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삼성전자, ‘한종희-경계현’ 투톱 이끌고 최초 여성 CEO 선보여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12.05 16:20 ㅣ 수정 : 2022.12.05 18:34

이재용 회장, '전쟁 중에 장수 바꾸지 않는다'는 인사 방침 드러내
1년밖에 안된 '한종희 부회장-경계현 사장' 투톱 체제 유지
로레알 출신 마케팅 전문가 이영희, ‘갤럭시 공신’으로 사장 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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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편집=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재계가 2023년 정기인사를 속속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이목을 끈 곳은 삼성전자다. 

 

5일 삼성전자 인사는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한 이래 처음 시행됐다. 이에 따라 이재용 회장이 사장단 구조에 어떤 변화를 줄 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삼성전자 발표를 앞두고 재계에서는 먼저 인사를 발표한 SK그룹이나 LG그룹, 현대차그룹 등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역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점쳤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이 장기간 이어지고 미국발(發) 인플레이션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로 운영된 지 고작 1년 밖에 되지 않은 만큼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성과주의에 기반한 ‘ 30·40 젊은 리더’ 발탁이 동반돼 안정 속 혁신을 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이날 삼성전자는 총 9명 규모의 2023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으며 이날 인사는 시장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엄중한 경영 현실을 고려해 한종희-경계현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어 주력 사업 기술기반 경쟁력 강화 등에 기여도가 큰 인재를 사장으로 승진시키거나 사업부장에 보임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최초로 여성 사장을 배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네트워크 사업 성장에 기여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사업부장으로 과감히 보임하고 반도체 사업 개발과 제조 역량 강화에 기여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며 "이는 핵심사업의 미래 대비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성과주의 인사를 실현하기 위해 역량과 성과가 있는 여성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며 “여성인재들에게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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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전자]

 

■ 믿고 가는 '한종희-경계현' 투톱…미래 먹거리 확보·반도체 위기 돌파 기대 

 

삼성전자는 이날 인사에서 대표이사로 ‘한종희 부회장-경계현 사장’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DX(모바일·세트)-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장 체제를 유지해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등 엄중한 경영 현실 가운데 경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결정이다.

 

투톱 체제가 구축된 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점도 이번 인사에 영향을 줬다.

 

2018년부터 김기남 부회장·김현석 사장·고동진 사장 등 이른바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해온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존 수뇌부를 전원 퇴진시키고 ‘한종희 부회장-경계현 사장’ 체제로 전환했다.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시행하며 ‘뉴 삼성’ 개막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과거 CE(소비자가전) 부문과 IM(정보기술(IT)&모바일) 부문을 통합한 DX부문을 이끄는 한종희 부회장은 스마트폰·가전·TV 제품 간 벽을 허물고 전체 디바이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데 계속 역량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를 고객들에게 똑똑한 디바이스 경험을 제공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역량을 쏟고 있다. 아울러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로봇 등 미래 유망 분야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종희 부회장의 ‘가전제품 간 연결을 통한 사용자경험 혁신’이라는 경영철학은 전자, 통신, 건설을 막론하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미래 먹거리 ‘스마트홈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중요한 기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반도체 전문가’ 경계현 사장은 '반도체 시장 한파'에 흔들리는 삼성전자를 위기에서 극복해 줄 구원투수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폭락해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가 재고를 줄이고 가격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한 인위적 감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는 ‘마이웨이’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감산을 고려하지 않고 설비투자도 기존 계획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불황기에 투자를 줄이면 호황기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계현 사장 기조를 토대로 삼성전자가 현재 위기를 오히려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 기술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차이) 굳히기에 나설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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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우준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 △남석우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사장 [사진=삼성전자]

 

■ '인재와 기술 중시' 경영철학 반영한 인사...유리천장도 깨 

 

사장으로 승진한 7인은 △김우준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 △남석우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사장 △송재혁 DS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 △백수현 DX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 △박승희 CR(Corporate Relations)담당 사장 △양걸 중국전략협력실장 사장 등이다. 

