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업계, 미국서 LFP배터리 소홀히하면 중국에 뒤통수 맞는다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개미구멍이 큰 둑을 무너뜨린다’라는 말처럼 누구나 믿었던 기업이 빠르게 약화되는 일은 산업 과도기에 종종 발생하곤 한다.
이는 한국 배터리 기업이 현재 미국에서 맹활약하고 있지만 중국 배터리 기업의 미국 진출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유안타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2021년 미국에서 26%준의 시장점유율(M/S)을 기록했으며 M/S가 오는 2025년 69%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완성차업체 GM과 협력해 대대적으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SK온은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 삼성SDI는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미국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어느 누구도 한국 배터리 업계 미래를 어둡게 보지 않고 있으며 이들 배터리 3사의 위상은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포드는 지난 16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미국에 건설해 자사 전기차 '머스탱 마하-E'에 대거 탑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장 건설에는 총 3억 달러(약 4000억원)가 투입되는 데 협력 배터리 기업은 중국 CATL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과 영원한 우정을 이어갈 줄 알았던 포드가 이 같은 특단의 조치를 낸 것은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 배터리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주력하고 있는 제품은 니켈·코발트·망간(NCM)배터리,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AM) 배터리 등이다. 이 제품은 높은 에너지 밀도를 기반으로 전기차 이동거리를 더 늘려주는 점이 장점이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고성능 배터리를 포드 전기차에 장착시키면 결국 포드 차량 제품을 천정부지 가격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게다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기차는 누가 뭐라 해도 테슬라 모델 Y, 모델 3 등이다. 테슬라는 올해 1월 모델당 최소 1000만원 대의 가격인하를 실시해 미국 전기차 시장을 제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포드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에 관심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중국 기업이지만 결국 포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전기차 가격 압박이 지속되면 포드 외에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LFP 배터리를 원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기업의 M/S 축소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LFP 배터리를 저성능 배터리라고 외면하지 말고 기술개발 및 양산을 고려해 향후 경영 계획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