업계에서 직원을 내치지 않는 기업 문화를 선도한 것도 그의 치적 중 하나로 평가된다.  

 

하지만 필요한 일에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과감한 결단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평가이다. 현상을 요약하고 핵심을 짚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는다.

 

서정진이 이 같은 야누스적 리더십을 발휘해, 글로벌 경제의 위기요소를 극복하고 셀트리온의 새로운 성장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셀트리온 측은 그룹 안팎의 경영환경이 녹록찮아 명예회장의 한시적 복귀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경제위기 뿐만 아니라 전략제품 승인 및 출시, 신약 후보물질 확보, 계열사 합병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서 명예회장의 빠른 판단과 의사결정이 절실히 필요해 이번 이사회에서 일시 경영 복귀를 적극 추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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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투데이] 

 

■ ‘위기를 기회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총력…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 개발 추진

 

셀트리온그룹은 올해 새로운 도약을 위해 각 계열사의 신성장 비전 및 주요 업무 목표를 발표하며, 전세계적으로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선제적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핵심 비즈니스는 차별화된 역량을 집중해 수익성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신약 개발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력 사업인 항체 바이오시밀러 외에도 자체 개발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항체 신약을 비롯해 항체 기반의 고부가가치 신약인 ADC, 이중항체, 항암바이러스, 마이크로바이옴 등 차세대 신약 분야에서 기술 확보와 제품 개발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상반기 중 글로벌생명공학연구센터를 준공해 제품 연구 개발 및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생명공학연구센터는 1만 33㎡ 대지면적에 지하 1층에서 지상 6층의 규모로, R&D와 공정개발, 임상 등을 복합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원스톱 대규모 연구센터로 준공될 예정이다. 올해 4월 입주를 시작해 향후 신약 개발 뿐 아니라 전체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개발 역량을 향상시키는 핵심 기지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영복귀한 서정진은 이처럼 제2의 도약을 시도하는 셀트리온 변화를 빠른 물살 위에 올려놓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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