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국생산성본부 CEO북클럽 (7)] 최광식 고대 교수 “한류문화-산업 접목으로 시너지 거둬야”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5.26 15:55 ㅣ 수정 : 2022.05.26 15:55

한류로드, 우리 문화가 다른 나라에 전해지는 '수출의 길'
한국문화, 실크로드 통해 외래 문화와 접촉해 복합적이고 세계적 성격
한국, 21세기 이후 다양성과 한국 고유문화 융합해 '문화수출국'으로 우뚝
'K드라마' 한류 1.0, 'K팝' 한류 2.0으로 발전하며 한류 이끌어
싸이 '강남스타일', 서양의 비트에 한국 엇박자 접목해 세계적 인기 끌어
문화와 산업을 연결시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인프라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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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산성본부(KPC)는 26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호텔 3층에서 ‘2022 CEO 북클럽’을 진행했다. 강연자로 참석한 최광식 고려대학교 교수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실크로드가 동서 문물이 한반도로 유입돼 다른 국가 문화를 우리가 받아들인 ‘수입의 길’이라면, 한류로드는 우리 문화가 다른 나라에 전해진 ‘수출의 길’이다” 

 

최광식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교수는 26일 한국생산성본부(KPC)가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호텔 3층에서 열린 ‘2022 CEO 북클럽’ 강연자로 참여해 ‘전통과 현대의 창조적 융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이같이 밝혔다.

 

최 교수는 고려대 사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문학박사다. 그는 그동안 고구려 연구재단 상임이사, 국립중앙박물관장, 문화재청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활약하는 등 문화계 실무를 두루 섭렵한 인물이다.

 

정년 이후에도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학업의 끈을 놓지 않으며 후학들에게 귀감이 되는 최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전통과 현대의 창조적 융화, 그리고 산업과의 연계 중요성에 대해 심도 있는 강연을 해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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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픽사베이]

 

■ 문화 세계화의 시발점은 ‘실크로드’

 

국내를 기준으로 문화의 세계화 시점을 보통 'K팝'이나 'K드라마' 유행이 시작된 30여년전 쯤으로 이해하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간 ‘실크로드’가 그 시작점이다.

 

실크로드는 단어 그대로 해석하자면 무역을 통해 비단이 이동한 길이다. 고대 로마, 이스탄불, 바그다드. 테헤란, 사마로칸트, 둔황, 서안 그리고 당시 신라 경주를 거쳐 일본까지 이어지는 길을 실크로드라고 불렸다.  실크로드는 오아시스로, 초원로, 해상로 등 크게 3가지로 나누는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경로는 오아시스길이다.  

 

최 교수는 실크로드와 한국 역사의 관계에서 불교문화의 유입에 주목했다. 

 

그는 “북방불교는 인도에서 시작해 간다라-서역-중국 북부를 거쳐 한반도로 유입됐는데 이 경로는 오아시스와 같다"며 "또 남방불교는 인도와 스리랑카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중국 남부를 거쳐 한반도로 유입됐는데 이는 해상로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신라미술과 실크로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석굴암’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 받는 석굴암은 간다라 미술 영향을 받은 한국 문화재로 알려졌다. 하지만 석굴암에는 서구적, 인도적, 중국적, 한국적 요소들이 모두 담겨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한국 문화가 폐쇄적이고 단순하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쇄국정책을 실시했던 조선시대만 가지고 얘기하는 것”이라며 “한국 문화는 실크로드를 통해 외래 문화와 끊임없이 접촉해 융합적이고 창조적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 문화가 단순하고 폐쇄적이기보다는 오히려 복합적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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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가 자신의 히트곡 '강남스타일'에 등장하는 말춤을 추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전통과 현대의 융합, 산업으로 확장되는 ‘한류’

 

최 교수는 전 근대 시대만 하더라도 한국은 실크로드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인 ‘문화 수입국’이었지만 21세기부터는 한국 문화는 해외 다양성을 품에 안으며 한국 고유의 문화와 융합돼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문화 수출국’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문화현상을 ‘한류(韓流)’라고 진단했다. 한류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시점은 1997년 대만에서다. 이때만 하더라도 한류는 한국 가전제품, 차량 등에서 파생된 말에 그쳤다. 그러나 1999년에 접어들며 문화적 개념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K드라마'가 그 포문을 열었다. 

 

그 배경에는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청년 잡지에도 실릴 만큼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인 사랑이 뭐길래는 1997년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채널에 1년간 방영됐으며 이후 2년간 재방송, 재재방송을 이어갔다. 

 

이때부터 ‘한국 대중문화가 중국 대중문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에서 한류라는 말이 쓰였다.

 

이후 드라마 '겨울연가'가 한류 열풍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일본 케이블 방송사에서 방영됐지만 인기에 힘입어 지상파에 진출했으며 지상파 시청률이 24.1%에 달했다. 일본 국민의 4분의 1 이상이 겨울연가를 시청한 셈이다. 겨울연가 인기는 한국인에 대한 관심도 이끌어 냈다. 

 

정점을 찍은 것은 드라마  '대장금'이다. 특히 대장금은 전통 음식과 옷, 가옥 등 한국의 전통 의식주를 한데 드러낸 작품이다. 대장금은 이란내 시청률이 무려 85%에 달했으며 재재방 될만큼 오래도록 사랑받았다. 이후 방영된 드라마 '주몽'도 대장금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한국산 자동차가 2011년 이란에서 처음으로 일본 자동차 매출을 추월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K드라마'에서 'K팝'으로 한류 흐름이 이어가고 있다.  최 교수는 드라마가 한류 1.0시대라면 K팝은 한류 2.0시대라고 정의했다. 그는 드라마와 음악을 중심으로 한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반가워하면서도 순수문화, 고급문화는 잘 알려지지 않은데 목마름을 느끼며 전통과 현대가 융합된 K컬처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K컬처의 상징적 예로 가수 '싸이'의 인기곡 '강남스타일'을 들며 “이 곡이 인기를 끈 요인은 말춤인데 그 춤의 박자가 5분의 4박자"라며 "이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엇박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양적인 비트에 한국 엇박자를 접목해 서양인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며 인기를 끌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남스타일은 문화 수입국이던 한국이 문화 수출국으로 진보하는 변곡점 중심에 섰다”며 “경제적 발전도 중요하지만 진짜 선진국이 되려면 문화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최 교수는 한류문화와 산업의 접목도 매우 중요하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현대자동차 투자지원을 받아 제작됐으며 그동안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이 금전적으로 영세했던 것과 다르게 태양의 후예는 대기업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현대차 역시 태양의 후예 PPL(간접광고)로 많은 이득을 얻어  당시 5000억원 대의 자동차가 판매됐다”며 “작품 자체의 가치외에 부수 효과만 1조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이날 강연 말미에 “이제는 문화를 산업과 연결시켜 시너지 효과를 봐야 한다”며 “전통과 현대를 융합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업과의 연결은 우리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화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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