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 가속하는 증권사들…MTS 개편은 기본, 멀티 클라우드에 경진대회까지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최근 증권사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하기 위해 여러 방책을 내놓고 있다.
자사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을 개편하고 여러 디지털 기업과 협업해 UI·UX(사용자 인터페이스,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고 있고, 각종 경진대회나 수시채용을 통해 사내 디지털 인력을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 증권사들 UI·UX 강화시키기 위해 MTS 줄줄이 개편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MTS를 개편하거나 제공하는 서비스를 향상시킨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유진투자증권 △토스증권 △카카오페이증권 등이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신한알파’는 지난 4월 알파 2.0으로 리뉴얼된 뒤 여러 서비스들을 탑재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 투자상담 서비스의 상담 마감시간을 기존 오후 5시에서 8시로 연장했으며, 지난달에는 주식 잔고를 영수증 형태로 제공하는 ‘투자 영수증 서비스’를 선보였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7월 신규 MTS ‘M-STOCK’을 출시하며 24시간 투자 서비스를 제공했다. 화이트·다크모드 디자인이 낮과 밤 시간대에 맞춰 자동 전환되며, 기존에 산재했던 애플리케이션을 한 데 모아 모든 금융자산과 계좌를 모아볼 수 있게 했다.
키움증권도 지난달 기존 MTS 영웅문S를 업그레이드한 ‘영웅문S#’을 내놨다. 계좌개설부터 국내주식, 해외주식, AI자산관리 등을 하나의 앱으로 통합시켰다.
한국투자증권도 기존 MTS 앱을 리뉴얼한 ‘한국투자’를 출시해 휴대폰을 흔들면 관심종목 시세와 주요 지수 등을 보여주는 ‘퀵뷰’ 기능을 포함했다.
KB증권 MTS ‘마블(M-able)’의 간소화 버전인 ‘마블 미니(M-able mini)’는 월간 이용고객수(MAU)가 출시 당시 약 9만명에서 지난달 말 기준 28만명 수준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마블 미니의 서비스 중 투자 전문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참고할 수 있는 ‘글로벌 투자대가 따라하기’ 서비스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유효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간소화 MTS인 ‘U.TOO(유투)’를 출시했다. 유투는 간편주문과 자동주문 등 핵심 기능을 포함해 ‘타임라인’이나 ‘포스팅’ 등의 기능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토스증권은 지난 7일부터 리츠와 부동산ETF, 사회간접자본인프라펀드, 한국예탁증서(KDR),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외국주권 등 국내 거래 가능 종목 범위를 넓혔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이달부터 신용거래 서비스를 개시했다. 한도는 최대 20억원이며 담보유지비율은 140%다. 상환기간은 90일이지만, 최소 담보비율 등 조건 충족시 횟수·기간 제한 없이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 신한금융투자, 쾌적한 서비스 위해 ‘멀티 클라우드’ 도입
MTS가 개편되더라도 모종의 이유로 서버 자체가 버벅댄다면 이용자 편의를 증대시킬 수 없다. 특히 대형 기업공개(IPO) 등의 이벤트가 있을 때 MTS가 자주 멈추게 된다면 거래에 불편함을 겪은 이용자가 손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금융민원 동향’에 따르면, 금융투자 민원은 561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5% 증가했다. 그중 증권사 관련 민원이 362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7% 늘었다.
구체적으로 증권사 HTS·MTS 장애 관련 민원발생 등을 포함한 ‘내부통제·전산장애’ 유형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4% 폭증한 것이 증권사 민원 증가에 영향을 줬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모주 청약제도가 바뀌어 일반인들도 공모주 청약에 뛰어들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MTS 이용량이 폭증한 부분이 있다”며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각 증권사는 안정적인 전자금융거래를 위해 성능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복수 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멀티 클라우드’ 체계를 도입했다.
최근 신한금융투자는 국내 클라우드 전문기업 NHN클라우드와 금융 인프라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클라우드란 필요시마다 외부 컴퓨팅 자원을 빌려 데이터를 이용·처리하는 기술인데, 일시적인 이용자 폭증 등의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자체 전산설비를 증설하지 않아도 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10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MTS에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솔루션을 도입했다. 이에 올해 초 초대형 IPO였던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당시에도 한 차례의 장애 없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신한금융투자는 AWS에 이어 NHN클라우드와도 MOU를 체결하면서 향후 클라우드 체계의 장점은 유연한 트래픽 대응과 안정적 서비스 제공 등의 장점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국내 대표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NHN Cloud와 협력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금융업계 클라우드 분야 선두 기업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디지털 리딩 컴퍼니로 도약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 NH투자증권·한국거래소, ‘재야의 고수’ 모시기 위해 경진대회 개최
최근에는 증권가에서 각종 대회를 개최해 디지털 분야의 ‘재야의 고수’를 찾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빅데이터 경진대회 ‘데이터, 문화가 되다’를 개최한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해당 대회는 국내외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참신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대회다.
이번 대회 과제는 ‘디지털 고객 분석을 통한 투자 큐레이션 개인화 컨텐츠 제안’이다. 이번 대회는 증권업계 최초로 도입된 NH투자증권의 클라우드 기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며, 활용 데이터와 분석 환경을 참여자에게 개방하면서 기존 대회와 차별화를 시켰다.
또 대상 및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체험형 인턴십과 NH투자증권 입사 지원 시 서류전형 절차 면제 등의 입사 특전이 부여된다.
국내외 대학(원)생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내달 17일까지 NH투자증권 MTS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정중락 NH투자증권 WM 디지털사업부 대표는 “빅데이터 분석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업계에서 활용되는 데이터를 직접 다뤄 보고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현장에서 평가받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NH투자증권은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통해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개방하고 외부의 신선한 분석, 서비스 아이디어 확보로 새로운 경쟁력을 쌓아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6일 ‘제1회 KRX 금융 빅데이터 활용 아이디어 경진대회’ 시상식을 개최했다.
해당 대회는 데이터 분야에 대한 거래소 최초의 경진대회로, 자본시장 데이터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창의적 아이디어 기반의 다양한 콘텐츠 및 비즈니스 아이디어 발굴을 목표로 진행됐다.
지난 6월부터 70개의 팀이 경합을 벌여 예선심사를 통과한 10개팀에 대해 보고서·개념증명(PoC) 등에 대한 서류 심사 및 각 팀별 발표 평가 등을 통해 수상작을 선정했다.
최우수상 입상자에 대해서는 향후 5년간 한국거래소 입사 지원시 서류전형 우대조치의 특전을 제공했다.
이번에 최우수상을 수상한 팀 ‘원라인테크(OneLineTech)’가 제시한 아이디어는 금융교육 콘텐츠 빅데이터 API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시상식에서 “디지털 시대에 데이터는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야 할 때”라며 “이번 데이터 경진대회는 흙 속의 진주를 찾아내 제대로 꿰어내는 첫 시도였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는 참신한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창구로써 데이터 경진대회를 지속 개최해 한국 자본시장 대표 데이터 경진대회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