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분 기자 입력 : 2022.06.15 10:37 ㅣ 수정 : 2022.06.15 10:37
부침 심했던 한국자본시장서 60년 생존…이제는 100년 가는 기업 꿈꿔 50년보다 컸던 최근 10년간의 변화…업계에서 가장 유니크한 사업모델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대신증권이 60번째 생일을 맞아 회사가 걸어온 60년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대신증권의 창립 60주년은 그동안 외환위기(IMF), 글로벌 금융위기 등 자본시장의 온갖 부침을 슬기롭게 극복했기에 의미가 크다. 그만큼 탄탄한 리스크관리 시스템과 인적 노하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평가다.
15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오는 20일 창립 60주년을 맞아 ‘60년 사진전, 헌혈, 문화강연’ 등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특히 과거 ‘주식과 채권만 하는 회사’였다면 ‘주식과 채권도 하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본격적으로 금융그룹으로서 성장가도를 걷기 시작해 최근 10년간 대신증권이 보유한 100% 자회사는 세 배가 늘었다. 또한 대신금융그룹은 증권과 자산신탁 등 그룹의 시너지를 활용해 하반기 글로벌리츠 상품 출시도 앞둔 상태다. 전 세계 핵심지역의 부동산만을 추려 리츠에 담겠다는 목표에서다.
■ 대신증권 60년 걸어온 길...IT부문·IB부문 활약, 사명도 변경
대신증권은 1962년 삼락증권으로 출발했다. 이후 1975년 故 양재봉 창업자가 인수 후 대신증권으로 사명을 바꿨다.
당시 5대 증권사였던 대신·대우·동서·쌍용(현 신한금융투자)·LG(현 NH투자증권) 중 현재 회사가 없어지거나 경영권이 바뀌지 않은 곳은 대신증권이 유일하다. 100년 넘는 전통을 가진 국내 은행들도 IMF를 겪으며 파산과 피합병의 진통을 겪었다.
국내 금융투자회사보다 오랜 역사를 갖는 메릴린치와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 등 유수의 글로벌IB도 마찬가지다. 독립계 금융투자회사로서 대신증권의 60년이 큰 의미를 갖는 이유다.
대신증권은 한국자본시장을 선도하며 성장했다. IB명가로서 이름을 떨쳤고, 주식중개시장에서 선두주자로 달려왔다. 1991년 업계최초로 인수합병(M&A) 주선업무 겸영인가를 얻어냈고, 90년대 수많은 인수 주선 딜을 성공시키며 ‘인수 대신’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IT부문의 활약도 컸다. 1976년 전산터미널을 도입하고 1979년엔 객장에 전광시세판을 설치했다. 분필로 흑판에 시세를 적던 시절이었다. 국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시작인 ‘사이보스’ 시리즈를 히트시키며, 누적사이버거래액 1000조원을 최초로 돌파하는 등 온라인 증권거래 시장을 이끌었다.
대신증권은 1976년 현 명동예술극장(구 국립극장)을 첫 사옥으로 가졌다. 1980년대 정부 자본시장 활성화 방침으로 여의도로 새로운 사옥을 지어 이전했고, 2016년 말 32년 만에 명동으로 돌아왔다. 총 7개의 계열사가 한지붕 아래 모였다.
1985년 여의도로 이전할 당시 대신증권은 총자산 1239억원, 자기자본 299억원, 임직원 590명에 불과했다. 현재는 총자산 23조5050억원, 자기자본 2조6029억원, 그룹임직원 2000여명의 회사로 성장했다.
올해 60주년을 맞아 대신금융그룹은 명동 사옥명을 기존 ‘대신파이낸스센터’에서 ‘Daishin 343’으로 변경한다. 사옥 주소인 ‘중구 삼일대로 343’에서 착안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투자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다질 예정이다.
■ ‘대형화’ 위기에 차별화로 승부...포트폴리오 재편
2000년대에 들어서 대신증권의 업계 지위에 변화가 생겼다. 우수한 IB인력들이 빠져나갔고, 저가수수료로 무장한 증권사가 등장하면서 주식중개 부문의 경쟁력이 약화됐다. 증권업의 트렌드도 변하기 시작했다. 중개업의 시대가 저물고 투자의 시대가 왔다.
자본의 크기가 증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며 금융지주, 대기업계열의 금융투자회사는 앞다퉈 자기자본 확충에 나섰다.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비즈니스 영역이 결정됐고, 자본크기가 신규비즈니스에 대한 진입장벽이 됐다.
자본을 바탕으로 한 대형화 바람 속에 대신증권이 선택한 길은 차별화였다. 제한된 자기자본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증권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금융기관을 인수하고, 새롭게 인가를 받아 신규비즈니스에 진출했다.
출발은 저축은행 인수였다. 2011년 8월 중앙부산, 부산2, 도민저축은행의 자산을 자산·부채 인수(P&A) 방식으로 인수했다.
또한 대신증권의 ‘안전경영’은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국면에서 다시금 주목받았다. 증권업계가 호황기를 보내면서 다수의 증권사들이 자기자본투자를 확대하고 공격적으로 주가연계증권(ELS)를 운용한 데 비해 대신증권은 오히려 속도를 늦췄다.
