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권 부담 호소하던 ‘고금리 대환’ 추진…도덕적 해이 잡음 계속되나
금융위, 7%이상 고금리 대출 대환 프로그램 다음달 말부터 시행
인수위 정책 예고 당시 은행권 수익성, 부실 전이 우려 호소
‘독덕적 해이’ 논란 새출발기금 이은 소상공인 금융지원 정책
은행권, ”취약차주 정책 시행 전 세부안 충분한 소통 필요“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진 새출발기금에 이어 금융당국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대환 프로그램을 다음 달 말부터 시행키로 했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고금리 대출 상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8조5000억원 규모의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14일 정부가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마련한 80조원 규모의 자영업자‧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의 후속조치다. 이번에 추진되는 대환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정상차주로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 소상공인·소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 소상공인 7%대 고금리 대출, 저금리로 전환
이번 프로그램은 지원대상자가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설비·운전자금 등 사업자 대출로 ‘대환신청 시점’에 금리가 7% 이상인 경우 지원된다. 금융권 대출은 은행 및 저축은행, 여전사(카드사, 캐피탈사), 상호금융, 보험사에서 취급한 사업자 신용‧담보 대출로, 올해 5월말까지 취급된 대출까지 지원한다. 올해 5월말 이전에 받은 대출로 올해 6월 이후 갱신된 경우도 지원대상에 포함된다.
대환 프로그램은 은행에서 신청하실 수 있으며, 일부 비은행 대출기관의 경우에도 대환 프로그램 취급을 허용할 예정이다. 은행에서는 과거 비은행에서 받은 고금리 대출과 해당 은행의 자체 고객 및 타 은행에서 받은 고금리 대출까지 대환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대환 프로그램에는 내년 말까지 총 8조5000억원이 공급된다. 한도는 사업자별로 개인사업자는 5000만원, 법인 소기업은 1억원으로 한도 내에서 1개 이상의 고금리 대출에 대해 대환받을 수 있고 상환기간은 총 5년으로 2년 거치 후 3년간 분할상환이 가능하다.
대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부담하는 금리와 보증료는 은행권 기준으로 최대 6.5%로 실제로 적용받는 금액은 차주 신용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결정된다.
금리는 은행권 기준으로 최초 2년간 최대 5.5%로 고정금리를 적용하며, 3~5년차는 협약금리(은행채 AAA 1년물+2.0%p)를 금리 상한선으로 적용한다. 보증료는 연 1%(고정) 적용된다. 지난 5월 추경을 통해 마련된 신용보증기금 정부 출연 6800억원을 재원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금융위에서는 이번 프로그램의 혜택을 20만명 정도가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및 법인 소기업의 금리 7% 이상 신용·담보대출 잔액은 올 2분기 말 기준 비은행 17조6000(41만2000건), 은행 4조000억원(7만7000건) 등 총 21조9000억원(48만8000건)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40%인 20만명이 지원대상이다.
금융위는 지난 4월 신보, 금결원, 은행연합회 등 은행·비은행권 금융기관 실무자가 참여한 관계기관 협의체를 구성해 10차례 이상 회의를 통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세부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환 프로그램은 지난 4월 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꺼내든 예고된 정책이다. 당시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내부에선 이번 대환 프로그램 시행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자들을 떠안게 되면서 부실 위험 등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원대상과 혜택 수준에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위가 제시한 6%대로 금리를 낮추게 되면 상황에 따라 은행 등 금융사의 수익성 타격은 물론 연체율 증가 등 대출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환 대상이 되는 2금융권 또한 시중은행 등 1금융권으로 고객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추경으로 충분한 재원을 확보, 정부가 90%까지 보증을 하는 만큼 금융권에 가해질 부실 위험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대응했다. 게다가 충분히 상환능력을 갖춘 차주로 시중은행이 부담을 느낄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정책은 비은행에서 은행으로 대환이 이뤄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코로나로 어려워진 소상공인 차주들 중 상당 부분이 코로나 상황에 빚으로 버티다 보니 대출한도가 차서 2금융권으로 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비은행 측에서 자기들이 은행에 고객을 넘기지 않고 자체적으로 보증에 따라 금리를 깎아주겠다고 해 비은행이 비은행으로 대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선 최근 정부가 금융부문 민생안정 정책을 추진하면서 불거진 부실차주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이번 대환 지원 정책까지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 은행권, 리스크 확대 우려....금융당국 "절박한 사람 위한 정책"
금융위가 앞서 발표한 새출발기금과 관련해 금융권에서 혜택을 받는 차주의 ‘도덕적 해이’ 우려가 컸다. 새출발기금은 이번 대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자영업자‧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 중 하나로 추진되는 정책이다.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으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층 대출자의 부실 채권을 사들여 채무를 조정해 주는 것으로 대출금리는 연 3∼5%로 낮춰주고,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 차주의 원금 중 60∼90%를 탕감해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에 은행권에선 채무조정 대상자 범위가 과도하게 넓다는 점과 차주들이 의도적으로 연체를 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부실 우려 차주 기준으로 ‘금융회사 채무 중 어느 하나의 연체 일수가 10일 이상 90일 미만인 자’를 제시하고 있는데 은행권은 정책 혜택을 받기 위해 고의로 연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실차주의 대출원금을 최대 90%까지 탕감해주는 것 또한 은행권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이날 권 국장은 “신용불량자(금융채무불이행자)는 대한민국 차주 2000만명 중 70만명, 소상공인·자영업자 330만명 중 10만명이고 (이들) 3%를 위한 정책이 새출발기금”이라며 “빚을 갚기 어렵거나 연체된 사람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하고 정상적으로 빚 갚는 (사람의) 기준으로 접근하면 대책이 없다”며 정책 취지를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의 사태로 연체를 하거나 어려움에 빠져서 길거리로 내몰리고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는 절박한 사람을 위한 것”이라며 “새출발기금은 금융 원칙보다는 사회 복지적인 측면이 굉장히 강하고 이들을 빨리 사회로 돌려놓으려고 한다는 점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새출발기금 세부안을 이번 달 중순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은 정책 시행에 앞서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이 은행연합회를 통해 제안한 것처럼 과거 시중은행에서 진행됐던 성실상환자 대상 취약차주 지원 모델 수준이 적절해 보인다”며 “성실상환 대출자를 대상으로 중도수수료가 발생하는 것을 면제하고 금리 등은 각 은행 상황에 맞게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제도 시행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금융권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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