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LG에너지솔루션 권영수 호(號), '4가지 초격차 기술'로 세계 배터리시장 제패한다
하이니켈 양극재와 CTP 기술 결합한 차세대 공정 역량 확보에 집중
실리콘 음극재 기술 개발에 박차...배터리 ‘충전속도’ 문제 해결 초점
글로벌 1위 전기차 기업 테슬라 겨냥해 4680 배터리 개발 가속화
LFP 배터리 양산 가능성 내비쳐 美 ESS 시장 공략에 가속페달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권영수 (66·사진)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끄는 LG에너지솔루션이 '4가지 초격차 기술력'을 더욱 강화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패권을 노린다. 초격차 기술력은 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격차를 말한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시장 점유율 3위(12.3%)인 LG에너지솔루션은 4가지 첨단 기술로 세계 1위 중국 CATL(닝더스다이·37.1%)를 제치고 명실상부한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내놨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말 2022년 실적 발표와 함께 4대 핵심과제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4대 핵심과제는 △제품 경쟁력 차별화 △스마트팩토리 구현 △공급망 관리(SCM) 체계 구축 △미래 준비 등이다. 4대 핵심과제 가운데 초격차 기술력과 연관된 항목은 ‘제품 경쟁력 차별화’ 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제품 경쟁력을 차별화하기 위해 △하이니켈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 △원통형 신규 폼팩터(기기 형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보다 세분화된 시장 맞춤형 제품을 연구개발할 방침이다.
전기차 배터리로 사용되는 2차전지는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 4가지 소재로 이뤄진다.
리튬이온을 만드는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며 전지 생산원가의 40% 인 핵심 소재다.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오는 리튬 이온을 보관하고 방출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음극재는 배터리 생산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분리막은 2차전지 내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얇은 막으로 미세 가공을 통해 리튬이온만 들어오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분리막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절반을 차지하는 중요 소재다.
현재 배터리 업계는 배터리 총 용량과 관련된 양극재, 충전 속도와 관련성이 큰 음극재 그리고 전세계 1위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사용하려는 차세대 배터리 '4680배터리(신규 폼팩터)', 보다 저렴한 제조비용으로 주목받는 LFP 배터리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이 4가지 기술을 동시에 연구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패권을 거머쥐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가운데 최근 가장 많은 연구가 진행된 영역이 양극재 부문이다.
■ 하이니켈 양극재·CTP 기술·파우치형 배터리 기술융합 급물살
일반적으로 양극재는 니켈(Ni), 코발트(Co), 망간(Mn) 등으로 만들며 니켈 함량이 60% 넘는 양극재를 하이니켈 양극재라고 지칭한다. 하이니켈 양극재는 소재 투입 비율에 따라 NCM622, NCM811 등으로 나뉜다.
양극재 제작 과정에서 가장 가격이 비싼 물질은 코발트다. 그리고 니켈은 배터리 용량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다. 즉 하이니켈 양극재를 사용해 배터리를 제작하면 코발트 최소화로 제작 비용을 줄이고 니켈 최대화로 용량을 극대화할 수 있어 차세대 양극재로 주목받는다.
게다가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셀투팩(CTP) 공정 기술을 확보하려고 한다는 점도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하이니켈 양극재를 활용한 파우치형 배터리에 차세대 배터리 CTP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때 가장 기본 단위인 '셀', 이를 10~20개 묶은 '모듈' 그리고 모듈을 10~40개 묶은 배터리 '팩' 단계로 진행된다.
결국 셀투팩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정을 단순화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셀-모듈-팩' 공정을 거쳐야 했는데 셀투팩 기술을 활용하면 셀에서 바로 팩을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듈 단계가 빠지기 때문에 모듈이 차지한 공간만큼 더 많은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더 많은 이동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CTP 공정 기술력을 강화해 2025년부터 파우치형 배터리와 CTP 기술이 융합된 배터리를 대량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CTP 기술 발달은 더욱 많은 배터리 양산으로 이어지고 이는 현재 공급받는 양극재보다 더 많은 물량의 양극재 공급이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향후 하이니켈 양극재를 활용한 배터리 제조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관련 기술을 확보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실리콘 음극재 기술 활용해 전기차 충전시간 단축
LG에너지솔루션은 양극재와 함께 차세대 음극재 '실리콘 음극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모든 배터리 기업은 아직까지 흑연계 음극재를 사용해 배터리를 만들고 있다.
