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발로 물장구를 치는 그린 드레스 여인들 /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젤리가 담긴 컵을 들고 있는 손 / 블루 앤 화이트 줄무늬 비치볼을 돌리는 모습 / 하이힐을 신고 발로 펌프질 하는 그린 드레스 여인들 / 나무에서 떨어지는 오렌지들 / 크로케 망치로 공을 치는 모습 / 크로케 공이 후프를 통과하는 모습 / 공이 굴러들어오자 물을 뿜는 스프링클러]
침대가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 침대를 연상시키는 그 어떤 장면이나 단어조차 나오지 않는다. 광고의 기본인 BGM이나 나레이션도 없다. 브랜드와 관련된 유일한 카피는 “시몬스”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 전부다. 브랜드 로고와 슬로건만 없다면 침대 광고로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경쟁사 광고에 침대가 나오고, 잠자는 모습도 나오고, 침대의 기능과 특장점에 대한 설명과 주장이 나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크리에이티비티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 외에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히 빼자는 것이 광고 제작자들의 일반적인 주장이다.
이와는 반대로 광고주 쪽에서는 중요한 것이라며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잘 보이게 이것도 키우고 저것도 키우고 등등 무지막지한 요구를 한다. 이러한 요구를 다 들어주다간 처음 제시된 훌륭한 광고가 누더기(?)로 변하곤 한다.
뭔 얘긴지 이해가 잘 안 된다면 이러한 상황을 코믹하게 묘사한 첨부 영상을 보기 바란다. 광고쟁이들은 다 아는 광고 제작의 웃픈 현실을 담은 일본 영화다.
개 사료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처음 제시된 광고가 다양한 사람들의 입김에 따라 어떻게 망가져 가는지를,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의 의미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시몬스 광고제작 스토리를 담은 유튜브 영상을 보면 이러한 제작 현실과는 반대로 제작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광고주의 요구가 나온다.
“침대는커녕 침대 모서리도 나오지 않는 광고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에 질세라 미국의 한 제작사는 “침대가 나오지 않는 침대광고라서 광고제작을 수락했다”라는 황당한 이유를 들었다. 2022년 브랜드 캠페인 동영상의 제목 또한 “묘하게 만족감을 주는 영상”이라는 의미를 가진 “Oddly Satisfying Video” 줄여서 OSV다.
광고라기 보다는 한 마디로 멍 때리기 좋은 영상이다.
이 광고가 성공한 광고인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2천만뷰를 넘을 정도로 소비자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 것에는 성공했다. 전략적 차원에서도 브랜드 핵심 가치인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묘하게 만족감을 주는 매우 감각적이고 예술적인 방법으로 느끼게 하는데 성공했다.
지금의 상황은 한 마디로 광고주, 제작사, 소비자 모두 미쳤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아무리 좋은 광고라도 소비자의 호응이 없으면 지속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다음엔 또 어떤 미친(?) 광고로 소비자를 미치게 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 신재훈 프로필 ▶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