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규 서울대 교수 “경제성·안전성 갖춘 원자력이 생산성의 핵심”
[뉴스투데이=이화연 기자] 주한규 서울대학교 교수가 경제적이면서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 받는 원자력을 활용해 우리나라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한규 교수는 10일 오전 KPC한국생산성본부가 개최한 ‘2022년 CEO북클럽 14회차 강의’에서 ‘대한민국 생산성 제고의 핵심 에너지 원자력’을 주제로 강연했다.
주 교수는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 성장에는 값싼 전기료가 보탬이 됐으며 여기에는 원자력이 동력이 됐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또 세계적인 조류인 ‘탄소 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을 달성하기 위해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외에 원자력 발전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민들이 우려하는 안전성은 이미 개발된 사용후핵연료 폐기방법 등을 활용해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한규 교수는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원자핵공학과 PhD(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현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으며 미국원자력학회 석학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 값싸고 가격 변동 적은 원자력…한국 경제 발전의 초석
주 교수는 지난 40여년간 원자력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뒷받침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1980년 대비 약 21배 성장했으며 이 기간 에너지 발전량도 16배 정도 상승했다”며 “특이한 점은 이 기간 전기요금은 2.1배 밖에 오르지 않았으며 실제로 산업용·가정용 전기 모두 일본, 유럽 등 주요국에 비해 월등히 저렴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전기를 풍족하게 쓸 수 있어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한 셈”이라며 “원자력이 이같이 낮은 전기료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고리 1호기가 전기 생산을 시작한 1978년부터 43년간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발전량의 32.4%를 원자력이 책임졌다”며 “최근 kMh(전력단위) 당 발전단가는 석탄이 103원대, LNG(액화천연가스)가 120원대, 태양광이 180원대에 달하지만 원자력은 60원선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국전력은 이처럼 다양하게 전력을 구매해 전기를 일정한 값에 판매하고 있는데 이같은 ‘평균구입단가’를 낮추는 데 원자력이 크게 기여한 셈이다.
주 교수는 “이는 원자력이 고밀도 에너지로 연료가 적게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우라늄(235) 1g만 있으면 석탄 3톤이 내는 에너지를 낼 수 있으며 우라늄 1kg가 있으면 1기가와트(GW) 원자력발전소가 하루에 발전할 때 쓰는 연료량을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자력은 발전 단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선에 불과해 국제 정세에 따라 연료비 등락이 있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좁은 면적만 있어도 연료를 보관할 수 있어 저장이 용이하다. 이 같은 측면에서 ‘에너지 안보’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주 교수는 역설했다.
주 교수는 “다만 탈원전이 진행된 지난 5년간 국내 원자력 발전소 평균이용률은 81.6%에서 71.5%로 떨어졌다”며 “이에 따라 7조3000억원 정도를 LNG를 수입하는 데 불필요하게 지출했으며 운영비용 등을 포함하면 11조5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 역부족…원자력 발전 병행해야
이제 걸음마 단계인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저장 공간에 한계가 있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자력 발전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 교수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137개국에서 2050년 또는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며 “우리나라 탄소 배출량은 2018년 7억3000만톤을 정점으로 지난해 6억8000톤으로 떨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체 배출량에서 에너지 분야 배출량은 5.9억톤에 달했다. 이 가운데 발전 2.2억톤, 철강 1억톤, 수송 1억톤, 화학 5000만톤 등의 비중이 높았다. 이에 따라 지난 정부는 비전력분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사용 전기화율’을 기존 20%에서 2050년 45%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주 교수는 “이 경우 생산해야 할 전력이 2018년 65기가와트이어(GWy)에서 2050년 144GWy로 늘어난다”며 “이전 정부는 이 전력의 70%인 102GWy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기로 했는데 이는 무리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이전 정부는 재생에너지의 50%인 71GWy를 태양광으로 생산하기로 했다”며 “태양광은 우리나라 위치상, 기술상 이점이 있지만 낮에만 생산할 수 있는 간헐적 에너지원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태양광 전력을 저장하려면 배터리 형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해야 하는데 넓은 공간이 필요한 것은 물론 100만개를 설치하는 데 무려 460조원이 든다”며 “발전 비용보다 저장 비용이 더 커지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치명률 낮고 사용후핵연료 폐기도 안전…원전 수출 기대
주 교수는 국민들이 원자력을 위험한 에너지라고 여기는 점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반박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크게 발생한 원전(원자력발전소) 사고는 미국의 쓰리마일 섬, 러시아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 등 3개”라며 “이 가운데 체르노빌에서만 방사선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43명 발생했고 쓰리마일 섬, 후쿠시마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UN 방사선 영향 조사위원회 조사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주 교수는 또한 “EU(유럽연합)의 공동연구소 JRC에서는 단위전력 생산량당 치명률을 계산했는데 그 결과 1조KWh당 0.5명으로 계산됐다”며 “현재까지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량이 4조KWh 정도인데 1명도 사망한 사례가 없었다”며 원자력의 생명안전성을 강조했다.
그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외에 5개 원전이 있었는데 4곳은 지진 이후 전기공급을 중단하고 방사성 물질의 잔열을 냉각해 사고가 없었지만 후쿠시마는 쓰나미로 인해 침수된 것이 사고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현재는 사용후핵연료를 5cm 두께 구리 용기에 담아 500m 깊이 암반에 묻는 방식으로 처리한다”며 “구리 용기 주변에는 물을 머금으면 딘단해지는 ‘벤토나이트’라는 점토질로 감싸며 구리 역시 내부식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지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실질적으로 없다”고 말했다.
K-원전의 세계 진출 가능성 역시 밝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주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바라카 원전을 2020년 완공했다”며 “정해진 예산에 정해진 기간 내 완공시켰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큰 신뢰도를 얻을 수 있는 사업을 성공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적으로 원전의 청정 에너지 활용 가능성에 대해 인식이 확대되면서 2030년까지 짓기로 한 원전이 95개 정도 된다”며 “이 가운데 35개 정도는 우리나라가 수주전에 참여할 수 있는 물량”이라고 부연했다.
긴 원통 모양의 소형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활용하면 안전도가 매우 높아진다는 점도 조명했다.
주 교수는 “보통 원전은 원자로, 전기 발생기, 펌프 등이 배관을 통해 연결되는데 이 경우 냉각재 사고가 발생할 수 있지만 SMR은 이를 일체형으로 넣어 냉각수 누설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혁신형 SMR’이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개발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