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의 문화관광, 새로운 여정의 시작 (2)] 위기의 호텔업, 단순 숙박업에서 역사와 문화 공간으로 인식해야!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2.02.11 00:30 ㅣ 수정 : 2022.02.11 00:30

도시 글로벌경쟁력 평가에 도시 어메니티 포함
도시 어메니티의 상징인 호텔, 폐업 잇달아
호텔을 역사·문화적 자산으로 인식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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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광기구(UNWTO)의 자료에 의하면 1950년대 휴가여행을 떠나는 인구가 전 세계에서 2∼3만 명에 불과했지만 2019년 세계 여행객은 5만배 이상 증가한 15억명을 돌파했다. 우리도 1978년 100만명의 외래관광객 방문 이후 2019년 1700만 방문객 수를 기록하며 40년 만에 17배에 달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로 2021년 관광객수는 1978년 이전인 100만명 이하로 급감했다. 경제발전과 안전한 사회망 구축, 전세계적인 한류 문화열풍으로 높아진 국격이 그간의 관광산업을 이끈 성장 동력이었다. 그러나 2019년 가장 선전했던 관광경쟁력도 세계 16위로 경제발전 수준에 못미치고, 2020년 GDP 대비 관광산업 기여도는 세계 200개국의 평균인 10.4%에는 훨씬 못 미치는 2.8%를 차지하며 제조업 대비 서비스산업의 취약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향후 펜데믹 종식 이후 외래관광객 2천만, 3천만을 맞이할 수 있는 문화관광 대국의 새로운 여정 지도를 준비할 때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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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투숙객들에게 하와이 전통문화인 훌라춤(Hula dance)을 접할 수 있는 이벤트를 제공해주고 있다. [출처=kaanapaliresort닷컴]

 

[뉴스투데이=우경진 수원대 교수] 호텔에서 제공되는 고급스러운 편의용품을 어메니티 (amenity) 라고 부른다. 호텔의 품격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마케팅 도구로 사용되면서 특급호텔들은 유럽에서 인증받은 친환경 욕실제품이나 왕실이 사용하는 비품이라며 호텔 이미지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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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어메니티 [출처=ecobnb닷컴]

 


• 도시 어메니티 파워, 자연·사람·건축·사회적 분위기를 포함한 총체적 쾌적성 지수

 

2000년대 이후 한 도시의 글로벌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에 도시 어메니티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도시 어메니티는 자연, 건축물, 기후, 주민 태도와 사회적 분위기까지 포함하여 도시가 주는 쾌적성을 의미한다.

 

도시 어메니티는 미시적 개념으로 이동성과 같은 편의성 중심에서 도시 발전단계에 따라 환경성, 심미성, 문화성 등으로 확장되었다. 

 

개성이 강한 미국의 도시를 비교해 본다면 샌프란시스코는 자연적 기후의 쾌적성이 높고, 워싱턴 DC는 박물관, 정부와 국제기구가 많아 안전성과 인위적으로 정형화된 쾌적성이 높은 도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의 상징인 광화문 일대를 생각해보자. 과거 산업화시대에는 영화관, 대형서점, 방송국과 언론사의 상징성과 편리성이 떠오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청계천과 연결된 차 없는 거리가 생기고 공원 등 자유로운 분위기가 더해졌다.

 

시청과 명동으로 이어지는 거리에 위치한 포시즌, 플라자, 웨스틴 호텔 등은 근대에서 최근까지 역사적 변화와 문화적 다양성이 공존하는 지대로 진화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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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roamconnected닷컴]

 

88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후 비교적 단기간에 완공했지만 남산의 힐튼호텔은 당시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건축의 미학을 담은 랜드마크였다.

 

르네상스 시대에도 건축가들은 정치적 불안정과 잦은 전쟁으로 자신들의 건축물을 지켜내기 위해 아름다움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왔다고 한다.

 

서울 힐튼은 외관에서 보면 객실유닛(unit) 하나가 창이 되고 유닛이 몇 개 합쳐져 기둥이 되면서 유연한 곡선미와 남성적인 강인함이 느껴지는 스틸(steel)의 틀이 비례적인 형식으로 안정감과 세련미를 동시에 주는 예술적 건축물이다.

 

필자가 90년대 서울 힐튼에서 근무할 때 본사에서 파견된 세계적 명성의 사진작가와 호텔의 외관을 찍기 위해 남산 위에서 내려다본 호텔은 석양이 지는 시간대에 따라 황금빛 색채가 달라지던 매우 개성 있는 건물의 위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호텔들

 

40년 역사의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이 자산운용사에 매각되었고, 강남최초의 특급호텔로 개장했던 쉐라톤 서울 팔래스호텔과 르메르디앙호텔 (구, 리츠칼튼)도 부동산개발업자를 새로운 주인으로 맞았다.

 

비즈니스 고객을 목표시장으로 성공적으로 운영하던 글래드 강남, 48년 역사의 한진그룹 제주칼호텔도 기나긴 펜데믹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을 예고했다.

 

긴 역사를 가진 이들 호텔은 국내 호텔업이 불모지였던 시대부터 저마다 한국역사의 기록을 간직한 호텔들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크다.

 

특히 위치가 중요한 호텔 사업의 성격상 매각된 호텔들은 새주인을 만나 새로운 호텔로 업그레이드되는 것도 아니고 고급 주상복합과 아파트로 개발될 예정이라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물론 사업용도 변경은 경제논리에 의해 수익성이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오랫동안 문화와 역사의 중심에서 지역을 대표한 지방의 중소호텔들도 문을 닫다보니, 지역의 특성을 담은 개성 있는 건축물은 사라지고 건물은 평당 수익률로 그 가치를 증명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씁쓸한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 호텔은 평당 수익률 외에 문화적 자산을 담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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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otel-Ethnography]

 

호텔이 지역의 자부심을 높이고, 생활공간의 쾌적성과 문화이벤트 등 창의적 영감을 제공하며, 도시 어메니티의 한 축을 담당하는 문화적 자산이라는 인식을 상기해 볼 일이다.

 

일반적으로 한 도시의 문화도는 그 도시에 있는 훌륭한 호텔의 숫자를 통해 알 수 있고, 도시의 다양성은 호텔 바(Bar)에서 제공하는 술의 종류와 비례한다는 현자의 구담(口談)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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