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완 기자 입력 : 2023.01.11 05:00 ㅣ 수정 : 2023.01.11 05:00
배터리 3사, 2025년 미국서 442GWh 설비 확보...美 시장점유율 69% 달성 LG에너지솔루션, GM과 배터리 합작사·단독 공장 설립해 미국 시장 선점 SK온, 포드와 대대적인 협력 펼쳐 세계 3위 전기차배터리 업체로 발돋움 삼성SDI, 기술력 위주 질적 성장으로 탄탄한 성장세 유지에 주력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올해는 국내 배터리업계가 대박을 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총사가 올 한해 73조원대에 이르는 매출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3개사 매출 추정치 약 53조원과 비교해 37% 증가한 성적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간산업이나 다름없는 배터리 사업에서 1년 만에 수 십 조원 대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국내 배터리 3사가 그만큼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반도체 이후 '최대 먹거리'로 일컬어지는 배터리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이토록 위상을 떨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은 미국, 중국, 유럽 등 이른바 '3강 체제'로 좁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 기업들은 해외 현지 고객사와 대규모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의 가장 큰 수요처는 완성차 업체다. 그리고 완성차 기업은 대량의 고품질 배터리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기를 원한다.
이와 함께 미국에 거점을 두고 있는 완성차 기업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준수하기 위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 직접 진출 △한국에서 배터리 공장을 증설 △미국과 FTA 체결한 국가에 공장을 건설하는 방법 등 여러 해법을 모색 중이다.
반도체·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배터리 수요 916GWh, 공급 776GWh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이 같은 기조는 2029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예측에 힘입어 국내 배터리 3사는 배터리 공장 설비를 꾸준히 늘리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완성차 1위 기업 GM과 손 잡고 대대적인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으며 SK온은 미국 픽업트럭 절대 강자 포드와 협력해 배터리 공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삼성SDI는 지난해 다국적 자동차업체 스텔란티스와 협력해 북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이탈리아 피아트, 미국 크라이슬러, 프랑스 푸조 3사가 합병한 매출 기준 세계 4위 자동차 업체다. 삼성SDI는 규모 확장보다는 배터리 첨단기술력 확보에 초점을 두고 있다.
■ 한국 배터리 업계,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IRA 적극 활용
유진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1195만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967만대와 비교해 25% 증가한 것이다.
국가별 전기차 판매 전망을 살펴보면 △미국 129만대 △중국 699만대 △유럽 322만대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각각 38%, 24%, 21% 늘어난 숫자다.
이 가운데 미국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은 IRA에 따른 대대적인 보조금 지급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IRA에 따르면 완성차 기업은 승용차 5만5000달러, 픽업트럭 5만달러 이하 차량을 판매하면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배터리 기업은 셀 기준 kWh당 35달러, 모듈을 포함하면 45달러에 이르는 보조금 혜택이 있다.
게다가 IRA의 숨은 의도는 미국 정부가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데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내 중국 기업을 제한하고 전 세계 전기차·배터리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게 미국의 야심이다.
이러한 정책적 배경과 혜택을 고려해 한국 배터리 업계는 미국에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유안타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배터리 3사의 미국 공장 증설 규모는 오는 2025년까지 총 40조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절반 수준인 19조원이 IRA에 따른 공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3사는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미국 내 배터리 공장 설비 규모가 2021년 39GWh에서 2025년 442GWh까지 11배 이상 급증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국 배터리 3사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021년 26.5%에서 2025년 69%까지 크게 늘어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3사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미 IRA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적인 투자를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 LG에너지솔루션·SK온, '규모의 경제'에 초점 맞춰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글로벌 총 생산 능력을 540GWh까지 늘릴 방침이다.
