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파괴적 혁신가'로 뽑은 3가지 이유
[뉴스투데이=서예림 인턴기자] 지난 13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서 주관한 ‘2022 세계 자동차 산업의 위대한 파괴적 혁신가들’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구자’로 선정됐다. 위대한 파괴적 혁신가들 중에서도 선구자이니 대단히 파괴적인 혁신가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올해의 선구자’는 선정과정이 까다로와 기업인 입장에서는 명예로운 타이틀이다. 미국 주요 완성차 회사로부터 후보를 추천 받아 1년 간 평가를 거치고 뉴스위크 내 최고위 에디터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선정된다. 뉴스위크는 다음 부문을 30년 이상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만들 중요한 활동을 한 리더에게 수여하는 상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이 ‘올해의 선구자’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과거 업적과 미래의 전망에 대한 평가에서 모두 고득점을 했다는 의미이다. 오너 3세 경영인인 정 회장으로서는 미국 유수 언론으로부터 이런 가치를 부여받았다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혈통'이 아니라 '실력'으로 글로벌 자동차산업을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뉴스위크의 보도 등을 종합하면, 정 회장의 이처럼 미국사회에서 '파괴적 혁신가'로 주목받게 된 원동력은 크게 3가지 정도이다.
■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성공시켜 전기차 시대의 '퍼스트 무버'에 등극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가 같은 출발 선상에 서 있다. 전기차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
정의선 회장은 이 같이 전기차 시대의 퍼스트무버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뉴스위크는 "현대차가 내연기관차 시대와는 달리 퍼스트무버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전기차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드라이브는 정 회장이 걸었다. 일정이 늦어지고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디자인, 공간, 편의사양, 전비, 파워트레인 등 모든 측면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기술과 품질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관철시켜왔다.
특히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글로벌 유수의 고성능, 고급차 브랜드를 뛰어넘을 전용 플랫폼을 최우선으로 확보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그것이다. E-GMP는 전기차에서 불필요한 엔진과 구동축을 제거하고 배터리와 모터를 더해 설계된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다. 그러나 한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 대비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개발여부를 둘러싼 찬반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 같은 일각의 회의론에도 무릅쓰고 E-GMP의 강행을 지시했다. 이후 개발 과정에서도 직접 점검 과정을 거쳤다. 마침내 E-GMP를 기반으로 '아이오닉5', 'EV6', 'GV60'을 잇따라 선보였다.
지난 14일에 열린 ‘2022 WCA’에서 아이오닉5가 ‘세계 올해의 차’로 선정된 것은 이 같은 노력의 결실이다. 정 회장이 추구한 현대차그룹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심사위원단은 아이오닉5에 대해 “복고풍이면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유연한 실내공간이 적절히 조화돼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며 “현대차의 완벽한 주력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정 회장은 성능뿐만 아니라 과감한 디자인도 놓치지 않았다. 이전 EVE6도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글로벌 주요 디자인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좋은 결과를 얻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모델들은 탁월한 성능과 디자인으로 세계적 최고 권위의 상을 석권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판매도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
■ 형식과 관습을 타파하고 '젊고 역동적인 기업 문화' 구축 / 뉴스위크, "정의선의 젊음과 미래 비전이 현대차를 패스트 팔로어에서 진정한 혁신가로 바꿔"
정 회장이 오래된 대기업 특유의 관료주의적 관습을 빠른 시간 내에 타파하고 새롭고 젊은 조직문화를 구축한 것도 높게 평가를 받았다.
뉴스위크는 “대기업은 형식과 관습에 얽매이는 경우가 많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예외다. 정의선 회장의 젊음과 미래 비전이 현대차그룹을 ‘패스트 팔로어’에서 진정한 혁신가로 바꿨다”고 정 회장을 올해의 선구자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장급 인사의 외부 영입과 임직원 직급체계 단순화 등을 통해 현대자동차를 유연한 벤처기업처럼 변화시킨 것을 구체적 사례이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총괄 수석 부회장에 올랐을 당시부터 직접 외부 인재 영입에 나선 점도 주목됐다. 특히 글로벌 인재 영입에도 힘을 쏟았다.
정 회장은 출장이라는 기회를 활용하여 꾸준하게 인재 영입을 위한 식사 자리를 가졌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정 회장은 수석 부회장 시절부터 전문가를 영입하는 과정에서는 직접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며 “출장 때 예비 영입인재와 식사를 하면서 본인의 견해나 계획을 밝히는 등 정성을 쏟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부 부사장이 현대자동차 그룹에 합류하게 된 데도 당시 정 수석 부회장의 진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자율 복장 근무제, 자율 좌석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을 주도하기도 했다. 평소 현대차그룹이 가지고 있던 딱딱한 대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진한 기업문화 혁신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경영 시스템과 유연한 기업 문화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혁신을 이루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개척하는 도전적인 경영 스타일: 도심 항공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분야
자동차산업을 넘어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을 빠르게 개척해나가는 경영 스타일도 파괴적 혁신가로 선정된 이유이다.
정 회장은 전동화, 자율주행 등 기존 자동차 기업의 핵심 역량 확보를 넘어 도심 항공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새로운 분야까지 모빌리티의 한계를 넓혀가고 있다.
정 회장은 수상소감을 통해 “모빌리티는 표현 그대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고 함께할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함께했을 때 인류는 비로소 더욱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고, 이것이 현대차그룹이 계속 혁신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모빌리티를 통해 더 큰 이동의 자유를 제공한다는 철학을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철학의 전면적 표출이 대중적 공감을 획득한 셈이다.
비행체 개발 경험이 없던 현대차그룹은 앞서 전격 영입된 신재원 UAM사업부장을 주축으로 도심 항공모빌리티(UAM)을 연구해왔다.
이제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안전 전동화 UAM 모델을 선보이는 등 UAM의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28년으로 보고 있다. 도심 항공 모빌리티가 상용화된다면 비교적 돌발 변수가 적은 하늘 길에서 안정적이고 바르게 이동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는 로보틱스와 메타버스를 결합한 ‘메타모빌리티’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 위로 걸어나오며 메타모빌리티를 통한 인간의 이동 경험 영역을 확장하고 궁극적인 이동의 자유를 실현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 밖에도 수소 전기차와 관련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단계지만 최대한 시점을 당기기 위해 힘쓰고 있다.
정 회장의 수상 소감도 상투적이지 않고 혁신적이다. 그는 ‘올해의 선구자’ 상과 뉴욕 오토쇼에서 ‘올해의 차’를 수상한 데 대해 “이번에 많은 상을 받았지만 우리는 상을 받는게 목표가 아니다”라며 “인간을 위해 도전해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