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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간호조무사가 손잡고 반대하는 '간호사법', 간호사를 진짜 '왕'으로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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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 기자
입력 : 2022.04.30 07:38 ㅣ 수정 : 2022.04.30 18:04

무책임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애초에 무리한 간호사법 제정안 추진해 의료계 대혼란 자초
국회의 졸속 입법으로 간호사들도 또 다른 의미의 피해자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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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과 불법진료·불법의료기관 퇴출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대한간호협회 등 관계자들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간호법 제정안을 두고 간호사를 제외한 모든 의료계 종사자들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간호법이 간호사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의사와 간호조무사와 같은 다른 직군이 심각한 상대적 불이익을 받게됐다는 것이다.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던 국회는 일단 당황한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호조무협)가 손을 잡고 연쇄파업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쟁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소비자인 환자들이 극도의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진료 및 치료가 의원 단위 의료시스템으로 전환된 상황이며 연일 6만명 가량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시국에 의협과 간호조무협의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의료계에 대한 국민 불신이 깊어지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간호사들 입장에서도 국회가 의사나 간호조무사들의 입장을 충분히 조율하지 않고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함에 따라 또 다른 의미의 피해자가 됐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 의료법 위에 놓이는 간호사법 제정안, 간호사의 '업무영역'과 '독립성'을 과도하게 부여해 사회적 논란 자초

 

29일 현재 국회에 발의된 간호법 제정 관련 법안은 모두 3개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간호법안과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간호·조산법안이다.

 

국회 소관 상위인 보건복지위원회는 당초 27일 제1법안심사소위를 개최해 이들 3개 법안을 병합심사, 한 개의 법안으로 종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초장부터 이런 계획은 틀어졌다. 간호사에게 권한이 집중되고 의사와 간호조무사라는 직업의 권한과 위치가 급격하게 축소된다는 주장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최대 쟁점은 간호법이 규정하는 간호사의 '업무영역'과 '독립성'이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에 대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기존 의료법에서는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라고 규정한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내용이다.

 

기존 의료법은 '의사의 지도'라는 전제조건 아래 '진료 보조'라는 개념까지 더해 간호사의 업무영역을 명확하게 제한하고 있다. 의사가 시키는 일만 하는 게 간호사의 직무영역이었던 것이다. 만약에 의사가 지시하지 않은 일, 의사의 보조업무가 아닌 일을 수행한다면 그 간호사는 의료법 위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간호법이 제정되면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 뿐만 아니라 처방을 근거로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는 간호사가 의사 처방을 근거로 환자에게 별도의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욱이 '필요한 업무'라는 단어는 대단히 포괄적이다. 간호사의 '직무 영역'에 무한대의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간호사가 의사 진료를 받은 환자에게 별도의 의료행위를 한다고 해도 간호법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합법적인 의료행위가 된다. 

 

따라서 대한의사협회는 이 같은 간호법 조항이 실행될 경우, ▲의사의 고유 업무인 진료·처방을 간호사가 수행 ▲간호사 단독 개원 등의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간호사가 단독개원을 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간호사가 의사 처방이후 별도의 '필요한' 진료 및 처방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간호조무사들도 간호사법이 통과될 경우, '대량해고', '간호사의 전횡' 등과 같은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간호사법은 간호사의 업무에 대해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 "요양보호사가 수행하는 업무에 대한 지도"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간호조무사는 '업무보조'만 해야 할고 그마저도 '간호사의 지도'아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간호조무사들 입장에서는 '이중족쇄'를 차는 셈이다. 그 족쇄의 열쇠는 간호사가 갖게 되는 셈이다.

 

현행 간호법이 통과될 경우 의원 단위 의료기관에서는 반드시 간호사 라이선스 보유자를 채용해야 된다. 의원에서 간호 행위를 하고 있는 간호조무사의 경우 간호사의 보조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즉 간호사 없이는 의원에서 아무런 간호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간호조무사협회에 따르면,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조무사 1명만 고용한 동네 병원은 조무사를 해고하고 간호사를 고용해야 한다. 또 간호조무사들은 간호사에게 절대복종을 하는 직업으로 굳어지게 된다.