이 가운데 미국 등 북미에서 255GWh의 생산 설비가 가동된다. 특히 255GWh 규모에는 GM과의 합작사 얼티엄셀즈의 생산설비, LG에너지솔루션 단독 생산설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에 비해 중국 배터리 1위 기업 CATL은 IRA를 규제를 피해 미국이 아닌 유럽과 중국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규모면에서 북미 1위 업체로 우뚝 서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대규모 공장 건설이 수년에 걸쳐 이어지기 때문에 매출 측면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걱정할 부분은 없다"며 "북미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현지 완성차 기업에 신속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설 공장의 배터리 수율(완성품 중 양품비율)이 좋지 않으면 영업이익 확보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은 전세계 곳곳에서 이미 여러 차례 배터리 수율안정화 역량을 확보해 수율 문제에 대한 우려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유안타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이 2023년 매출 36조1561억원, 영업이익 2조61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2년 매출 25조5986억원 대비 41% 증가한 숫자다. 올해 영업이익도 지난해 1조2137억원과 비교해 6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SK온도 LG에너지솔루션과 유사한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총 1000GWh 규모를 웃도는 배터리 수주잔고(누계 수주 물량)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업계에서 후발주자인 SK온이 이 같은 대규모 수주 물량을 확보한 것은 미 완성차 2위 기업이자 픽업트럭 강자 포드와 합작사 블루오벌SK를 설립해 대대적인 협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동섭 SK온 대표는 지난해 말 “블루오벌SK를 기반으로 SK온이 오는 2025년까지 세계 3대 배터리 업체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블루오벌SK는 미국 켄터키주(州)에 배터리 공장 2곳, 테네시주에 공장 1개를 세워 총 129GWh 규모의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밖에 SK온은 2025년 중국에서 75GWh, 유럽에서 50GWh 규모 설비를 확보할 방침이다. 이 같은 행보를 기반으로 SK온은 2025년까지 총 220GWh 규모가 넘는 생산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중국과 유럽에서 생산되는 SK온 배터리의 수요처는 별도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블루오벌SK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전부 포드에 공급될 예정이다.
SK온 관계자는 "포드와 대대적인 협력을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며 "포드가 생산하는 전기차 F-150 라이트닝 판매가 크게 늘어야 SK온 성장도 뒤따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업계에 따르면 포드는 2025년까지 F-150 라이트닝 전기차 모델 20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그리고 블루오벌SK는 F-150 라이트닝 모델 물량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절반 이상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대규모 설비 확대에 따라 SK온 매출이 크게 늘어 영업이익이 2024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안타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SK온은 올해 매출 12조8748억원, 영업손실 26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22년 실적 전망치인 매출 7조6473억원에서 68% 늘어난 것이다. 또한 영업손실은 9226억원 적자에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SDI, 초격차 기술력 기반으로 철저한 수익률 및 질적 성장 주력
삼성SDI는 앞서 언급한 두 기업과는 다르게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이라는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는 지난 2일 삼성SDI 경기도 기흥사업장에서 열린 2023년 시무식에서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등을 실행하자”고 강조했다.
최 사장이 내세운 3가지 방침은 결국 기술력 향상 집중이라는 전략으로 귀결된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배터리 3사 가운데 연구개발(R&D) 부문에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붇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2021년 R&D(연구개발) 비용으로 8776억원을 지출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6319억원, SK온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3633억원을 지출한 점도 큰 차이가 난다.
삼성SDI 관계자는 "삼성SDI는 다른 기업과 비교할 때 R&D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해 배터리 3사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다"며 "이는 기업 경영이 기술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R&D를 기반해 개발된 '젠5 배터리'는 특히 이목을 끈다. 젠5는 지난 2021년 9월 헝가리 괴드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해 롤스로이스, BMW 등 세계 유명 고가 수입차에 주로 납품하고 있다.
젠5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전기차가 600km를 주행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배터리는 삼성SDI의 최신 소재 기술과 공법을 적용해 에너지밀도는 20% 늘리면서 원가는 20% 절감했다.
또 젠5에는 니켈 함량이 88%인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가 적용됐다. 니켈 함량이 높아지면서 배터리 용량이 증가했고 알루미늄 소재와 특수 코팅 기술로 불안정한 하이니켈 NCA 양극재 문제를 해결해 주행거리와 안전성을 모두 거머쥐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기술 중심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SDI는 2021년 7.88%, 2022년 9.63%(추정)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4.3%, 5.7%를 기록했다. 유안타증권 리포트에 다르면 SK온은 같은 기간 영업손실 6827억원, 9226억원(추정)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우리는 배터리 생산 규모 및 확장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삼성SDI가 질적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SDI는 북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인디애나주(州)에 약 25억달러를 투자해 최소 23GWh 규모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설비를 보수적으로 넓히면서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해 영업이익이 앞으로도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삼성SDI는 2023년 매출 23조9996억원, 영업이익 2조1479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2년 실적 전망치인 매출 19조9416억원, 영업이익 1조8948억원 대비 20%, 13% 상승한 것이다.
한편 삼성SDI는 지난해 말 기준 54GWh 규모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2025년 삼성SDI는 150GWh 규모의 생산 설비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