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 속 리서치센터 처우 '극과극'…개미·초보 수요에 '전보단 낫다'
케이프證, 리서치사업부 폐지…타 증권사도 '몸집 줄이기' 나서
"법인 영업 문제 가능성 커…보고서 '무료' 인식에 자생 힘들어"
KB·신한證은 역량 '강화'…'숏폼' 등 신규 콘텐츠도 지속 출시돼
'딱딱한 보고서' 탈피 전략…"초보·개미투자자 수요 늘어나는 중"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은 실적 부진과 자금 경색 우려에 리서치센터 등 부서들의 임직원들이 줄이고 있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오히려 리서치센터의 콘텐츠와 역량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서치센터는 흔히 '비매출' 부서로 평가되는 만큼, 업황이 악화될 때마다 조정 대상으로 언급되는 경우가 잦았다.
다만 최근에는 리서치센터의 자료들에 대한 수요가 법인뿐만 아니라 초보나 개미투자자들로 확장되고 있어 자금에 여유가 있는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를 감원하기보다 업황 회복에 대비해 역량을 강화하며 신규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요소 중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 리서치센터에 부는 '고용 한파'…'비매출' 눈치 속 구조조정 우선순위 거론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협회에 등록된 국내 증권사 소속 금융투자분석사는 총 1070명이다. 등록된 수가 2017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1020~1100명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6개년 평균(1062.3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1040명)과 비교하면 오히려 30명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최근 이어지고 있는 업황 악화와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자금경색 등에 따라 일부 증권사는 리서치센터를 포함한 업무 부서를 감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부서 감축이 확정되고 인원 이동이 이뤄진다면 애널리스트 수는 감소할 전망이다.
실제로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달 초 자사 리서치사업부와 법인부를 폐지하고 관련 임직원 일부를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했다. 폐지 이전 케이프투자증권의 금투협 등록 애널리스트는 14명인데, 부서 폐쇄가 적용된 후 전체 애널리스트 수는 6개년 평균을 밑돌게 된다.
올해 초 법인영업 직원 채용 공고를 내면서 조직 확대를 꾀했던 케이프투자증권이 갑자기 조직을 폐쇄한 데에는 최근 급격히 실적이 악화되며 비매출 및 고정비용이 큰 부서를 구조조정하고 다른 부서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방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케이프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3.9% 증가했으나, 올해 1분기 적자 전환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도 희망퇴직이나 경영상 책임 사직 등을 통해 임직원을 감축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리서치센터와 법인 영업, 부동산 PF 본부 등이 구조조정 우선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인 영업 부문이 비활성화되면 리서치센터의 효용도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리서치센터를 감축하는 곳은 대부분 법인 영업 부문 활동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업계에서 리서치 보고서는 무료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어 수익적인 부분에서 리서치센터가 홀로 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두 부문의 관계가 필수적인 조건은 아니지만 법인 영업 부문이 애널리스트와 같이 영업을 뛰는 경우가 많아 두 부문을 같이 간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초보·개미투자자들 '신규 수요' 등장…뉴 콘텐츠 출시·역량 강화 박차
이처럼 일부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에서 한파가 불고 있는 한편, 일각에서는 오히려 리서치센터 역량 강화에 나서며 신규 콘텐츠나 차별화를 꾀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KB증권 리서치센터는 자사 유튜브 채널 깨비증권 마블TV를 통해 '2023 연간 전망' 온라인 콘텐츠를 순차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콘텐츠는 지난달 7일 실시한 '2022 KB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각 부문 연구원들이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제작됐다.
총 36개의 세미나 영상이 업로드될 예정이며, 국내외 경제 전망이나 주식 전략 등 기존 부문뿐만 아니라 ESG나 전기차, 애그테크, 로봇 등 신규 산업부문도 다룰 계획이다.
KB증권은 앞서 올해 3월 ESG솔루션팀을 신설해 ESG 리서치를 제공해왔으며, 지난 10월에는 비상장기업 분석을 위한 신성장기업솔루션팀을 설립했다. 지난 1월에는 대체자산으로 디지털자산까지 커버하는 멀티에셋팀을 구성해 가상자산 분석 보고서도 지속 발간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한국FPSB가 주관한 제83회 재무설계사(AFPK) 시험에 응시한 자사 임직원 중 93명이 합격한 사실을 발표했다. 총 응시 임직원 194명 중 93명이 합격해 해당 회차에 참여한 전체 금융사 중 1위를 달성했으며, 합격률은 47.9%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직원들의 리서치 기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도 운영하고 있다. 신입사원 입사 시 리서치센터에 파견해 리서치 현장 이론 교육과 실습, 평가 등을 통해 총 5개월간 현장 중심 기초 및 심화 교육을 실시한다. 향후 투자의사 결정 과정 전반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투자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1일부터 가상인간을 활용한 리서치 보고서 콘텐츠 '쇼미더 리포트'를 출시했다. 가상인간 한지아가 리서치 보고서를 3~4분가량의 짧은 영상으로 요약 설명한다. 이번 콘텐츠는 기존의 보고서 형태에서 벗어나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방식으로 투자자에게 더 쉽게 리서치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삼성증권도 앞서 지난 5월 국내 최초 가상 애널리스트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유튜브 콘텐츠를 공개했다. 실제 현업 애널리스트의 외형과 음성을 인공지능 기술로 학습시켜 실제 애널리스트가 방송을 진행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투자 정보를 전달한다.
그밖에 현대차증권의 '현포트'와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이베스트클립' 등도 각 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처럼 증시 불황에도 일부 증권사들이 리서치센터를 강화하는 것은 지난해 증시 호황기 이후 진입한 초보·개미투자자들의 리서치 수요가 증가한 것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기존 보고서가 딱딱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만큼, 새로운 형태의 보고서를 통해 신규 고객들을 유입하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도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리서치센터는 기본적으로 법인 영업을 위한 조직"이라며 "초보나 개미 투자자들도 많이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서치 자료를 궁금해 하지만 실제로 보고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수요를 위해 조금 쉽게 설명하고자 만든게 각 증권사들의 유튜브 등 콘텐츠"라고 언급했다.
게다가 ESG나 2차전지, 메타버스, 가상자산 등 새로운 분야의 테마들도 부흥하고 있어 해당 분야를 커버하기 위해 역량 강화를 꾀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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