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삼성물산·동부건설 등 조합과 '공사비 증액' 갈등…'제2의 둔촌주공' 사태 막아야
래미안 원베일리· '방배 신성빌라' 공사 중단
시공사측, 원자재 가격 상승 반영 증액 요구
조합측, 이자부담에 조합원 부담 커져 난색
업계 “민간주도 공급 원활하려면 계약제도 개선”
[뉴스투데이=김종효 기자]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간 공사비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자칫 '제2의 둔촌주공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동부건설 등이 공사비 조정으로 인해 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다. 양측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사업이 장기간 파행하는 경우도 있어 공사비 책정 및 조정에 대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부건설은 현재 '방배센트레빌프리제' 현장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단지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신성빌라를 재건축해 지상 2~6층, 90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이 중 23가구를 일반분양한다. 동부건설은 올해 10월 입주를 목표로 2021년 12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공사비 조정을 두고 조합과 이견이 발생했다. 당초 3.3㎡당 공사비 약 712만원에 도급계약을 했으나 최근 동부건설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한 것을 조합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동부건설 측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설계 변경과 관련된 검증 건도 있어서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으나, 18일 진행한 2차 협상에서도 재건축 조합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초 계약했던 공사비 조건으로는 공사 진행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동부건설은 방배센트레빌프리제 공사를 중단한 상태로 조합 측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공사진행률은 약 40% 정도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역시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갈등을 겪고 있다.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공사비 증액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1조1277억원에 계약을 체결한 삼성물산은 지난해 8월부터 조합 측에 1500억원 규모의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으나, 조합 측과 협상이 이뤄지지 않자 결국 최근 조합의 사업비가 인출되는 통장 인출을 차단하기로 했다. 조합 측은 집행부 임금과 용역비 임금 등 사업자금이 융통되지 않는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삼성물산 측은 "공사비 증액 요구는 원자재 가격 인상에 대한 반영이 아니다. 조합 측이 설계 변경과 커뮤니티 시설을 고급화해달라고 요청해, 특화설계 등을 적용하려면 공사비 증액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측은 공사비 증액 협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공사는 중단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해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처럼 사업이 장기 파행하는 것은 막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측은 "당초 계획대로 8월 준공이 목표"라고 밝혔다.
다만, 삼성물산이 화물연대 파업 등을 이유로 2개월 공사기간 연장을 요구했던 점은 입주시기에 있어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조합 측이 이 요청을 거부하면서 삼성물산은 정해진 기간 내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완료 시점이 늦어졌을 경우 지체보상금 등을 두고 시공사와 조합 간 책임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 마포구 공덕1구역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단지도 공사비 증액 요구로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겪으며 착공이 반년 넘게 미뤄졌다.
시공단인 GS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은 2017년 3.3㎡당 448만5000원에 도급 계약을 체결했으나, 지난해 원자재값 급등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공단이 요구한 증액분과 조합 측의 인상분과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져 협상이 이뤄져야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이곳 외에도 신반포4지구에서도 같은 문제로 조합 측과 갈등을 빚다가 최근 합의안을 도출했다.
시공사 측은 시멘트, 레미콘 등 자잿값이 크게 인상되고 이에 따른 인건비 등 추가 비용이 불어나면서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원자재·노무·장비원가 등을 아우르는 건설공사비지수가 20% 가량 상승했다.
건산연 관계자는 "시멘트, 레미콘, 철근 등 공사 현장 필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설사 입장에선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사비 증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공사가 리스크를 가져가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조합 측은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프로젝트파이낸셜(PF) 부담이 가중된 상태에서 추가 공사비 증액은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건설협회 측은 민간사업자와의 계약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공공공사는 계약에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주는 조항이 있어 증액 협상이 상대적으로 가능하지만, 민간공사는 이런 부분이 없어 조합과 시공사 간 협상이 힘들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지난 2017년 전후로 수주한 도시정비사업장 중심으로 최근 착공에 들어간 단지에 대해 공사비 증액 요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시공사에선 물가 상승분 등을 재반영해달라는 입장이고, 조합 측은 금리 인상으로 쉽게 증액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계획한대로 민간 주도의 도심 주택 공급이 원만히 이뤄지려면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사비 조정안, 혹은 적절한 공사비를 책정할 수 있는 제도가 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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