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님들, 자사주 쇼핑 재개 이유…주가부양에 책임경영 시그널은 덤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의 자사주 매입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첫 분기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자 주가 부양 요구에 발맞춰 각 금융지주 회장들도 주식 매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금리 상승 등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도 회장들의 자사주 매입을 촉진한 배경으로 꼽힌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자사주 2만 주를 매입했다. 취득단가 1주당 8656원, 총 1억7300만원 상당을 들여 매입했다.
김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이번이 네 번째다. 김 회장은 2019년 5월, 11월, 2020년 3월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2년여 만에 다시 추가 매입에 나서면서 김 회장은 총 10만500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게 됐다.
JB금융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매입은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내실 경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책임경영과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기홍·김태오, 2년여 만에 자사주 매입
DGB금융지주의 김태오 회장도 2년여 만에 1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김 회장은 지난 13일 자사주 1만 주를 주당 9320원에 장내 매입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도 총 4만 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게 됐다. 취임 이후 6번째 자사주 매입으로 지난 2020년 3월 5000주를 장내 매수한 뒤 약 2년여 만에 다시 자사주를 사들인 것이다.
DGB금융지주에 따르면 김 회장의 이번 자사주 매입은 다음 달 창립 11주년을 기념하는 한편 주가 부양을 위한 책임경영 일환으로 진행됐다.
DGB금융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매입은 미래 기업가치와 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며 “앞으로도 경영진들은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으로 책임경영 실천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도 올해 들어 자사주 사들이기에 분주하다. 앞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2월 자사주 1200주를 사들였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지난달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입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1만4780주, 손 회장은 10만8127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 둘 회장 역시 자사주 매입 이유로 CEO의 책임경영 실천과 주주가치 제고를 꼽았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자사주 매입 행보는 뜸했다. 민영화 이후 시장 안착에 주력해온 우리금융 손 회장이 지난해에 총 3차례, 각 5000주씩 자사주 매입한 것을 제외하면 코로나19가 본격화되던 지난 2020년 이후 2년여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 불안한 금융주 흐름, 주가 부양 요구 대응
다시 자사주 매입 움직임이 활발해진 배경에는 최근 강화되고 있는 금융지주의 주주환원정책 강화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올해 금융당국의 대손충당금적립 요구 등 압박에도 국내 금융지주들은 주주총회 등을 통해 분기배당 실시, 배당확대 등 강화된 주주환원정책을 펴기로 방향을 정했다.
더욱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이자수익 확대 등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면서 주주들의 주가 상승 기대감도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최근 금융주 흐름은 좋지 않다. 금리 인상에 따른 수혜 요인이 있음에도 가파른 금리 인상에 대출 수요 감소, 경기침체 우려 등 악재로 금융주가 부진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 대장주인 KB금융은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주가가 2.77% 하락했다. 신한지주(-3.25%), 하나금융지주(-3.91%), 우리금융지주(-0.65%) 등 4대 금융지주 모두 이달 들어 주가가 내려갔다.
지방금융의 경우 같은 기간 JB금융 1.5%, BNK금융이 1.4%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지만 DGB는 1.19% 하락하는 등 부진을 못 면하고 있다. 이달 들어 일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주가 부진이 이어지자 실적 공개에 앞서 주가 방어 차원에 자사주 매입이 재개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다름 금융지주 회장도 나설까?
또 자사주 매입은 개인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최근 확대된 배당 정책에 따른 수익 확대뿐 아니라 주가 상승 시 차익 시현도 기대할 수 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손태승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 덕분에 지난해 93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도 8400만원,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6200만원,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은 4800만원을 받았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도 2700만원을,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1900만원을 받았다. 최근 회장에 오른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약 3100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올해 실적 상승에 따른 배당확대로 수익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JB금융지주의 경우 올해 최대 실적을 경신으로 최근 1주당 현금 배당금을 374원에서 599원으로 늘리기로 예고했다. 이는 전년보다 225원의 배당증가와 시가배당률은 무려 6.9%로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따라 김기홍 회장은 약 6000만원 상당의 배당 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매각을 통한 차익 시현에 나선 경우는 없지만 금융지주 회장들이 꾸준히 매입한 자사주로 상당한 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추가 매입에 나선 JB금융 김기홍 회장의 경우 지금까지 5억4973만원 가량을 주식매입에 사용했다. 19일 종가 기준 주당 8740원으로 계산했을 때 주식 가치가 8억7800만원로 평가, 지금 매각하면 약 3억원 수익을 거둘 수 있다. DGB금융 김태오 회장 또한 현재 주가가 부진한 상황임에도 2억8971만원을 들여 사 모은 주식이 현재 3억6840억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도 자사주 매입에 나설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BNK금융 김지완 회장은 지난해 3월 4만 주의 자사주를 사들인 것이 마지막이다.
최근 BNK금융 주가 부진이 지속되면서 김 회장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있다.
KB금융 윤종규 회장 또한 지난 2019년 3월 1000주 추가 매입이 마지막이다. 다만 KB금융이 최근 자사주 매입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 환원 정책으로 꼽힌 자사주 소각 방식을 택하고 있어 윤 회장 등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KB금융은 최근 345만5426주, 총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