회사의 자산을 마켓변동성이 작고 유동성이 높은 글로벌 우량자산으로 교체해 왔다. 2015년 3조원에 달하던 ELS 자체헤지 리스크한도를 1천억으로 대폭 줄였으며, 뉴욕 맨하튼 중심으로 환금성과 수익성이 뛰어난 부동산 투자를 늘려 자산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줬다.
■ 증권 중심으로 조직 재정비, 클린컴퍼니 재탄생
1997년 12월 IMF 구제금융을 앞둔 10월 故 양회문씨가 그룹 부회장에 취임했다. 故 양재봉 창업자의 차남인 그는 취임과 함께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조직체계를 재정립했다. 1998년 런던과 뉴욕법인을 폐쇄하고, 동경지점은 사무소로 전환했다.
故 양재봉 창업자는 2001년 현업에서 은퇴를 하고 양회문 부회장에게 2001년 회장직을 물려줬다. 2대 회장인 故 양회문 회장은 1975년 대신증권 공채 1기로 입사해 10년 동안 지점영업에서부터 인수, 법인, 자산운용, 기획, 인사 등 증권 전 부문에 걸쳐 실무경험을 쌓으면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2001년 회장 취임 후 故 양회문 회장은 회사의 내실을 다지면서 투명경영과 주주중심의 경영을 하며 대신증권을 초우량 클린컴퍼니로 재탄생시켰다. 이 과정에서 대신금융그룹은 생명, 정보통신 등을 계열분리하고, 대신증권, 투신운용, 경제연구소의 증권전문기업으로 변신해 조직효율화를 이뤘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온라인 증권거래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많은 수익을 올렸다.
이때 대신증권은 경영효율성이 높은 지배구조우수기업, 주주중심의 경영을 하는 배당우수기업, 외국인투자가가 가장 선호하는 기업으로 선정됐다.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2002년 업계 최초로 ESOP(Employee Stock Ownership Plan, 우리사주조합제도)를 실시했다.
2004년부터는 이어룡 회장이 대신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다. 故 양회문 회장의 부인인 이 회장은 직원 및 고객과 격의 없는 소통으로 회사를 빠르게 발전시켜 나갔다. 이어룡 회장은 취임 이후 증권 뿐 아니라 모든 계열사의 사업부문을 안정 궤도에 올렸다.
■ 해외사업 확대·글로벌 IB 도약·WM중심 비즈니스 전환...사회공헌도 활발
대신증권은 일찍이 해외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일본 스팍스그룹(2005년), 닛코코디알그룹(2006년), 오카상증권(2012년), 중국 심천캐피탈(2007년), 자오상증권(2007년), 베트남 호치민씨티증권(2008년) 등 아시아 주요국가 대형금융기관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사업기반을 구축했다.
대신증권은 WM 부문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리서치에 기반한 WM영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2015년부터는 ‘달러자산에 투자하라’는 하우스뷰를 내세웠다. ‘달러’라는 무기를 가지고 장기적인 투자방향을 제시했다. 하우스뷰가 유명세를 타면서 대신증권의 달러자산도 급성장을 헸다.
대신증권은 1988년 업계에선 처음으로 M&A팀을 만들고 종합적인 기업인수합병 관련 업무를 시작했다. 1991년에는 재무부로부터 업계 최초로 M&A주선업무 경영인가를 얻는 등 IB부문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2000년 초 침체기를 겪었던 대신증권 IB는 다시 한번 IB명가 재건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시작했다.
조직을 확대하고, 외부에서 인력을 충원하며 중소기업 상장 주관을 기반으로 리그테이블 순위 경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21년 IB명가 재건을 선언하고, 다양한 IPO딜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2016년 5건에 불과했던 IPO주관건수가 2021년 16건까지 늘어났고, 최대 빅딜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공동주관을 맡는 등 대형증권사IB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미국 뉴욕과 싱가포르, 일본 동경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부동산을 비롯한 그룹의 해외투자 전진기지 역할을 맡았다. 해외시장의 경쟁력 있는 대체투자 상품을 국내 투자자에게 선도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17년 8월 설립된 싱가포르 법인은 증권금융, 금융IT, 부동산 등 각 계열사에서 영위하는 모든 비즈니스를 해외 현지시장에 접목해 해외사업 가능성을 검토하고 추진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미국 현지법인은 2018년 6월, 일본법인은 2020년 5월에 기존 동경사무소를 법인으로 전환해 설립했다. 현지 금융 및 부동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외자산 관리 및 소싱, 주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로 31년을 맞는 대신송촌문화재단은 기본 재산 규모가 370억원에 이르는 대형 재단으로 성장했다.
“기업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 사회 각 부문의 조화롭고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故 양재봉 대신증권 창업자가 창업 직후부터 강조해 온 신념의 일환이다.
이 외에 수재민 지원,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재난복구활동, 시각장애인 골프대회 개최, 연탄배달, 희망의 집짓기, 어린이 미니도서관 조성, 국제 아동돕기를 위한 모자뜨기, 크레온-북 릴레이 등 임직원참여 및 봉사활동을 추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