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업계, 181조원 대 ‘펫가전’ 시장 공략 고삐 죈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181조원이 넘는 펫가전 시장을 잡아라'
국민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을 키울 만큼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이른바 ‘펨펫족(family+pet)’족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힘입어 반려동물을 타깃으로 한 보험, 여행, 호텔 등 각종 마케팅이 치열해졌다. 이와 함께 펨펫족이 반려동물을 위해 소비하는 반려동물 시장은 펫과 경제 합성어인 ‘펫코노미(Pet+Economy)’라는 말까지 탄생시켰다.
펫코노미 열풍은 가전업계에도 불어닥쳤다.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펫가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익숙한 자동급식기부터 펫드라이룸, 공기청정기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소비심리가 최근 몇년간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위축됐지만 한국 등 전 세계 펫가전 시장이 호황인 점도 국내 가전업계가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다.
가전업계는 펫가전이 단순히 의식주가 아닌 반려동물의 라이프스타일을 한층 더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 골라 쓰는 펫가전…종류와 기능도 ‘천차만별’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펫가전 산업은 국내외 소비시장의 신(新)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 펫케어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코로나19 위기가 절정으로 치닫은 2020년에는 전년대비 6.9% 증가한 1421억달러(약 180조9000억원)를 달성했다.
국내 시장만 보더라도 펫케어 시장은 2016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증가율 8.4%를 나타내고 있다. 2017년 14억8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17억9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로 성장했다. 오는 2026년에는 27억9000만달러(약 3조6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1인 가구가 점차 증가하고 고령화 등 세계 인구 구조 변화로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반려동물을 친구처럼,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문화도 확산돼 펫케어 산업의 양적·질적 성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펫가전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국내 펫가전 시장의 포문을 연 기업은 쿠쿠전자다. 쿠쿠전자는 2019년 6월 소설 '플랜더스의 개' 주인공 이름 ‘넬로’라는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를 선보였다.
넬로의 첫 출시작은 ‘펫 에어샤워 앤 드라이룸’이다. 이는 ‘트윈 팬’을 적용해 30분 안에 목욕 후 반려동물을 건조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가슴털과 배털 등 직접 드라이기로 말리지 않으면 힘든 부분까지도 섬세하게 관리한다.
또한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부는 수면모드를 갖춰 반려동물 체온을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산책 후 털에 붙은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털어내는 에어샤워 기능도 갖췄다.
넬로는 ‘2021 케이펫페어 일산’에 참여해 2020년 대비 131% 오른 매출을 달성했다. 넬로는 매출의 70%는 ‘펫 드라이룸’이, 나머지 30%는 펫 급수기와 유모차가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일전자도 ‘퍼비(Furby)’라는 펫가전 브랜드를 별도로 론칭했다. 퍼비는 사람 못지않게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도 한층 더 향상시켜주는 제품으로 이뤄졌다.
피비가 선보인 ‘펫 그루밍 드라이어’는 브러쉬·드라이기·스타일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석삼조 제품이다. 브러쉬 헤드를 장착하면 반려견의 엉킨 털을 풀 수 있다. 빗질이 필요하지 않을 경우 탈착 후 드라이기로만 사용 가능하다. 바람 온도는 3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반려동물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하면 된다.
‘스파&드라이기’는 목욕, 마사지, 드라이가 모두 가능한 반려동물 전용 욕조다, 물속에 공기를 분사해 만들어진 공기방울은 털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목욕과 마사지 효과를 높인다. 또 배수 후 욕조 바닥판에서 나오는 바람으로 1차 건조 후 욕조에 연결했던 호스에 전용 브러시를 연결해 2차 건조와 함께 세련된 스타일링을 연출할 수 있다.
반려동물이 집에 혼자 있을 때 양방향 영상통화, 자동 급식 등 펫시터 역할을 갖춘 ‘돌봄이 로봇 페디(PEDDY)’도 있다.
가전업계 대부인 LG전자도 펫가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일반 가전에 펫케어 기능을 접목한 제품들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G전자는 반려동물 가구 증가세를 고려해 2019년부터 펫 전용 공기청정기 모델에 펫 모드, 광촉매필터, 부착형 극세필터 등을 탑재해 왔다. 부착형 극세필터는 필터에 달라붙은 반려동물의 털과 먼지를 손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광촉매필터는 반려동물 배변 냄새 주성분인 암모니아, 아세트알데히드, 아세트산 등 필터에 누적된 유해가스 제거에 효과적이다.
‘LG 트롬 세탁기·건조기 스팀 펫’은 펫케어 기능을 적용한 세탁 코스와 건조 코스를 갖췄다. 펫케어 세탁 코스는 옷에 묻은 반려동물 배변이나 생활오염 제거에 효과적이다. 펫케어 건조 코스는 특허받은 트루스팀을 활용해 의류에 남은 개와 고양이 체취와 배변 냄새 제거에 탁월하다.
이 밖에 패브릭 소재 소파와 카펫에 붙은 반려동물 털을 제거에 효과적인 ‘펫 전용 흡입구’와 먼지통 안에 있는 반려동물 털을 압축하는 ‘간편비움시스템’, 강력한 항균 성능을 갖춘 ‘배기 필터’ 등이 적용된 ‘LG 코드제로 A9S 펫 씽큐’도 LG전자를 대표하는 펫가전이다.
업계 관계자는 “4명 중 1명꼴로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니 반려동물 관련 가전이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최근 가전업계는 펫가전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소비자 요구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데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 펫케어 시장 전망은 ‘맑음’
향후 펫가전을 포함한 펫케어 산업은 기존 제품에 세계적 추세를 반영하고 소비자 만족도를 극대화해 상품 가치를 높인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 발전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펫휴머니제이션은 양육의 편의성과 반려동물의 행복과 쾌적함 추구가 주된 특징이다.
신일전자 관계자는 “과거에는 의류, 사료, 간식, 목줄, 밥그릇, 켄넬 등 단순한 의식주와 관련된 제품들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펫가전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펫가전 산업은 아직 성장산업이기 때문에 매출에 드라이브를 걸기보다는 홍보활동에 집중해 소비자들이 펫 가전을 구매하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수가 증가하고 있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나 문화가 더욱 성숙되면 펫 가전 시장은 더욱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펫케어 산업의 신흥국으로 중국, 브라질, 대만, 멕시코 등 아시아·중남미권 등이 떠오르는 가운데 이들 국가들이 향후 펫케어 시장 발전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어떤 경영전략을 내놔야 할까.
박가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세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은 세계적인 추세를 토대로 소비자 수요를 반영해 제품 차별화, 제품-서비스 융합을 통한 고객만족도·충성도 향상, 국가별 전략 수립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연구원은 또 “정부 및 수출유관기관은 펫케어 산업 성장 및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를 위해 관련 수급 현황 파악, 혁신기업 규제 완화, 기업애로 해소 등 기업지원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