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에 맞선 카드사 오픈페이 출범 미뤄져…'불완전 연대'로 남을수도
재입찰 공고에 당초 목표였던 상반기 넘길 듯
공동전선 구축했지만 삼성‧현대카드는 불참
"플랫폼 경쟁력 갖추려면 전 카드사 참여해야"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빅테크의 간편결제에 대항하기 위해 카드업계가 준비 중인 '오픈페이' 출범이 당초 목표였던 올해 상반기를 넘길 전망이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신금융협회는 '카드사 간 앱카드 상호연동을 위한 협회 네트워크 위탁운영' 재입찰 공고를 했다. 공고에 따르면 시스템 구축에는 3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오픈페이는 카드사별 간편결제 시스템을 개방해 다른 금융결제 수단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각 사가 제공하는 간편결제 전용 애플리케이션에서 자사 카드만 결제용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오픈페이가 활성화되면 카드사 간 앱카드를 연동해 간편결제 시스템에서 타사 카드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카드사들이 오픈페이를 만들며 공동 전선을 구축한 이유는 빅테크 간편결제에 점점 시장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들은 카드사들과 제휴를 맺고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빅테크 등 전자금융업자의 점유율은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1 지급결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평균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6065억원이다. 이는 2020년 대비 35% 증가한 수치다. 또 지난해 간편결제 시장 내 전자금융업자 비중은 49.6%로, 2020년 45.6%보다 3.0%p 증가했다.
전자금융업자를 통한 결제에서도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의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전자금융업자 결제 내 카드 비중은 2020년 65.9%에서 2021년 64.3%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선불충전금 결제 비중은 27.6%에서 29.3%로 늘어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모바일 설문조사업체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2030세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MZ세대 10명 가운데 9명은 간편결제 서비스로 빅테크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빅테크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점유율을 높여가자 카드업계는 '카드사 모바일 협의체 회의'를 열고 오픈페이 구축에 합의했다.
당초 오픈페이는 올해 상반기 내 출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카드사 간 앱카드 상호연동을 위한 협회 네트워크 위탁운영' 입찰이 두 차례 유찰되면서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18일 재입찰 공고를 했다.
이번에 입찰이 되더라도 시스템 구축에는 3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돼 빨라도 하반기에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오픈페이가 출범한다고 해도 모든 카드사가 참여하지는 않고 있어 불완전한 연대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오픈페이 구축을 주도하는 카드사 모바일 협의체에는 삼성‧현대카드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신한‧KB국민‧BC‧롯데‧하나‧NH농협은 오픈페이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른 카드사들은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빅테크의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에서 일부사들만 참여하는 오픈페이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카드사들이 모두 참여해야 시너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빅테크는 거대 플랫폼을 활용해 포인트 적립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데 비해 카드사는 고객 접점이 약하다"면서 "플랫폼의 역할을 하려면 모든 카드사가 참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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