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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점포는 여전히 거리두기···영업시간 다시 안 늘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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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8.24 07:19 ㅣ 수정 : 2022.08.24 07:19

주요 시중은행 영업시간 단축, 1년 넘게 이어져
방역 명분이었지만 일상 회복에도 정상화 안 해
노사 합의 선행돼야 점포 운영시간 조정도 가능
근로시간 단축 요구하는 노조와 합의 어려울 듯
일상 회복에 경제 활동 재개··“탄력적 운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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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 ATM 기기.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에도 주요 은행들의 오프라인 점포가 단축 영업 체재를 유지하고 있다. 일상 회복 흐름에도 은행 점포만 거리두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고객 불편 우려에 은행 점포 영업시간 정상화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선행 조건인 ‘노사 합의’가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는 금융권 노조가 영업시간 연장에 동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최근 비대면 영업에 힘을 싣고 있는 은행권도 점포 운영시간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금융 수요 증가에 대응해 고객 불편 방지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일상 회복한지 4달 지났는데···은행 점포는 고객과 거리두기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오프라인 점포 영업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로 6시간이다. 

 

은행권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한 지난해 7월부터 은행 점포 영업시간을 기존(오전 9시~오후 4시)보다 1시간 단축했다.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대면 영업을 최소화하겠단 구상이었다. 

 

고강도 방역 조치에 따라 코로나19 유행이 진정세에 접어든 지난 4월 정부는 다중이용시설 이용시간 및 사적모임 인원 제한 등을 모두 해제했다. 하지만 은행권은 여전히 점포 운영시간 단축 체재를 유지하고 있다. 

 

‘늦게 열고 빨리 닫는’ 은행 점포 운영 방식에 고객 불편도 불가피하다. 오전부터 고객 수요가 몰리는 데다 점심시간엔 직장인들까지 겹치면서 대기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 가입 등 장시간 상담이 필요한 업무를 위해선 적잖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 영업시간 늘리려면 노사 합의해야···“근로시간 단축” 노조, 동의 가능성 낮아 

 

그렇다고 은행들이 당장 점포 영업시간을 원래대로 늘릴 수도 없다. 실행을 위해선 노사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작년 말 금융권 노사 임금·단체협약(임단협)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현재 점포 영업시간 관련 노사의 논의가 시작조차 되지 않은 데다, 합의 가능성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현재 냉전 중인 금융권 노사 관계가 영양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등의 노조가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올해 임단협에서 사용자(회사) 측과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9월 16일에는 총파업까지 예고한 상태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올해 단체협약 개정 요구안에는 ‘주 36시간·4.5일제 실시 등 근로시간 단축’이 포함돼 있다. 반면 사용자 측은 근로시간 단축은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보다 근로시간을 더 줄이자고 요구하는 금융노조가 은행 점포 영업시간 연장에 동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영업점 직원들의 근무시간이 다시 1시간(오전·오후 각 30분씩) 늘어나는 만큼 노사 간 접점 찾기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은 야근 방지를 위해 컴퓨터 전원이 오후 6시만 되면 꺼진다”며 “점포를 닫고 나서 고객이나 상품 전산 등록 등의 업무를 해야 하는데, 닫는 시간이 늦어진다면 업무가 더 촉박해지는 부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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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 붙은 영업시간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 점포 폐쇄까지 가속화···“은행들, 정책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사실 과거보다 은행 점포 수요가 크게 줄어든 건 사실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대면 업무보다는 비대면 업무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모바일뱅킹 수요 증가도 영향을 끼쳤다. 

 

이에 은행들은 점포 정리에 나서고 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에만 5대 은행이 약 250개의 점포(출장소 포함)를 폐쇄했다. 올해 역시 은행권의 점포 폐쇄가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 규모 역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점포 폐쇄 가속화 속 기존에 남아있는 점포 영업시간마저 줄었다는 점이다. 비교적 간단한 입·출금 업무도 점포에서 하길 선호하는 고령층의 경우 점포 감소 및 영업시간 단축 부작용에 직접 노출될 수도 있다. 

 

은행들은 점포 영업시간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굳이 고정비 지출을 늘리면서까지 영업시간을 확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노사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영업시간 단축이 트랜드로 자리 잡으면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비대면 문화 정착에 따라 은행 점포 운영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금융 소비자 불편 방지 방안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 상황에 맞춘 탄력적 운영으로 금융 수요를 충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활동도 늘어날 텐데, 단축 영업을 유지하는 건 금융 접근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정부 정책에 따라 (은행 점포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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