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완 기자 입력 : 2022.12.23 05:00 ㅣ 수정 : 2022.12.23 05:00
한국조선해양, 고가 수주한 신조선 건조와 수직계열화 강화로 수익성 향상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재고 물량 처리와 FLNG 수주 기대감 커져 대우조선해양, 한화그룹과의 종합적인 시너지효과 기대 높아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 '빅3'가 내년에 휘파람을 불 것으로 보인다. 빅3가 고(高)물가·고금리·고환율 등에서 비롯된 글로벌 복합 경제 위기에도 내년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빅3는 내년에 '역대급 수주'가 기다리고 있어 일각에서는 '수퍼사이클(초호황기)가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실 빅3는 그동안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1887억원을 달성하며 간신히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연속 적자경영을 이어왔기 때문에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적자가 예상된다.
나머지 두 개 조선사도 예외는 아니다. 3분기 기준 삼성중공업은 20분기 연속 영업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대우조선해양은 7분기 연속 적자 상태다.
그러나 내년에는 상황이 다소 바뀔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엔진 전문업체 STX중공업 인수 의사를 밝혀 선박 건조를 비롯해 기자재 사업까지 수직계열화된 구조를 갖춰 흑자경영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액화 천연가스 해양플랜트(FLNG)역량’에 힘입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마련해 방위산업과 에너지에 관련된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조선업은 기간산업 성격을 지녀 기업 실적이 흑자 기조에 올라타면 앞으로 수 년간 두드러진 영업성과를 내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는 내년을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 한국조선해양, 대규모 신조선 수주가 실적에 반영...조선 수직계열화 강화 추세
SK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2023년 매출 20조290억원, 영업이익 82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실적 전망치인 매출 17조7000억원에서 13%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영업손실 3440억원에서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한국조선해양이 그동안 흑자전환을 달성치 못했던 것은 △원자재 가격 상승 △해양플랜트 부문 공사손실충당금 설정 △저가 수주한 선박 건조 등이 복합적으로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고가로 수주한 신조선을 건조하고 인도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125포인트에 머물렀던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해 말 145포인트를 기록해 역대급 가격 상승을 나타냈다. 올해 말에는 161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조선 건조에는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조선업계의 대규모 신조선 발주·수주 및 신조선가 상승은 2021년부터 이뤄졌다. 이에 따라 오는 2023년부터 한국조선해양을 포함한 조선 3사가 고가로 수주한 신조선을 건조하고 인도해 흑자전환의 해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으로 이뤄져 있어 선종(선박 종류)및 크기별로 다양한 선박을 수주·건조할 수 있다. 특히 자체적인 엔진사업부문도 보유하고 있어 한국 조선사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역량을 갖춘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조선해양이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빠르게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며 "게다가 현재 STX중공업 예비 입찰에 참여해 더욱 수직계열화 역량을 갖춰 내년 실적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늘어나는 선박용 엔진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해 STX중공업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엔진 기술을 접목시키면 중소형 엔진까지 제품군을 대폭 늘릴 수 있고 그룹 내 조선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짙은 먹구름 지나가고 밝은 햇빛 비춰'
미래에셋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내년에 매출 9조원, 영업이익 22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올해 실적 전망치인 매출 6조7840억원과 비교해 32% 상승한 것이다. 또한 영업손실 2480억원에서 흑자로 돌아서게 된다.
삼성중공업이 흑자전환을 기대하는 데에는 △여전히 탄탄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수주 △아직 인도가 되지 않은 해양플랜트 사업 △해양플랜트 신규 수주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면서 유럽은 에너지난을 겪게 됐고 이에 따라 천연가스와 석유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질렀다. 향후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를 제외한 국가로부터 대규모 천연가스와 석유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LNG운반선, 원유운반선 등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LNG운반선은 국내 조선 3사가 독점하다시피 수주하고 있으며 이 같은 기조는 2023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삼성중공업의 LNG운반선 수주에 긍정적인 조짐이다.
그동안 사업부진으로 '아픈 손가락'이었던 해양플랜트(드릴십) 재고 물량도 조금씩 해결되고 있고 천연가스를 심해에서 채굴하는 FLNG(부유식 액화설비)에 대한 수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총 5척의 해양플랜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PDC 1척, 노르웨이 시드릴 2척, 그리스 오션리그 2척의 드릴십을 수주했으며 총 5척에 이르는 계약금액은 약 30억달러(약 3조8000억원)다. 해양플랜트 수주 당시에는 국제 유가가 높이 유지돼 대규모 해양플랜트 발주·수주가 이어졌다. 그러나 고유가 시대가 끝나면서 관련 기업들이 해양플랜트를 인수해가지 않아 삼성중공업이 이를 모두 떠안게 됐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유가가 다시 고공행진을 기록해 삼성중공업은 '악성재고'라 할수 있는 해양플랜트를 처리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광물 및 자원 정보를 제공하는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2021년 말부터 현재까지 줄곧 배럴당 78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양플랜트가 수익을 내려면 WTI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 유지돼야 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인 셈이다.
이와 함께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6월 이탈리아 시추업체 사이펨과 해양플랜트 1척에 대한 용선 계약(선박을 빌려주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12월 이 해양플랜트를 시추사에 완전 매각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남은 4척 가운데 2척 또한 매각을 성사시켰고 2척의 매각 협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충분한 유동성 확보와 함께 재무건전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2023년 전세계적으로 FLNG가 2척 발주가 예상돼 FLNG 강자 삼성중공업이 관련 물량을 모두 수주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FLNG 4척 가운데 3척을 수주해 독보적인 FLNG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22일 아시아 지역 선사로부터 해양플랜트 1기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해양플랜트 수주 금액은 약 2조원 규모이며 이 수주 물량은 2023년 물량에 포함되기 때문에 새해가 시작되기 전부터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수주 역량을 뽐내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 흑자전환과 한화그룹 지원으로 대도약 '눈앞'
대우조선해양 역시 내년에 흑자전환을 앞두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리포트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23년 매출 7조9707억원, 영업이익 2344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올해 실적 전망치인 매출 5조2798억원에서 50% 늘어난 것이며 영업손실 1조2203억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셈이다.
이 같은 영업이익 흑자 전망은 대우조선해양 기존 역량에서 비롯됐다. 대우조선해양이 특히 내년에 기대되는 대목은 한화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화그룹은 이달 중순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등 자회사 3곳이 각각 1조원, 5000억원, 4000억원, 10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2조원 규모로 유상증자가 진행됐다. 이를 통해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인수하게 된다. 그리고 내년 상반기에 인수 절차 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방산 역량을 강화하고 그린에너지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을 대우조선해양 함정 건조 능력과 결합시켜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 개발, 한화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활용을 통한 친환경 선박 개발 등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화의 에너지 분야 역량인 LNG, 암모니아, 수소, 풍력 등을 대우조선해양 선박 기술과 결합해 그린 에너지 밸류 체인(가치사슬)을 새롭게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