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드라마에서 대형 로펌 변호사인 우영우는 전문가로서 탁월한 직장생활과 조금 서툰 일상생활을 오가며 이중생활을 한다.
그런 우영우, 아니 박은빈이 은밀한 이중생활을 한다. 물론 현실에서가 아니라 KT x 갤럭시 Z플립4 광고에서다. 드라마에서는 변호사로 나오지만 광고에서는 그녀의 실제 직업인 배우로 나온다.
[갤럭시 Z플립4를 KT 듀얼번호로 즐겨봐! 편]
2개로 분리된 화면에 두 대의 갤럭시 Z플립4가 보이며 광고가 시작된다. 왼쪽 화면으로는 일을 하는 배우 박은빈이 오른쪽 화면으로는 일상을 즐기는 박은빈이 보인다.
여 : 박은빈은 Z플립4 두 개 쓰나 봐!
박은빈 : 아니 번호가 두 개야/ 일할 땐 이 번호, 프라이빗은 요 번호/ 갤럭시 Z플립4, KT 듀얼번호로 즐겨봐
사실 직장인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일과 일상을 오가며 이중생활을 한다. 과거 직장인들은 개인의 일상은 물론 심지어 가족들에게 소홀하면서까지 직장에 더 큰 비중을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평일 퇴근 후는 당연하고 회사를 안가는 주말에도 항상 전화기를 켜둔 채 혹시 모를 상사나 거래처의 업무 전화에 대비했다. 물론 아직도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모습이지만 과거에 비해 소위 일과 일상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을 위해 일의 비중을 줄이거나 일이 일상을 방해하지 않게 분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화기 한대로 두 개의 번호를 쓴다는 것은 일과 일상을 구분하려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편리한 서비스일 것이다. 꼭 필요하거나 받고 싶은 전화만 가려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음지의 사람들이 전화기를 2~3개씩 가지고 다니던 것과는 달리 한 대의 전화기라서 비밀이 많거나 사생활이 복잡하거나 험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오해 받을 일도 없다.
통신과 IT 기술은 계속 진화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진화에 우리 자신을 맞춰가고 있다. 과거 유선 전화가 유일한 통신 수단일 때도 특별한 불편 없이 일과 일상을 잘 해결했다. 유선 전화의 한계를 넘어선 신기술인 삐삐는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현재는 단순한 통화를 넘어 일상 업무와 엔터테인먼트 등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할 정도가 되었고 의존도 또한 높아져 스마트폰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이다.
전화기 한대로 두 개의 번호를 쓴다는 것이 과연 워러밸을 가능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이러한 서비스가 일과 일상을 분리 시켜 더 평온한 일상을 가져다 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받지 않은 전화에 신경 쓰고 궁금해 하느라 오히려 더 일상을 망칠 수도 있다.
마치 스마트폰을 깜빡 두고 나온 경우 불편을 넘어 불안함 마저 느끼며 아무 일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워라밸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특정 폰이나 통신 서비스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개인의 가치관과 마음가짐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이 아닐까?
오래 전 한석규와 스님이 울창한 대나무 숲을 거닐며 나왔던 모 통신사 광고의 “새로운 세상과 만날 때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카피처럼 “자신만의 세상(일상)”과 만날 때는 잠시 꺼두는 것이 가장 현명한 답일 것이다.
◀신재훈 프로필▶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