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코인, 실명계좌 확보 사활…결제서비스 유지 불투명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국내 유일 결제형 가상자산으로 주목받던 페이코인이 시중은행의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서비스 중단과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발행사 측이 금융당국 신고 절차에 다시 나서기로 했지만 기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중단 없이 결제 서비스를 이어가긴 쉽지 않아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6일 제15차 신고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페이코인 발행사인 페이프로토콜AG(페이프로토콜)에 대한 사업자 변경 신고에 대해 불수리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5월 페이프로토콜은 FIU 권고에 따라 기존 ‘지갑업자’에서 ‘거래업자’로 변경 신고를 진행했다.
FIU는 페이코인의 사업구조에 원화와 가상자산 간 교환이 있어 지갑업자가 아닌 거래업자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FIU는 페이프로토콜 측에 작년 말까지 가상자산 거래사업자 변경 신고 수리를 위해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하고 가맹점 이용자 보호 방안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페이프로토콜은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했고 금융당국에 기한 연장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페이코인은 거래사업자로 신고되지 않게 되면서 결제 서비스 사업을 영위할 수 없게 됐다. 다만 FIU는 오는 2월 5일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서비스 이용자와 가맹점 보호를 위한 안내, 서비스 종료 관련 기술적 조치 등에 필요한 시간을 준 것이다.
이번 불수리 결정은 결제 서비스 제공을 위한 변경된 사업 내용에 대한 것으로 지난해 4월 취득한 지갑사업자로서의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사항은 유효하다. 이에 기존 페이코인 앱을 통한 지갑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중단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핵심인 결제 서비스가 중단된다면 페이코인의 현재 가치 추락은 물론 코인 존속이 위협받게 된다.
실제로 페이코인은 결제 서비스 중단뿐 아니라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거래지원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FIU로부터 사업자 변경 신고 불수리 결정이 내려지자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페이코인을 즉각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닥사에 소속된 거래소 중 페이코인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업비트에서는 비트코인(BTC) 마켓에서 거래되고 있고, 빗썸과 코인원에서는 원화(KRW) 마켓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들 거래소들은 지난 6일 페이코인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다음달 6일까지 지정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이들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될 수 있다.
이에 페이코인 측은 결제 서비스 중단을 막기 위해 유예기간 안에 다시 가상자산 사업자 변경 신고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선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얻어내는 게 핵심이다.
페이코인 측은 작년 연말까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을 목표로 은행과의 협의를 통해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었지만 FTX 사태 등 대외 이슈로 인해 당초 목표했던 지난해 말까지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확인서 발급 일정은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류익선 페이프로토콜 대표는 “서비스가 중단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이용자 피해와 시장의 혼란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미 각 거래소의 유의 종목 지정으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2월 5일까지 최선을 다해 실명 확인 입출금계정 발급 확인서를 받아 변경 신고를 다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결제 서비스 중단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페이코인 측은 금융당국 권고 이후 1년여 가까이 실명계좌 확보에 나섰지만 끝내 성사하지 못했다. 비록 대외 변수가 있었다지만 여전히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명계좌 계약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더욱이 실명계좌를 확보하더라도 통상적으로 금융당국의 현장검사, 심사위원회 논의 등 신고 수리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이 한달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결제 서비스의 일시적 중단을 피하긴 어렵다.
일각에서는 페이코인이 현재 확보해 놓은 가상자산 지갑사업자 지위를 활용해 서비스 방식을 변경하거나 가상자산사업자(VASP) 등록을 포기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페이코인 측은 사업자 변경 신고를 통한 결제 서비스 재개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페이코인 관계자는 “은행 실명계좌 계약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단계”라며 “서비스 구성 변경의 경우 개발적인 부문이나 가맹점 설득까지 이뤄져야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제 서비스)일시 중단까지는 우리도 고려하고 있다”며 “서비스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말곤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