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식품업계 '도미노 가격 인상'에 칼 빼든다
라면·과자·김치·우유까지 줄줄이 올라
설상가상 내달 중 우유 가격도 오를 전망
정부 "담합 등 불공정행위 여부 점검"
이 교수 "고물가 맞춰 가격 올리는 것 바람직하지 않아"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추석 연휴 이후 식품업계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식품업계가 너도나도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정부가 마침내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정부 제재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물가에 급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을 까.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9일 민생물가 분야별 주요 현안을 면밀히 점검하고 정책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생물가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일각의 가격 인상 움직임은 민생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물가 안정 기조의 안착을 저해할 수 있어 소관 부처를 중심으로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많은 경제주체들이 물가상승 부담을 감내하고 있다”며 “가공식품 업계에서도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소화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추석을 맞아 민생 안정 대책의 하나로 농산물 일부에 관세 인하를 적용하는 간접 방식으로 물가 충격을 흡수했다. 그러나 식품업계는 추석 이후 하나둘씩 가격 인상 카드를 뽑아 들었다.
이에 따라 추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정부의 가격 인상 요인 흡수에도 가격 인상을 밀어붙인 식품업계를 겨낭한 셈이다.
라면 업계 1위 농심은 지난 15일부터 신라면, 너구리 등 26개 라면 브랜드 출고가를 평균 11.3% 올렸다. 농심은 지난해 8월 라면 가격을 이미 인상한 바 있다.
이에 질세라 농심을 필두로 팔도, 오뚜기도 가격 인상 열차에 올라탔다.
팔도는 오는 10월부터 팔도비빔면 등 총 12개 라면 브랜드의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
오뚜기도 10월 10일부터 진라면, 진비빔면 등 라면 브랜드 출고가를 평균 11.0% 올린다. 오뚜기는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들의 비난을 의식한 듯 “경쟁사 제품 가격보다 낮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제과업계도 가격 올리기에 나섰다.
농심은 라면 가격을 올리면서 스낵 주요 제품 출고가격을 평균 5.7% 올렸다. 스낵은 올해 3월에도 한 차례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오리온은 파이, 스낵. 비스킷 등 16개 제품 가격을 9년 만에 평균 15.8% 인상한다. 주요 제품별 인상률은 예감 25.0%, 초코파이 12.4%, 포카칩 12.3%, 꼬북칩 11.7% 등이다.
김장철을 앞두고 천정부지로 치솟은 ‘금(金)배추’ 영향으로 김치 가격도 껑충 뛰었다.
김치 판매 1위업체 대상은 다음 달 1일부터 종가집 김치 제품 판매가격을 평균 9.8% 올린다. 대상은 올해 3월에도 제품가격을 올렸다.
이에 앞서 CJ제일제당은 15일부터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비비고 김치 가격을 평균 11.3% 인상했다. CJ제일제당 또한 올 2월 김치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원유 가격까지 오를 조짐을 보이면서 장바구니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 가격도 인상된다. 이에 따라 우유 가격은 오는 10월부터 1리터당 400~500원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빵, 아이스크림 원료로 사용되는 우유가격이 오르면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제과 프랜차이즈와 커피 프랜차이즈 메뉴 가격도 크게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물가 인상 분위기에 발맞춰 식품업체들이 가격을 이렇게 올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유업계 가격 인상 조짐에 대해 이은희 교수는 “우유 수요가 줄고 있고 멸균우유도 수입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가격이 내려가야 하는데 유업계는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다”며 “가격을 무조건 올리는 것이 아닌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추 부총리는 “부당한 가격 인상이 이뤄지지 않도록 현안 분야별로 담합 등 불공정행위 여부를 소관부처와 공정위가 합동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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