 

서울대 전자공학 박사 출신인 김우준 사장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상품전략그룹장, 차세대전략그룹장, 전략마케팅팀장 등 회사 내 주요 보직을 역임해 왔다. 

 

김 사장은 영업·기술·전략 다양한 분야에 걸쳐 비즈니스 성장을 주도한 인물로 네트워크사업부 미주BM그룹장 시절 미국 신규사업 진출 및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 서비스 모델 발굴해 통신 비즈니스 기반 강화를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김사장이 이번 승진을 통해 차세대 통신 중심의 네트워크 비즈니스 기반을 단단히 다지고 사업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적임자로 평가했다. 

 

이영희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은 이번 사장단 인사 중 유일한 여성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12년 삼성전자의 두 번째 여성 부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이제 삼성전자 최초로 오너가(家) 외 여성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이영희 사장은 로레알 출신 마케팅 전문가로 200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갤럭시 마케팅 성공 스토리 구축의 중심에 섰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크게 이바지하는 성과를 거두며 고객 가치·경험 중심 회사로의 성장을 이끈 공을 인정받았다. 

 

그동안 쌓아온 고객 중심의 마케팅 혁신 역량을 토대로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이다. 

 

남석우 삼성전자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사장은 수년전부터 DS부문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거론돼 왔다. DS는 유능한 기술인력이 경영자로까지 오를 수 있는 삼성전자 ‘성과주의 인사’에 가장 부합하는 부문이다. 

 

반도체 공정개발 및 제조 전문가인 남석우 사장은 세계 최초로 20nm D램을 개발해 2014년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거머쥔 주인공이다. 남 사장은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전 제품 공정개발을 이끌고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조기술센터장과 전 세계 제조·인프라총괄 등 핵심 업무를 맡아 반도체공정 및 제조경쟁력 강화에 힘썼다. 

 

공정, 제조, 인프라, 환경안전 분야 등 다방면에서 역량을 두루 갖춘 남석우 부사장을 주축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격차 확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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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송재혁 DS부문 CTO 겸)반도체연구소장 사장 △백수현 DX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 △박승희 CR(Corporate Relations)담당 사장 △양걸 중국전략협력실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CTO 겸)반도체연구소장 사장은 공정과 소자 개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전문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V낸드 세대 전환을 성공시키며 삼성전자 V낸드 사업 경쟁력 강화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 송 사장은 DRAM과 플래시 메모리 공정개발부터 양산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전 과정에 대한 기술 리더십을 발휘해 메모리 사업 세계 1위 달성에 이바지 했다. 

 

그는 향후 반도체 사업 CTO로서 반도체 전제품 선단공정 개발을 이끌며 반도체 기술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SBS 보도국 부국장 출신인 백수현 삼성전자 DX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은 업계에서 유명한 홍보 전문가로 한때 윤석열 정부의 홍보수석 발탁 유력 인물로 점쳐지기도 했다. 2013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백 사장은 국내홍보그룹장, 커뮤니케이션팀장을 지내며 회사 내부는 물론 외부와의 소통 활성화에 노력해 왔다.

 

그는 향후 대내외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삼성전자 비전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해 나가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은 중앙일보사 편집국장을 지낸 언론 홍보 전문가다. 2020년 3월 중앙일보를 떠나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이직한 박 사장은 2020년 12월부터 삼성물산 건설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을 역임했다.

 

박 사장은 다양한 네트워크과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기반으로 CR담당으로서 대내외 적극적으로 소통해 가교 역할을 원만하게 수행할 적임자로 기대를 모은다. 

 

양걸 삼성전자 중국전략협력실장 사장은 다양한 해외 판매법인을 경험한 반도체 영업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인사다. 양 사장은 중국총괄과 중국전략협력실 부실장을 지내며 반도체 등 중국 내 사업을 넓히는 데 일조했다.

 

그는 향후 중국전략협력실장으로서 본인 강점인 중국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안목을 활용해 원활한 협력과 지원을 이끌어 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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