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SVB 사태에서 국내 저축은행이 보인다

김태규 기자 입력 : 2023.03.16 07:31 ㅣ 수정 : 2023.03.16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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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가운데 국내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3년 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어 부실 우려가 큰 상황이다.

 

SVB의 파산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있다. SVB는 단기 부채인 예금을 장기 채권에 투자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미 국채금리 역시 올랐고, 이에 따라 SVB가 보유한 채권의 가치는 낮아졌다. 보유한 채권 가치가 하락한 가운데 유동성 경색이 시작됐고 SVB에 예금을 쌓아둔 스타트업들의 뱅크런(대규모 현금 인출)이 이뤄지면서 파산에 이른 것이다.

 

SVB의 파산 이후 국내 저축은행의 리스크 관리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시중은행과의 수신경쟁으로 예‧적금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면서 역마진 우려가 있는데다 부동산 PF 대출과 기업대출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지난 수년간 건설경기가 호황을 맞으면서 부동산 PF 비중을 늘려왔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부동산 PF 연체율이 올랐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기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 규모는 총 3000억원, 연체율은 2.80%다. 연체율이 오르면서 부동산 PF 리스크가 저축은행 부실화의 뇌관으로 지목된다. 2011년 발생한 저축은행사태 역시 부동산 PF 리스크 때문이었다.

 

부동산 PF 리스크 외에 저축은행은 지난해 시중은행과의 수신경쟁을 벌이면서 저축은행의 건전성에는 경고등이 들어왔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높은 예‧적금 금리를 제공하면서 조달비용 부담이 확대한 것이다.

 

조달비용이 증가한 가운데 고금리‧고물가 시기 저신용‧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가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의 대출 상품의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은 3%로, 지난해 상반기 말과 비교해 0.4%포인트(p) 증가했다. 합산 연체액 역시 지난해 상반기 말 2조9772억원에서 같은 해 3분기 말 3조4344억원으로 올랐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리스크가 현실화하거나 연체액과 연체율이 상승하면 예금자 입장에서는 예금을 인출해 시중은행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 SVB의 사례처럼 ‘뱅크런’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SVB 사태에서 국내 저축은행의 상황이 투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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