초기 전기차 시대에는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전기차를 제조하는 기술이 필수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배터리 용량과 관계가 큰 양극재 기술개발과 양산설비 구축에 많은 자금이 몰렸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배터리 충전시간이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많은 전기차 이용자들이 배터리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고 배터리 기업 역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실리콘 음극재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리콘을 활용해 음극재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배터리를 최종 조립하면 배터리 충전속도는 기존 흑연계 음극재를 사용했을 때 보다 최대 50% 개선하는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19년 실리콘 5% 음극재를 활용해 배터리를 만들어 이를 독일 완성차 기업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에 공급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같은 기술력을 갖췄지만 실리콘 음극재를 활용한 대규모 배터리 양산은 진행 중이다. 실리콘 함유량이 높은 음극재를 아직까지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 함유량이 10%가 넘는 음극재 개발을 끝내야 비로소 이를 활용한 배터리 양산이 경제성을 띠게 된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초 실리콘 음극재 기술에 직접 언급했기 때문에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4680 원통형 배터리 기술확보에 박차 가해
LG에너지솔루션이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는 파우치형 배터리이다. 대규모로 양산되는 파우치형 배터리는 미국 완성차 기업 GM에 대량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두 회사의 협력관계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현재 전세계 전기차 1위 기업은 미국 테슬라이며 앞으로도 배터리를 가장 많은 소비할 기업 역시 테슬라다. 이에 따라 배터리 기업은 '2170(지름 21mm, 길이 70mm)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테슬라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게 절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 테슬라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기업은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한국 LG에너지솔루션 등으로 알려졌다. 이들 3개 업체가 공급하는 원통형 배터리는 파나소닉 53%, CATL 29%, LG에너지솔루션 19%다.
세계 최대 배터리 고객사 테슬라와 협력을 강화하려면 더욱 개선된 원통형 신규 폼팩터 '4680(지름 46mm, 길이 80mm) 배터리'에 대한 기술이 필요하다. 4680 배터리는 기존 2170 배터리와 비교하면 에너지 밀도가 5배 높으며 이를 장착한 전기차는 기존 전기차와 비교해 주행거리가 16% 더 늘어난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4680 배터리 기술 확보가 배터리 업계 핵심역량으로 평가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평가다.
테슬라는 차세대 배터리 4680을 양산해 앞으로 양산될 사이버트럭, 세미트럭 등 여러 모델에 탑재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전기차 공장이 커질수록 대규모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받아야 한다"며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4680 배터리 연구개발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보여주듯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월 오창 2공장에 5800억원을 투자해 총 9GWh 규모 4680 배터리 양산 설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직까지 전세계에서 어떤 기업도 4680 배터리 양산을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관련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LFP 배터리 양산으로 美 ESS 시장 공략 가속페달
LG에너지솔루션은 LFP 배터리를 올해 10월 미국에서 생산하겠다고 지난해 5월 밝혔다.
현재 배터리 업계는 NCM 양극재를 사용한 배터리 생산 체계와 LFP 양극재를 사용한 배터리 생산 체계로 양분되어 있다.
높은 출력 및 효율 면에서 NCM 배터리가 뛰어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지만 제조 비용은 LFP 배터리가 압도적으로 저렴하다.
LFP배터리는 코발트, 니켈이 없이 리튬, 인산, 철로 제작한다. 이 같은 물질을 사용해 배터리를 제작하면 저렴한 가격과 함께 수명, 안정성 등에서 매우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LFP 배터리는 미국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시장에서 인기를 모을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 리서치 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미국 ESS 시장 규모는 2019년 3억3660만달러(약 4200억원)이며 연평균 23.9% 성장해 2025년 12억1770만달러(약 1조5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 뿐 아니라 ESS 시장이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어 LG에너지솔루션은 보다 안정성이 높은 LFP 배터리 양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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