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업계 러시아 사업 철수하지 않는 이유 알고보니...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4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러시아를 비난하는 국제 여론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식품 기업은 러시아 사업에서 발을 떼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식품 기업과 상황이 다르다는 이유로 현지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러시아가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개시했다. 침공 2주가 지난 9일 스타벅스‧코카콜라‧맥도날드 등 글로벌 식품 기업이 러시아에서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국내 식품 기업들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 등 사업을 접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 오리온·롯데제과·팔도 등 러시아에 현지 공장 구축
현재 러시아에 현지 공장을 둔 국내 식품 기업은 오리온, 롯데제과, 팔도 등이다.
오리온 러시아법인은 지난해 기준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사상 최대 기록이다. 초코파이가 러시아 내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결과다. 오리온은 현재 러시아에서 법인 중 가장 많은 11종류의 초코파이를 생산‧판매 중이다. 러시아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오리온은 올해 상반기 러시아 트레비주 트립쪼바에 새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롯데제과도 1월 러시아 현지 법인에 약 340억원을 투자해 초코파이 생산 라인과 창고 건물을 증축했다. 롯데제과는 러시아 칼루가주 오브닌스크시에 초코파이 공장에서 초코파이 4종(오리지널, 카카오, 바나나, 딸기)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약 500억원이다. 올해는 초코파이보다 한 단계 높은 고급파이 ‘몽쉘’을 현지화해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팔도의 ‘도시락’ 컵라면은 러시아 용기면 시장 1위다. 도시락은 러시아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팔도는 지난해부터 러시아 생산 라인과 일부 건물을 증축 중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현지 생산 공장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철수를 쉽게 결정할 수 없으며 공장 증설을 중단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진출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생산, 내수소비 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생산과 판매에 문제가 없다”며 “한국이 비우호 국가로 지정됐는데 그에 따른 영향도 없어 러시아 사업 철수 계획은 없다”고 단언했다.
■ 스타벅스‧맥도날드‧펩시콜라‧코카콜라, ‘러시아 보이콧’ 선언
하지만 글로벌 식품 기업들은 하나씩 러시아에서 손을 떼고 있다.
케빈 존슨 스타벅스 CEO(최고경영자)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이유 없고 부당하며 끔찍한 공격을 규탄한다”며 “러시아 사업에 대한 로열티를 우크라이나 구호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 따라 러시아 내 스타벅스 매장은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다.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 제품의 러시아 공급도 중단된다.
같은 날 맥도날드로 러시아 보이콧 대열에 합류했다.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CEO는 러시아 매장 가맹점주와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러시아 내 850개 점포 영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며 “상황을 계속 평가해 추가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점포 영업이 중단되더라도 종업원 6만2000여명의 급여는 지급할 방침이다. 또 종업원 원조기금으로 500만 달러를 기부한다.
맥도날드는 러시아에서 상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소련이 붕괴하기 직전인 1990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런 맥도날드가 32년 만에 러시아 점포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펩시콜라는 러시아 내 사업체를 일부 폐쇄하고 러시아에 대한 모든 투자와 광고도 중단한다. 다만 현지 직원 2만 여명과 농민 협력업체 4만여명을 위해 아기 분유와 이유식 생산 시설만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코카콜라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 여파로 고생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러시아 내 모든 영업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세부사항은 발표하지 않았다.
KFC와 피자헛, 타코벨 모회사 얌브랜드(Yum! Brands. Inc.)는 러시아 시장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운영 중인 지점의 문을 닫을지는 미정이다.
러시아 검찰은 자국 내 철수를 선언할 경우 기업들에게 “자산을 압류하겠다”는 위협을 가했지만 러시아 내 영업중단‧철수를 발표하는 다국적 기업은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