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메기’ 인뱅 3사의 올해 성과는···몸집 키웠지만 위기·과제도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인뱅) 3사의 올해 성과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워 디지털·비대면 금융 활성화를 견인했고, 국민 절반 이상을 고객으로 흡수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외연 확장에 나선 인뱅 3사는 포용 금융 행보도 본격화했다. 출범 취지인 중저신용(중금리) 대출 공급 목표치를 사실상 조기 달성하는 등 취약 차주 지원에 나섰다.
다만 일각에선 인뱅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혁신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이 같은 시선은 인뱅의 몸값 하락으로 이어졌다. 기성 은행과 차별 없는 수익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점 등은 향후 인뱅의 해결 과제로 지목된다.
■ 케뱅·카뱅·토뱅 ‘삼각편대’ 완성···디지털 금융 경쟁력 우위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출범한 토스뱅크는 대출 중단 사태 이후 올 1월 1일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케이뱅크(2017년 4월)와 카카오뱅크(2017년 7월)에 이어 토스뱅크까지 합류하면서 올해 인뱅 삼각편대가 완성됐다.
시장에선 인뱅을 ‘금융권 메기’로 지칭한다. 정보기술(IT)에 기반한 플랫폼 경쟁력으로 금융 패러다임 변화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여·수신 업무 자체가 100% 비대면으로 이뤄지다보니 접근성·편의성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모바일뱅킹 고도화를 추진하는 점도 인뱅 성장세에 따른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다. 일례로 카카오뱅크의 월간순이용자(MAU)는 올 3분기 기준 1550만명인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500~1000만명대 수준에 그친다.
올 3분기 카카오뱅크의 고객은 1980만명으로 집계됐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801만명, 476만명이다. 중복 가입자가 있겠지만, 인뱅들이 금융시장 진출 5년 만에 국민(약 5162만명) 절반 이상을 고객으로 확보한 셈이다.
인뱅들이 아직 시중은행보다 자산·수익 규모에서 뒤처지지만, 고객 확보 측면에서는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미래 핵심 고객층인 MZ(밀레니얼+Z) 세대를 중심으로 고객수가 늘어나고 있는 점은 향후 경쟁력이 배가될 수 있는 요인이다.
■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이익도 쑥쑥···몸집 키우는 인뱅들
올해 인뱅 3사의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다. 은행은 이자로 이익을 얻는 구조인 만큼 여신 라인업 확대에 분주한 모습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개인사업자대출 등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며 수익성 제고를 꾀하고 있다.
2020년 8월 케이뱅크가 아파트담보대출(아담대)을 출시한 뒤 카카오뱅크도 올 2월 주담대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세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은 인뱅 3사 모두 취급하고 있다. 사실상 시중은행과 맞먹는 대출 라인업을 갖춘 상황이다.
인뱅들은 비대면 체재에서 이뤄지는 대출 신청·심사·실행과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로 승부수를 띄웠다. 각종 데이터 결합을 통한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로 대출 기회를 넓힌 점도 인뱅의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카카오뱅크의 3분기 여신 잔액은 27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25조원) 대비 2조5000억원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같은 기간 6조1800억원에서 9조7800억원으로 성장했다. 올 1월부터 대출 영업을 시작한 토스뱅크의 여신 잔액은 3분기 기준 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이달까지 11개월 연속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인뱅의 여신 잔액은 대부분 가계대출로 구성돼 있는데, 올해 시장금리 상승과 각종 규제에 대출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흐름은 인뱅의 수익성 제고로 이어졌다. 카카오뱅크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78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1.4% 성장했다. 4분기 역시 견조한 실적을 거두며 올해 사상 최대 순이익이 전망된다. 케이뱅크의 3분기 순이익은 256억원으로 같은 기간 52.5% 늘었다. 토스뱅크도 머지않아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 정신 차린 인뱅들, 중저신용 대출 확대 고삐···‘포용 금융’ 이행
지난해 인뱅들은 포용 금융 측면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금융당국의 은행업 인가 조건인 중저신용 대출 활성화 과제를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말 출범한 토스뱅크 포함 인뱅 3사 모두 지난해 중저신용 대출 공급 목표치를 미달했다.
이 때문에 인뱅들이 출범 취지인 중저신용 대출을 외면하고, 고신용 대출에 집중하며 이익 추구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특히 지난해는 각종 규제로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인뱅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였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달랐다. 인뱅들은 연초부터 중저신용 대출 확대에 고삐를 당겼다. 한도와 금리 조정으로 중저신용 차주에 대출을 공급했다. 지금은 부분적으로 재개했지만, 카카오뱅크는 고신용 대출 취급 중단이라는 초강수도 뒀다.
9월 말 기준 전체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케이뱅크 24.7% ▲카카오뱅크 23.2% ▲토스뱅크 39.0%로 집계됐다. 연말까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 25%, 토스뱅크는 42%를 달성하겠다고 했는데, 벌써 목표치에 근접했다.
내년에는 더 많은 규모의 중저신용 대출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뱅크(32%)와 카카오뱅크(30%), 토스뱅크(44%) 모두 내년 중저신용 대출 비중 목표치를 올해보다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인뱅 3사는 내년 목표치도 달성할 것이라며 자신하고 있다.
■ 냉정한 시장 평가에 주가 휘청이고 IPO 연기···혁신 증명 과제로
금융권 메기로 등장한 인뱅들의 공격적인 행보에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플랫폼과 은행을 결합한 다양한 시도가 성공하고, 이를 벤치마킹하는 사례도 나온다. 대형 시중은행들 사이에서도 인뱅들을 경쟁자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다만 시장의 조명을 더 많이 받게 된 만큼 실망감을 표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에 있던 은행이 아닌 ‘플랫폼 은행’인 만큼 과거에 보지 못했던 혁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인뱅의 차별성 약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시장의 반응은 몸값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8월 상장 후 한 때 9만원선까지 오른 카카오뱅크 주가는 올 1월 5만5000원대로 시작해 현재 2만8000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시가총액은 지난 1월 3일 약 28조원대에서 현재 약 13조원대로 반토막났다.
올 하반기부터 증시가 부진한 영향도 있지만, 카카오뱅크 주가 부진은 혁신 부재 여파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줄만한 사업 아이템이 부재하고, 기성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익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선 소규모 은행이나 일반 은행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케이뱅크도 올해 예정한 기업공개(IPO) 일정을 내년 초로 연기했다. 섣불리 상장에 속도를 냈다가 기대보다 몸값이 낮게 책정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에 쏠린 혁신 의구심이 케이뱅크까지 번질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수익성 제고와 외연 확장에 나선 인뱅 3사 앞에는 혁신 증명이라는 과제가 남았다. 플랫폼 기업과 은행을 넘나드는 정체성 확립과 차별화 확보는 필수 요소다. 또 시중은행 추격이 빨라지고 있는 만큼 ‘비대면’ 경쟁력도 점차 약화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