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디지털 시대 은행 영업시간 갈등···고객 편의는 뒷전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2.09 07:30 ㅣ 수정 : 2023.02.0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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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 수신금리가 크게 올랐던 지난해 말 한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에 가입했다. 금리 조회·비교부터 신청까지 스마트폰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처리했는데, 가입 완료 문자를 받기까지 채 5분도 안 걸렸다. 

 

마지막으로 은행 영업점에 방문한 게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요즘은 예금 조회·이체부터 상품 가입까지 모바일뱅킹에서 가능하다보니 창구 직원과 마주 앉을 일이 거의 없다. 은행들은 일부 대출 상품의 서류도 인터넷·모바일로 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수요가 줄어든 은행 영업점도 문을 닫는 추세다. 국내 은행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폐쇄한 영업점만 1112개에 달한다고 한다. 올해 은행들의 사업 계획서에 담긴 영업점 폐쇄 계획 규모 역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금융이 활성화되면서 은행 영업점 폐쇄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찾는 사람이 감소했으니 고정비 절감 차원에서 계속 줄여나가야 한다는 의견과 금융 취약계층을 위해 속도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최근에는 영업시간을 두고 은행권 노사의 갈등이 빚어졌다. 실내 마스크 의무화 해제에 따라 시중은행 영업시간을 코로나19 사태 이전 방침인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노사가 충돌했다. 

 

영업점 폐쇄면 몰라도 영업시간에 대한 갈등이 일어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처음에는 이게 갈등꺼리인지도 의문이었다. 방역 조치 완화로 대부분 다중이용시설이 정상화됐는데 은행만 거리두기를 이어간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지적이다.  

 

영업시간 정상화를 반대하다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금융노조는 디지털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은행 업무가 비대면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만큼 은행권 노동 방식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억대 연봉인 은행원들의 워라벨 보장 욕심으로 비춰질 여지가 커서 그렇지, 근본적으로 보면 금융노조의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다. 디지털화가 가속하고 있는 상황에 앞으로 영업점 영업시간을 꼭 통일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미 기존 ‘9 to 4’가 아닌 ‘9 to 6’ 영업점을 운영하는 시중은행도 있다. 금융 소비자 접근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이며 실제 고객들의 호응도 뜨겁다. 이 같이 탄력 운영 형태의 영업점을 늘리면 수많은 고객들의 편의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실제 보급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스마트폰으로 돈을 보내고 빌리는 시대다. 대면 업무 중요성을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디지털 금융에 적응하는 것도 핵심 과제다. 그 안에는 전통 영업점 운영 방식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가져가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수적이다. 

 

물론 지역별, 단위별 영업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건 직원 처우 등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익숙해져 있던 환경을 바꾸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번 은행 영업시간 단축 사태에서 다시 배웠다. 변화도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 

 

서비스 경쟁력만 제고된다면 은행권의 기민한 디지털 대응에 고객들도 불만 대신 박수를 보낼 것이다. 누가 일을 얼마나 더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 편의를 어떻게 제고할지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고소까지 운운하는 지금의 영업시간 갈등을 봉합하고 보다 진보적인 대화에 나서길 금융노조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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