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고통 분담” 압박에 대출금리 하락···지속성은 의문
변동형 주담대 한 달 새 1%p 넘게 떨어져
기준금리 올랐는데 대출금리는 계속 하락세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권 사실상 백기 들어
시장 개입 통한 금리 조정, 부작용 우려도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은행권이 대출금리 인하와 수수료 면제 등 고객 혜택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금리 상승기 차주들의 고통이 누적되고 있는 만큼 선제적 조치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장 논리를 내세운 은행권의 태세 전환은 금융당국 압박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또 과도한 이자 장사나 성과급 잔치로 쌓인 부정적 여론을 환기시킬 목적도 깔려있다. 다만 인위적 시장 개입에 대한 부작용 우려는 잔존해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전일 기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연 4.80~6.89%로 집계됐다. 지난 1월 6일(연 5.08~8.11%)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상단이 1.22%포인트(p)나 하락했다.
지난달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50%로 인상했는데도 은행권 대출금리는 떨어지는 추세다. 올해 들어 은행권이 가산금리 축소 및 우대금리 확대 등으로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한 결과다.
또 각종 수수료 면제 정책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 모두 인터넷·모바일뱅킹을 통한 타행 이체 수수료를 면제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만 60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창구 송금 수수료도 받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행권은 대출금리가 오르는 게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했지만, 올해 들어 태세를 전환했다. 이는 경기 불확실성 속 은행들도 고통 분담에 나서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금융당국 수장들이 금리와 관련해 잇따라 내놓는 메시지를 사실상 ‘인상 자제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부터 개별 은행의 대출금리를 모니터링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또 최근 부정적 여론이 누적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은행권은 금리 상승 수혜로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익의 대부분이 예대마진으로 발생했다. 이익 증대에 따른 성과급 파티 이슈까지 겹치면서 은행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원장이 하는 여러 말들은 사실상 당장 행동에 옮기라는 뜻이었다”며 “요즘은 타행이 금리 운용과 관련해 어떤 발표를 내놓을지 항상 모니터링할 만큼 눈치싸움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 정부 들어 불거진 관치(官治) 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시장에 형성된 가격(금리)에 인위적 개입이 가해질 경우 질서가 흐트러지고, 이에 따른 부작용은 고객에 전가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 압박 등으로 형성된 현재의 대출금리 수준이 계속 유지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아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상승 전환할 가능성도 잔존해있다.
현재 은행권은 시장의 기준이 되는 준거금리 대신 차주 신용도별로 매겨지는 가산금리를 내려 전체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내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준거금리도 뛰는데, 리스크 비용인 가산금리를 계속 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만약 이달 기준금리가 또 오르는데 대출금리가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하락한다는 건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은행이 규제 산업이긴 하지만 규제와 개입은 엄연히 다른 말이다. 등 떠밀어 금리를 내리도록 하는 건 위험한 접근 방식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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