 

■ 대한의협이 파업하면 간호조무협도 뒤따라 파업 예상 / 내홍에 빠진 대한의협, 강경파가 득세하면 파업 수순 빨라질 듯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국회에서 계류 중인 간호법을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입법 절차를 강행할 경우 각 단체별 파업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박수현 의협 대변인은 “그동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서 올바른 입법 취지에 대해 설명을 했지만 아무런 합의 없이 27일 소위원회를 열고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의료인들과 관련 직군들을 위해 간호법 통과를 저지해야 하지만 파업이라는 무리한 카드를 꺼내기보다는 최대한 소통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협 내부에서는 소통을 추구하는 현 집행부의 대응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현 집행부를 적법한 절차를 밟아 해임시키고 협회 내부 강경파들이 정권을 잡아 이들이 간호법 국회 통과 저지를 위해 파업도 불사할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이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국회가 간호사협회의 일방적인 로비에 휘둘리고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간호조무협도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간호조무협이 파업을 결정할 경우 동네 의원의 간호조무사들이 일을 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의사(개원의)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간호조무협 관계자는 29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간호조무협) 먼저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에 의협이 파업을 시작하면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간호법 저지에 동참하고 있는 대한응급구조사협회의 경우 파업 카드를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응급구조사 절반가량이 소방공무원으로 재직 중이어서 파업에 동참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응급실에 근무하는 응급구조사의 경우 직무의 특수성 때문에 파업에 동참하기 어렵다. 사설 응급구조사의 경우 환자 이송을 담당하기 때문에 의료시스템 붕괴 우려로 파업 동참이 불가능에 가깝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파업이라는 카드를 써서 간호법 국회 통과를 막을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하겠지만 응급구조사 직군의 현실 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의료 단체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간호법 입법 절차를 강행할 경우 의협의 내홍으로 의사들의 파업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화 될 경우 의료계의 연쇄 파업 수순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내부에서는 “입법기관이 입법 독립성을 침해 받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27일 여야 정당이 조정안 마련...의사, 간호조무사, 간호사 등 누구도 만족 못하는 '누더기 법안' 비판 제기돼

 

따라서 지난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 간호사법 내용을 큰 폭으로 조정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째,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서 ‘의사처방’을 제외하는 방안이다. 간호법 제정안이 "간호사 업무범위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고 규정한 것을  "간호사의 업무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조정했다. 현행의료법보다 간호사의 직무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했지만, 당초 방안보다는 대폭 후퇴한 셈이다.  간호사가 '환자에게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때 반드시 '의사 지도'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를 간호법의 적용 범위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셋째, 간호법을 의료법보다 앞서는 특별법으로 제정하는 방안은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넷째, 요양 시설 등 비 의료 기관에서의 간호사 의료 행위를 허용할 수 있게 하는 것에도 의견을 모았다. 

 

다만, 간호를 간호사만의 독단적 영역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법을 두고 의료계가 갈등을 겪는 것이 간호사만이 독단적으로 간호 업무를 할 수 있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법이 있어도 의료현장에서 유연하게 대응하면 되지만, 의료 행위가 라이선스로 업무를 구분 짖는 특성 때문에 혼란을 초례한다는 게 간호법 국회 통과를 반대하는 단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간호 행위의 간호사 독립성 부분은 소회의에서도 심도 깊게 논의 됐으며 관련 단체들의 의견 충돌이 있는 상황이라 목소리를 더 청취할 것” 이라면서 “소회의를 다시 열고 간호법 입법을 위해 합의 절차를 밟을 것이나 자세한 것은 여야(與野) 간사 논의 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나온 조정안은 관련 단체에 전달돼 추가 의견 등을 받게 된다. 그러나 간호협과 의료단체에서 조정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게 점쳐지고 있다. 대한의협, 간호조무협, 간호협회 등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누더기 간호법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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