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성장에도 떠나는 금융지주 회장들···‘다연임 관행’도 저문다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1.26 07:27 ㅣ 수정 : 2023.01.26 15:37

금융권 덮친 CEO 인사 태풍 막바지 돌입
5대 금융지주 중 3개 회장 줄줄이 교체돼
세대교체 흐름 속 금융당국·정치권 압박도
‘10년 경영’ 장기 집권 관행도 변화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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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가운데), 그리고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각사]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통해 5대 금융지주 중 3개 금융지주 회장이 교체된다. 실적 성장과 체질 개선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무난히 연임할 것으로 점쳐졌던 회장들이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간 금융지주 회장들이 취임 후 2~3연임으로 장기 집권 체제를 이어간 것과 대조된다. 금융권 일각에선 금융지주 회장에 공식처럼 자리 잡았던 ‘다(多)연임’ 관행도 저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직 회장 임기가 남아있는 KB금융과 하나금융을 제외한 신한·우리·농협금융 회장이 교체됐거나, 교체될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 5대 금융지주 중 3개 금융지주가 새 수장을 맞이한다. 

 

먼저 신한금융은 조용병 현 회장의 용퇴에 따라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에 내정됐다. 조 회장은 2017년 취임 후 2020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뒤 오는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조 회장의 3연임 도전을 점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으나, 사모펀드 사태 책임과 조직 세대교체 등을 위해 연임에 도전하지 않았다. 차기 회장에 내정된 진 전 행장은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취임한다. 

 

우리금융 회장도 교체될 예정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연임 도전 포기 의사를 전달한 데 따른 것이다. 회추위는 내·외부 인사들을 대상으로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이 지주사로 재출범한 2019년 우리은행장과 회장을 겸직한 뒤 2020년 정식 회장에 취임했다. 손 회장 역시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와 실적 개선 등의 성과로 연임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단 뜻을 전했다.

 

농협금융은 손병환 회장이 물러나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회장으로 취임했다. 농협중앙회가 지배하고 있는 농협금융 특성상 회장 연임이 쉽지 않은 구조지만, 손 회장 연임 기대감이 꾸준히 제기돼 오다가 끝내 무산됐다. 

 

이번 인사를 통해 신한·우리·농협금융 회장의 임기가 ‘리셋’된다. 통상 금융지주 회장들이 취임 후 2~3연임으로 장기 집권 체제를 이어간 것과 대조된다. 한명의 회장이 거의 10년(임기당 3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금융지주 수장 역할을 도맡아 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승유 초대 하나금융 회장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3연임,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4년임을 지낸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라응찬 초대 신한금융 회장 역시 2001년부터 2010년(4연임)까지 회장직을 지켰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 논란도 제기돼 왔으나, 금융권 내부에선 검증된 인사가 경영을 이어가는 게 조직의 중장기적 성과 달성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형성돼 왔다. 신한·우리금융 회장의 3연임 전망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급변하는 금융시장 속 세대교체 목소리와 금융당국·정치권의 지속적인 압박이 금융지주 회장 연임 문화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선 직·간접적 사퇴 요구가, 정치권에선 다연임 방지법 발의가 나오는 등 부정적 인식이 잔존해 있다. 

 

내부통제 부실로 금융사고 등 폐쇄적 지배구조의 부작용이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 집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동원되는 거수기 이사회 등 악습을 뜯어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분간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 관행을 둘러싼 논란은 잦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취임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올해 11월까지의 임기를 채운 뒤 물러날 예정이고,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잔여 임기가 남아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인사철만 되면 금융당국에서 공개적으로 연임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쏟아내니, 회추위에서도 이를 신경 안 쓸 수 없다”면서 “재임 기간보다는 조직을 얼마나 성장시킬 수 있는 인물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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